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어루만지는 손뜨개의 매력
따뜻한 봄기운이 솔솔 불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현대인들의 마음은 차가운 겨울처럼 척박하기만 하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워 넣느라 하루하루 바쁘고 버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저히 닿을 것 같지 않는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과부화가 걸리기 마련. 이런 현대인들에게는 채움보다 비움을 통해 잠시 나를 돌아보는 작은 포인트가 필요하다. 서부발전 직원들은 업무에서 벗어나 ‘손뜨개질’을 통해 머릿속을 비우고 마음을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취준생 때 취업에 실패하면 수세미를 뜨면서 탈락의 아픔을 해소했던 기억이 있어요. 코바늘로 실을 뜨면 거기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슬픔도 잊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겼거든요. 그런 좋은 기억 때문에 올겨울에 뜨개질을 하려고 실을 잔뜩 샀어요.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좀 더 배워서 수세미보다 더 난도 높은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서인천발전본부 시설관리부 김혜수 사원이 뜨개질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했다. 잠깐이지만 경험이 있는 김혜수 사원과는 달리 뜨개질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본사 해외신사업처 사업운영부 고명수 주임은 첫 뜨개질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저는 뜨개질에 대해 잘 몰랐는데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평소 너무 바쁘다 보니까 아무생각 없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집중하면서 머릿속을 비우고 여유를 갖고 싶었거든요. 평소 여가시간에 전시·공연을 관람하거나 책 읽고 영화 보는 것을 주로 했는데 새로운 취미활동을 배우게 돼서 기대됩니다.”
뜨린이도 쉽게 완성할 수 있는 ‘망뜨개 카드지갑’ 만들기
오늘 만들 작품은 ‘망뜨개 카드지갑’! 뜨개질을 못하는 뜨린이도 손쉽게 완성할 수 있는 작품이다. 우선 도안을 그릴 망을 준비하여 카드지갑의 크기에 따라 앞뒤판을 자른다. 망을 재단한 후에는 각자 좋아하는 색의 실을
선택하고 실을 바늘에 꿴다. 서인천발전본부 계측제어부 이하늘 사원은 뜨개질이 처음이라 바늘에 실을 꿰는 것도 쉽지가 않다. “한 번도 뜨개질을 해본 적이 없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신청했어요. 평소에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책을 읽거나 주로 걷는데요. 뜨개질도 머릿속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는 데 좋은 취미활동이 될 것 같아요. 색색깔의 실도 너무 예쁘고 촉감도 폭신하니 좋아서 벌써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실 꿰는 것도 헤매고 있는 이하늘 사원과는 달리 서인천발전본부 발전부 이유민 주임은 무척 능수능란한 손놀림을 자랑한다. “평소 뜨개질에 관심이 많았어요. 가끔 수세미를 뜨는 정도지만 기회가 되면 전문적으로 배워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손뜨개를 하면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을 비울 수 있고 예쁜 결과물까지 얻을 수 있어서 성취감도 생겨요.”
파랑, 분홍, 보라, 노랑 등 색색의 실을 사선으로 바늘에 꿰어 헤링본 뜨기로 앞판과 뒤판을 빠르게 완성한다. 실을 길게 뽑아 엉키기도 하고 코를 잘못 꿰는 실수를 반복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손이
능숙하고 빨라진다. 조금씩 익숙해지자 근황, 취미, 사업소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는다. 옆 동료가 하는 것을 곁눈질하고 모르는 것은 서로에게 물어보며 화기애애하게 뜨개질이
계속됐다.



비움과 채움의 균형
직원들은 뜨개질의 장점으로 ‘단순작업을 통해 머릿속의 복잡함을 비울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그렇다면 2025년 각자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모두 한목소리로 ‘욕심’을 꼽았다. 욕심이 많아 이것저것 시작만
하고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것이 많다는 고명수 주임, 여행을 가도 빽빽이 계획을 세우고 식당에 가도 먹고 싶은 것이 많아 감당도 못 할 양을 시켜 항상 후회한다는 이하늘 사원이다. 이유민 주임은 일단 하고 싶은 건
저지르고 보는 욕심을 이야기했다. 관심 분야가 많아 쉽지 않지만 그래도 올해는 꼭 이룰 거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김혜수 사원은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를 좀 덜어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반면에 비움 속에서도 꼭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가족’, ‘돈’, ‘식욕’, ‘자기만의 시간’ 등 여러 가지 답변이 뒤엉켜 나왔고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앞판과 뒤판을 완성한 뒤에는 마지막으로 앞뒤판을 감침질로 연결하여 고리를 달면 완성~! 역시 경험 많은 이유민 주임과 김혜수 사원이 먼저 완성하고 뒤이어 이하늘 사원과 고명수 주임도 첫 뜨개 작품을 완성했다.
직원들은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며 완성한 카드 지갑에 사원증을 넣고 다니겠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체험에 참여한 직원들 모두 손뜨개질로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것을 채워 넣으며 균형 있는 한해를 보내고픈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