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주)

MAR+APR 2019 Vol.88

MAR+APR 2019 Vol.88 ▶ 별별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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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사다리로 바꾼 사나이들
writer. 강진우 / photo. 전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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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ㆍ이상현ㆍ손대석 사원의 실내 클라이밍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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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의 벽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다면? 실내 클라이밍을 하면 만화에서 자주 보던 장면을 안락한 환경에서 직접 실현할 수 있다. 벽이라는 공간을 재발견함으로써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만들어 낸 이 운동을 체험하기 위해, 세 명의 서부인이 뭉쳤다. 벽을 사다리로 바꾼 사나이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새로운 운동, 남다른 각오
세 서부인이 모인 곳은 비록 지하층이었지만, 그 안은 그랜드캐니언 암벽을 방불케 했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모인 실내 클라이밍 동호회원들이 등반 공략법을 논의하는가 하면, 한쪽에서 묵묵히 벽을 오르며 자기 수행 중인 사람도 있다. 뜨거운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서울의 한 실내 클라이밍장 전경에 세 서부인의 눈이 동그래진다.

“세 분 다 처음이시죠? 먼저 옷부터 갈아입으시죠.” 강습을 맡은 전문 클라이머가 인사를 건네며 탈의실로 안내하자, 태안발전본부 경영지원처 총무부 이정현 사원이 설렘 가득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긴다. 새로운 장난감을 눈앞에 둔 어린아이처럼 웃고 있던 경영지원처 연료자재부 이상현 사원과 관리처 총무부 손대석 사원도 재빨리 그 뒤를 따른다.

두 팔과 두 다리로 중력을 이겨 내야 하는 격한 운동이니만큼, 준비운동도 남다르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시작된 체조는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올리는 제자리 달리기를 하고 나서야 마무리된다. 다음은 암벽화를 신을 차례. 미끄러짐 방지를 위해 발가락이 살짝 구부러질 정도의 꽉 조이는 신발을 고르는 것이 포인트다. 다소 불편할 법도 하건만, 암벽화를 신자마자 일어나서 이리저리 몸을 푸는 데 열중하는 세 서부인. 그 모습에서 일종의 결의마저 느껴진다.

“벽은 일반적으로 단절이나 한계를 의미하는데요. 실내 클라이밍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나아가 벽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운동이잖아요. 그래서인지 다른 운동을 체험할 때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름대로 긴장도 되고 말이죠.” 이상현 사원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벽을 탈 시간이다.
클라이밍으로 되새기는 인생의 교훈
실내 클라이밍장에는 각양각색의 수많은 홀드가 설치돼 있다. 이를 손으로 잘 잡고 발로 잘 디뎌야 비로소 안정적인 등반이 가능해진다. “홀드를 손으로 잡을 때는 쥐어짜듯이 잡기보다는 손끝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서 ‘걸친다’는 느낌으로 잡아야 체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발을 디딜 때는 엄지발가락의 안쪽으로만 홀드를 밟아야 무게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죠. 이 상태에서 힘을 쭉 빼고 몸을 벽에 밀착시키면 안정적으로 매달릴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과욕을 버리고 적당히 힘을 줘야 비로소 잘 오를 수 있는 겁니다.” 강사의 설명에 손대석 사원이 이정현 사원과 이상현 사원에게 속삭인다. “꼭 우리 인생 같네요. 그렇죠?”

뭐든지 첫 번째 경험은 서툴기 마련. 이들의 첫 등반도 마찬가지였다. 아래에서 보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막상 홀드에 올라서니 손발이 꼬이는 것은 물론 그저 버티기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세 사람은 도전에 도전을 거듭한다. 그것만이 벽을 잘 탈 수 있는 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이른바 ‘에이스’로 떠오른 이정현 사원도 거친 숨을 몰아쉬기는 마찬가지. 한 코스를 돌고 들어온 그가 문득 이런 말을 건넨다. “실내 클라이밍은 쓸모없을 것 같은 벽을 새로운 운동의 장으로 만든, 다시 말해 ‘생각의 전환’으로 탄생한 운동이잖아요.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도전과 연습도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즐겁게 할 수 있어요.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려니 두렵고 힘들다’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통해 나의 시야와 역량이 한층 넓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도전과 연습이 마냥 힘든 일만은 아니지 않을까요?”
적극적인 협업으로 어려움을 넘어서다
강사가 제시한 코스를 큰 무리 없이 넘어서던 세 서부인이 위기에 봉착했다. 일반적인 홀드와 달리 모양이 한결 자유분방한 홀드를 이용한 등반, 볼더링 클라이밍으로 접어들면서부터다. 마치 퍼즐을 풀듯 주어진 홀드와 벽만을 이용해 나름대로의 공략법을 짜야 하기에, 고민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이리저리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난다.

이럴 때는 집단지성의 힘에 기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세 명이 벽 앞으로 다가가더니 뜨거운 토론을 펼친다. “여기랑 저기를 짚고, 벽에 기대서 조금씩 올라가면 되지 않을까?” 이정현 사원의 의견대로 오르다가 실패하자, 이상현 사원과 손대석 사원도 구상한 공략법을 공유한다.

세 사람의 의견을 적절히 더한 전혀 새로운 방법도 하나둘 선보인다. “자, 완등 힘드시면 다음 코스로 넘어갈게요.” 강사의 달콤한 제안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풀고 넘어가야만 속이 시원하겠단다. 그렇게 30여 분을 끙끙거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이정현 사원이 목표 홀드에 두 손을 올리고 크게 외친다.

“하나, 둘, 셋! 완등!” 그 모습을 지켜본 강사와 동호회원들이 혀를 내두르며 박수를 보낸다. 함께 박수 치던 이상현 사원이 입술을 뗀다. “저희가 코스를 공략한 대로 업무를 진행하면 참 좋겠어요.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가다 보면 지금처럼 더 뿌듯하고 감격스러울 것 같아요.” 그 말에 다른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친다. “그래, 앞으로 힘을 합쳐서 열심히 일하고 함께 기뻐합시다!” 실내 클라이밍에서 협업의 지혜를 발견하는 이정현, 이상현, 손대석 사원. 역시 발전적인 서부인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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