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만남

더 천천히 더 건강하게
나이 들게 하는
저속노화의 맛
저속노화 요리연구가 정나래

나이 듦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우아하게 내 편으로 만들어 천천히, 건강하게 나이 드는 일, 저속노화. 유전, 생활환경, 음식 등 노화를 결정하는 요인은 많지만, 먹는 일은 우리가 가장 주도적으로 선택, 실천할 수 있는 영역이라 더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오늘의 나를, 미래의 나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지켜줄 저속노화 식사법을 제대로 배워보자.

저속노화 음식, 미래의 나를 위한 예방식

“저속노화 요리라고 하면 ‘싱겁고 맛없을 것 같다’, ‘밋밋한 음식일 것 같다’라는 편견을 갖는데, 이 인식을 깨는 것이 저속노화 요리의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정나래 저속노화 요리연구가는 이러한 편견을 바꾸기 위해 맛있는 저속노화 레시피 개발에 꾸준히 힘쓴다. 한발 더 나아가 SBS·MBC 등 여러 건강 정보 프로그램 출연, 유튜브 〈정나래의 저속노화 요리수업〉 운영, 칼럼 연재 등을 통해 ‘맛있는 저속노화 음식’을 널리 알리고 있다. 오랜 시간 건강한 식생활의 가치를 전해 온 그가 저속노화 식단을 연구하고 확산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들의 남녀 평균 기대수명은 83.7세이지만,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건강수명은 65.5세에 불과합니다. 약 18년은 암, 당뇨, 고혈압 등의 질병과 함께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죠. 저속노화 식단의 핵심은 바로 이 공백기를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상태로 유지하도록 돕는 예방식에 있습니다.”

저속노화,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저속노화 식단 식재료는 가공식품을 줄이고,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중심으로 준비하면 됩니다. 채소와 해조류로 식이섬유를 챙기고, 베리류처럼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품을 적당히 곁들이는 것이 중요하죠. 탄수화물은 통곡물과 잡곡으로, 단백질은 살코기, 콩, 두부 등 양질의 단백질로, 좋은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기름과 견과류로 보충하세요. 여기에 김치, 요거트 같은 발효식품까지 더하면 몸의 노화를 자연스럽게 늦출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속노화 식단은 이미 우리가 아는 ‘건강 밥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만성질환 예방과 장수식의 대표격인 지중해 식단과 고혈압 예방 식단이 기반이라고. 여기에 베리류 섭취를 강조하는 점이 조금 다른 지점이다.
정나래 요리연구가가 주목한 것은 제철 식재료다. 저속노화 요리는 단순히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리듬에 맞춰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을 자연스럽게 채우는 식습관’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제철 식재료는 맛과 영양이 가장 풍부해 비타민·미네랄·폴리페놀 등의 항산화 성분이 산화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 노화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먹는 순서만 잘 지켜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 아세요? 식이섬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순으로 먹는 것이 좋아요. 채소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먼저 먹으면 혈당 상승이 완만해지고 포만감이 생겨 뒤에 먹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섭취를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죠. 다만 한식처럼 한상차림일 경우 순서를 지키기 어려우니 골고루 먹는 것이 맞고요.”
일례로 통곡물 식빵과 통곡물 식빵에 양상추, 토마토, 닭가슴살 등을 올려 만든 샌드위치를 먹었을 때의 혈당을 비교해 본 결과 샌드위치를 먹은 쪽의 혈당 수치가 꽤 낮았다는 것이다.
정나래 요리연구가 또한 3년 전부터 아침만큼은 저속노화 식사법을 실천 중이다.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저속노화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생채소 도시락을 제안했다.
“매일 새벽에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아침 간식으로 생채소 도시락을 싸줍니다. 파프리카, 비트, 오이, 당근 등 채소를 잘라 넣고, 달걀과 견과류를 더하죠. 채소만 먹기 힘들다면 두부로 소스를 만들어 함께 먹어도 좋아요. 남은 채소는 점심 식사 전에 먹으면 혈당 변동을 완만하게 하고, 식후 느끼는 멍한 느낌도 줄여줘요.”
이 외에도 매끼 권장량의 80%만 섭취하고, 규칙적인 시간에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며, 튀기기보다는 삶거나 찌는 조리법을 활용하는 것이 노화에 브레이크를 거는 방법임을 소개했다.

저속노화 식단 식재료는 가공식품을 줄이고,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중심으로 준비하면 됩니다.

