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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히다
태안의 노을을 닮은 예술가를 만나다

피아노의 선율로 그리는 잔잔한 힐링

청월령 작곡가

가사 한마디 없어도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뉴에이지 장르. 이 뉴에이지 세계를 끝없이 탐구하고 있는 청월령 작곡가를 만났다. 손끝으로 만들어낸 피아노의 선율이 요동치는 마음의 파도를 잔잔히 잠재우던 순간을 소개한다.

글. 정재림 사진. 고인순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뉴에이지 작곡가 청월령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독학으로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게 됐는데요. 이후 2017년에 데뷔해서 벌써 13년 차가 됐네요. 3년 전까지는 작곡과 더불어 다른 일도 함께 해오다가 지금은 전업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청월령이라는 활동명은 ‘푸른 달의 영혼’이라는 뜻인데요. 어릴 때부터 달을 좋아하기도 했고, 20대 초반에는 여름밤에 달빛을 받으며 작업을 참 많이 했었어요. 달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서 지은 이름이죠.

Q

뉴에이지라는 장르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뉴에이지라는 장르가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요. 세미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활동을 하고 있는 이루마 님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될 거예요. 물론 그분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비슷한 장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에는 이루마 님이 왜 유명할까 싶기도 했는데요. 무엇이든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쉬워 보이면 그 분야에 재능이 있는 거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바로 그런 경우더라고요. 10년 넘게 활동을 해오면서 지금은 이루마 님의 굉장한 팬이 됐고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청월령이라는 활동명은 ‘푸른 달의 영혼’이라는 뜻인데요.
어릴 때부터 달을 좋아하기도 했고,
20대 초반에는 여름밤에 달빛을 받으며 작업을 참 많이 했었어요.
달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서 지은 이름이죠.
Q

뉴에이지 작곡가이자 배경음악 작곡가, 유튜버, 팟캐스터, 브런치 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예술 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 주변의 프리랜서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 바로 금전적인 불안이에요. 아무래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보장된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더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어요.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생산적인 작업을 많이 하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흥미 때문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들을 보고 나도 해보면 재미있겠다든가 또는 일상 속에서 떠오른 기획들을 바로 실행에 옮겨보는 거죠. 일단 저지르고 이후에 제가 수습하는 프로세스를 거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Q

굉장한 작업량으로 최근에는 31번째 앨범을 발표했는데요. 그동안 작업한 결과물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앨범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작년 6월에 발표한 ‘May, 2023’이라는 앨범인데요. 그동안 제가 만들어 왔던 음악과는 결이 조금 달라서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사실 그 앨범은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일상이나 여행,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주로 영감을 얻곤 하는데 그 앨범은 5월에 헤어졌던 연인과의 기억을 통해 만들었거든요. 이별 후 5일간 매일 한 곡씩 만들면서 제 감정의 변화를 담았어요. 기억을 더듬기도 하고, 후회도 했다가, 미련을 내비치기도 하고요. 마지막 트랙 ‘May 29, Love In Me’라는 곡은 ‘결국 내가 좋아하는 상대의 모습은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거구나’라는 깨달음을 담았어요. 또 4번째 트랙 ‘May 28, May I’라는 타이틀곡이 특별한데요. 앨범 내 수록된 다른 곡들은 모두 클래식한 화음 연주를 사용하는데 이 곡만 유일하게 아르페지오 연주법으로 진행돼요. 앨범을 순서대로 듣다 보면 이 곡만큼은 특별하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Q

태안 지역 융복합 창의 기업 ‘오락발전소’에 참여해 청년 예술가로 활동했는데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행정안전부에서는 전국 12곳의 인구 감소 지역에 청년마을을 조성하고 청년 예술가들이 일정 기간 동안 그 지역에 머물면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속초의 청년마을 사업에 참여했고 이후에 태안 지역과 공주 지역도 연달아 참여하게 됐어요. 제가 서울에서 10년 정도 살고 있는데 서울의 인프라를 잘 활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지역 이주를 고려하다가 청년마을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태안의 청년마을인 ‘오락발전소’에서는 무제한 예술 5기 청년 예술가로 활동했는데요. 제가 작업을 할 때 일 중독 경향이 있어서 일에만 매몰되곤 하는데 태안에 머물면서 지역 사람들과 교류도 하고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도 했어요. 야외 쇼츠 촬영도 하고, 가수 여운 님과 ‘모래알, 빛’이라는 컬래버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고요.

Q

청년마을 사업에 참여하는 동안 태안에 머물며 느낀 감상을 말해 주세요.

태안 지역의 장점이라면 당연히 자연환경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돼요.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직접 기획해서 야외 쇼츠 촬영을 했었어요. 그리고 신두리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자작곡을 연주하기도 했고요. 신두리해수욕장의 노을이 참 예쁘더라고요. 그 경험을 통해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몇 번 더 천리포수목원과 파도리해수욕장에 방문해서 야외 촬영을 진행했어요. 태안은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이다 보니 해변과 노을 같은 자연환경이 참 매력적인 곳이에요. 단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접근성 부분인데요. 어디서든 촬영하고 작업할 수 있는 저는 괜찮았지만, 출퇴근이나 타 지역 인프라를 이용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이동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음악을 통해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도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것 같아요. 지금은 팟캐스트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요. 계속해서 콘텐츠 기획자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에요. 팟캐스트 채널은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라는 제목인데 평범한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지인들을 초대해서 잔잔하게 일상을 나누는 콘텐츠예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도 계획하고 있고요. 목표라고 한다면, 래퍼 스윙스 님처럼 여러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협업해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크게 보면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거지요.

Q

마지막으로 《서부공감》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브런치에 쓴 글이기도 한데요. 무엇이든 일단 해보라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무언가를 하지 않을 이유를 찾으려면 정말 끝도 없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건 참 힘들어요. 저는 피아노를 배운 적도 없고, 글을 배운 적도 없고, 촬영이나 편집을 배운 적도 없지만 지금은 작곡가로 살면서 글도 쓰고 영상도 편집해서 올리고 있거든요. 너무 늦은 때는 없는 것 같아요. 모두가 다 안 될 거라고 했지만 전 지금 작곡가로 잘 살고 있으니까요. 평생 이건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 핑계를 찾지 말고 일단 시작하면 안 하는 사람보다는 분명 잘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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