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을 위한 전용공간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위, 회색 콘크리트 건물 한 채가 서 있다. 겉모습은 마치 미술관 같지만, 내부는 소규모 연주회장을 연상케 한다. ‘콩치노(concino)’는 라틴어로 ‘울려 퍼지다’,
‘연주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여기에 건축 재료인 콘크리트를 더해 이 건물은 ‘콩치노콩크리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누구나 한 번쯤 장미꽃 향기에 이끌려 코를 가까이 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반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다가가는 사람은 드물다. 소리는 커질수록 소음이 되기 때문이다. 음악은 단지
청각만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다. 미묘한 공기의 흐름과 울림,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감동의 깊이는 달라진다. 콩치노콩크리트는 오롯이 음악 감상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고, 음악을 듣기 위해 연주회장을 찾는다. 그 이유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콩치노콩크리트는 음악 감상에 최적화된 공간이면서도 격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녔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이동하거나, 잠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도 괜찮다. 언제든지 화장실에 갈 수 있고,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전면 무대에는 악기 대신에 빈티지 오디오 장비가 자리한다. 1920~30년대 미국과 독일에서 만들어진 이 오디오는 공간을 소리와 감동으로 채우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곳에는 대형 오디오가 들어와야 했기에 걸맞은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2~3층이 하나로 연결된 중앙홀 층고는 9m에 이르는데, 음악이 넉넉히 울려 퍼지면서도 흩어지지 않는 규모다.
전면을 제외한 곳곳에는 햇살이 잘 드는 큰 창을 두었다. 덕분에 내부 공간은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중앙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늦은 오후 시간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창가로
모여든다. 임진강 너머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콩치노콩크리트의 건축은 단순해 보이지만, 구석구석 소리를 잘 전달하도록 설계되었다. 내부에는 문이 없어 소리가 막히지 않고 자유롭게 흐른다. 앉은 자리마다 전달되는 선율은 묘하게 다르다. 중앙홀은 웅장한 사운드가
온몸을 감싸고, 안쪽 깊숙한 자리는 부드러운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틈새 공간에는 진귀한 음악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마치 작은 음악박물관에 온 것 같은데, 축음기와 턴테이블, 악기, 공연 포스터 등 음악
애호가인 콩치노콩크리트의 대표가 수집한 보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LP에서 흘러나오는 음원은
몇 번의 클릭으로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음원과는 사뭇 다르다.
레코드에 바늘을 올려놓는 순간,
미세한 잡음이 섞인 음악은
공간을 채운다. 음악이 흘러나오며
공기 중에 층층이 쌓인
아날로그 감성은 바쁜 현대인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노장 스피커가 전해주는 특별한 울림
콩치노콩크리트에는 웨스턴 일렉트릭의 미러포닉 M2와 클랑필름의 유로노 주니어가 놓여있다. 대형 극장에서 사용했던 빈티지 스피커다. 처음 산 스피커는 일정 기간 사용해야 음색이 부드러워지는데, 이를 ‘에이징’이라고
한다. 이곳의 스피커는 무려 100여 년에 걸친 예열을 마치고, 부드러운 음색을 방문객에게 선사한다. 최고급 스피커를 들여놓은 음악감상 카페가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지만, 세기의 시간을 품은 스피커가 들려주는 깊은
울림은 어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다.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1만 여장의 LP 컬렉션도 이곳의 자랑이다. 신청곡은 받지 않고, 클래식, 재즈, 팝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준다. 다만, LP 음원만을 고집한다는 원칙을 유지한다. LP에서
흘러나오는 음원은 몇 번의 클릭으로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음원과는 사뭇 다르다. 레코드에 바늘을 올려놓는 순간, 미세한 잡음이 섞인 음악은 공간을 채운다. 음악이 흘러나오며 공기 중에 층층이 쌓인 아날로그 감성은
바쁜 현대인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음악이 재생되면 눈을 지그시 감는 사람, 임진강의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등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몰입한다. 이곳은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독서하기에도 좋은데, 어렵고 무거운 책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한 권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입장료는 2만 원이며, 시간제한 없이 머무를 수 있다. 커피나 음식을 판매하지 않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이는 오직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려는 공간의 철학을 반영한다.



콩치노콩크리트

경기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161번길 17
월, 화, 금 14:00~19:00
토, 일 12:00~19:00
매주 수/목요일 정기 휴무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