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UP

이 음악에 이런 사연이?
음악도 아는 만큼 들린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음악도 아는 만큼 들린다. 물론 듣는 사람의 감성과 이야기로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비화를 알게 되면 감상할 때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 떼창을 유도하고 싶어서

    1977년 영국의 스태포드에서 콘서트를 연 록그룹 퀸(Queen). 콘서트가 끝나고 멤버들이 감동하게 되는 일이 생겼는데, 무대를 내려가는 멤버들을 향해 관객들이 ‘You will never walk alone’을 부른 것. 이 곡은 1945년에 나온 노래로, 60년대에 인기를 끌고 지금은 영국의 축구팀 리버풀의 응원가로 유명하다.
    여기에 크게 감동한 퀸 멤버 브라이언 메이는 ‘우리가 관객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이끄는 곡을 만들자’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관객 참여를 이끌지 고민하던 그는 불현듯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전설의 곡이 탄생한다. ‘We will rock you’.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보컬 프레디 머큐리도 자신만의 관객 참여형 곡을 썼는데, 그것은 바로 전설 그 이상의 전설이 된 ‘We are the champions’다.

  • 그대로 버렸으면 어쩔 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그중에서도 유령의 테마곡인 ‘The music of the night’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멜로디로 깊은 인상을 남긴 곡이다. 사실 이 곡은 웨버가 과거에 작업했던 다른 곡에서 가져온 멜로디를 기반으로 한다. 웨버는 1970년대 초반에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코믹 버전으로 만들 계획이었고, 당시 작곡했던 곡 중 하나가 바로 이 멜로디였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무산되어 빛을 보지 못했다. 그 후 그는 진지한 버전으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구상하며 여주인공 크리스틴과 유령의 관계를 표현할 음악을 찾던 중 이 오래된 멜로디가 유령의 신비롭고 유혹적인 면모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웨버는 멜로디를 재작업하고 찰스 하트가 유령의 어두운 매력을 담은 가사를 붙여 ‘The music of the night’가 탄생했다.

  • 감독이 반대해도 일단 GO

    역사상 가장 성공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이 영화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은 감독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기적적으로 탄생했다. 당시 카메론 감독은 영화를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이유로 엔딩곡, 주제곡을 넣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러나 작곡가 제임스 호너는 영화의 감동을 마무리할 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하여 감독 몰래 작사가 윌 제닝스와 함께 곡을 쓰고, 캐나다의 가수 셀린 디온에게 데모 테이프를 보냈다. 이미 수많은 영화 OST를 불렀던 그녀는 거절했으나 단 한 번의 녹음 시도를 했고, 이 때 녹음된 데모 버전이 그대로 최종 OST에 사용될 정도로 완벽했다. 호너는 이 데모 테이프를 카메론 감독에게 들려줬고, 그는 처음엔 화를 냈지만 결국 수락했다. 그리고 이 곡은 영화의 상징이 됐을 뿐 아니라,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며 영화 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이 되었다.

  • 아름답고 비극적인 순간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제9번 라단조 합창’은 마지막 악장에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사용해 합창과 솔로 가수를 등장시켰다. 이는 교향곡 역사상 전례 없는 시도였다. 베토벤은 20대 초반부터 ‘환희의 송가’를 곡에 붙일 계획을 하고 있었고, 이 시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여겼다. 거의 30년에 걸쳐 구상한 끝에 그는 완전히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이 위대한 교향곡을 완성했다.
    1824년 5월 7일 빈에서 초연되었을 때, 베토벤은 지휘대에 섰지만 귀가 들리지 않아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알토 가수였던 캐롤라인 웅거가 그를 돌려세우자 비로소 청중의 열광적인 환호와 기립을 보게 되었다. 이 장면은 역사상 가장 감동적이고 비극적인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