자신을 돌보려는 마음, 저속노화 삶의 첫걸음

지속 가능한 저속노화 식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맛과 모양새가 중요하다. 정나래 요리연구가는 필살 재료로 파프리카를 꼽았다. “영양이 풍부하고, 색감이 주는 생동감 덕분에 접시가 화사해지고, 어떤 요리든 먹음직스럽게 느끼게 해요. 물론 맛도 좋아요!”라는 정나래 요리연구가가 저속노화 음식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당근 샐러드 만들기에 나섰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당근과 아스파라거스를 뚝뚝 썰어 넣고, 최소한의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그릭요거트에 허브인 딜과 유자청, 올리브를 섞어 만든 차지키 소스를 당근 위에 부드럽게 뿌려냈다.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소스가 어우러져 내는 맛은 ‘저속노화 음식은 맛없을 것 같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음식은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에너지지만, 요즘 사람들은 배달·포장·간편식에 익숙해지며 그 중요한 역할을 점점 타인에게 맡기고 있어요. 외모를 꾸미는 데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몸을 지탱하는 먹는 일에는 소홀한 것이 정말 걱정스러워요. 요리는 단순히 밥을 차리는 일이 아니에요. 내 몸이 필요한 것을 직접 챙기면서 삶의 리듬을 스스로 조율하는 자기 돌봄 시간이에요. 저속노화 삶의 출발점이 바로 이 기본적인 돌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정나래 요리연구가는 요리야말로 이를 실천하는 가장 일상적이고 확실한 방법임을 강조했다.
저속노화 식단의 핵심이 가공식품은 지양하고 자연식품 위주의 식사를 지향하는 만큼 자연발효 양념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긴 정나래 요리연구가는 현재 자연발효 장 연구에 몰입 중이다. 자연발효가 지닌 건강함과 깊은 맛을 저속노화 요리에 녹여내려는 이 도전이 앞으로 저속노화 식단에 어떤 변화와 영감을 불어넣을지 벌써 기대된다.

저속노화 음식? 쉽고 간단하게 즐겨봅시다!

파프리카 볶은채소밥

재료
빨간 파프리카 1개, 노란 파프리카 1개, 주황 파프리카 1개, 애호박 1/4개, 가지 1/4개, 양파 1/4개, 잡곡밥 1/3공기, 소금 약간, 후추 약간, 케첩 2큰술, 올리고당 1큰술, 치즈 1/3컵, 파슬리가루 약간

1. 파프리카 손질하기
파프리카를 반으로 가르고 속에 든 씨를 제거한다.
2. 재료 썰기
남은 파프리카와 애호박, 가지, 양파를 잘게 썬다.
3. 파프리카 굽기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서 반으로 썬 파프리카를 노릇하게 굽는다.
4. 재료 볶기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잘게 썬 채소를 넣어 볶는다. 소금, 후추, 케첩, 올리고당으로 간을 해서 볶는다.
5. 파프리카에 재료 채우기
파프리카컵에 잡곡밥을 채우고 볶은 채소를 채워 담는다. 치즈와 파슬리가루를 뿌려 완성한다.

구운 채소 꼬치와 호두 드레싱

꼬치 재료
연근, 애호박, 가지, 당근, 브로콜리, 방울토마토, 소금

드레싱 재료
다진 호두 1큰술, 다진 양파 1큰술, 올리고당 1큰술, 들기름 3큰술, 파슬리가루 약간

1. 재료 썰기
연근, 애호박, 가지, 당근을 깨끗하게 씻어 0.5cm 두께로 원형 모양을 살려 썬다.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자르고 브로콜리도 잘게 썬다.
2. 재료 굽기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애호박, 가지, 당근, 브로콜리를 올려 노릇하게 구운 다음 꺼내기 전에 소금을 약간 뿌려 간을 한다. 연근은 끓는 물에 데친다.(또는 올리브유를 두르고 굽는다.-기름을 두르지 않은 채 구우면 연근은 딱딱해 진다.)
3. 드레싱 만들기
잘게 다진 호두, 다진 양파, 올리고당, 들기름(또는 올리브유)을 넣고 골고루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4. 꼬치에 꽂기
구운 채소와 토마토를 나무꼬치에 꽂고 드레싱을 뿌려 완성한다. 가지, 애호박, 버섯 등 물컹한 채소를 기름을 두르지 않은 마른 팬에 구우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꼬득꼬득한 식감이 되어 이색적인 요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