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던진 부모의 한 마디의 말, 아이의 뇌는 상처를 입어요
writer. 김지은
참고도서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 도모다 아케미 지음, 북라이프 펴냄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우리는 흔히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 라고 말한다. 이 관용구의 의미는 슬프거나 화가 났다는 등의 부정적 감정이 당분간 잊히지 않고 나를 괴롭힐 것 같아, 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마음이란 무엇인지이다. 우리는 크게 놀랐을 때 심장이 평소와 다르게 두근거리거나 위가 조여드는 듯한 통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 마음의 반응이다.
그렇다면 마음이 가슴부터 배에 이르게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심장이 두근거리고 위가 아프게 느껴지는 신체의 화학작용은 뇌에서 보낸 신호를 전달받아 이루어진다. 뇌에서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명령해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결국 낭만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뇌’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음도 발달 장애를 겪어요
인간의 마음-곧 뇌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물리적’으로 손상된다. 갓 태어났을 때 겨우 300그램에 불과한 인간의 뇌는 서서히 성장하면서 생존 요령을 습득해간다.
사람의 발달을 연구한 많은 박사들은 뇌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로 태아기, 영유아기, 사춘기라고 말한다. 인생의 초기 단계에서 사람의 뇌는 형태를 잡는 것이다. 이 형태를 잡아가는 시기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아이의 섬세한 뇌는 고통에 적응하기 위해 변형되어 버린다. 살아남기 위한 방어기제인 셈인데, 뇌 성장이 더뎌지고 부정적 성향의 생각을 많이 하는 뇌가 되어버린다.
위에서 우리는 마음을 뇌라고 보았다. 이렇게 성장기에 받은 스트레스들은 마음의 성장에도 방해를 주어 ‘마음 발달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예를 들자면 화를 쉽게 내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는 등 비행으로 치닫는다.
그렇다면 성장기의 스트레스는 어디로부터 오겠는가. 부모로부터의 충분치 못한 사랑 그리고 부모의 학대로부터 기인할 것이다. 학대라는 말은 너무 과격한 느낌이다. 그러나 일상 속에 숨어있는 ‘부적절한 태도’ 또한 심리적 학대로 보아야 한다. 미디어에서 접하는 유난한 폭력적 학대만이 아이에게 가해지는 학대가 아니다. 부모의 폭언, 부부싸움 등이 모두 학대-정서적 학대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런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은 마음-뇌를 다치게 되어 결국 아이의 마음-뇌는 변형되고 만다.
이런 행동이 아동 학대?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발표한 연도별 아동학대 신고 접수 건수, 일반 상담 건수, 의심 사례 자료(2001~2016)를 보면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어서 피해 아동의 연령은 초등학생, 중고생, 3세부터 미취학 아동의 순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라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심리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즉 습관적으로 아이에게 폭언을 하거나, 화를 내는 것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아동학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을 가하고 욕설을 퍼붓는 것들은 모두 언어폭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속적인 언어폭력들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도가 지나친 폭언이 아이에게 자주 가해진다면 또 아이의 부모가 아이의 앞에서 자주 다투게 된다면 그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될 것이고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사람의 마음인 뇌 변형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사랑과 칭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은 자기 긍정감이 낮고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떨어져 우울감에 빠지거나 자해 행위를 반복하기도 한다. 부모 또한 사람이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육아의 방법을 깨달아 가는 것인데 이런 깨달음의 과정 속에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기란 신 정도여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위험한 심리적 학대를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 그리고 혹여 이미 내가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주었다면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까?
이미 다친 마음-뇌도 회복이 될까요?
사랑은 받아봐야만 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에 많은 사랑을 받은 아이는 자신이 당연히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라 생각하는 어른이 된다. 곧 자존감이 견고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부모 중에 나는 이미 아이의 자존감을 망가뜨린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안심하길 바란다.
다행히도 사람의 마음에 가해진 상처는 치유될 수 있으니. 즉 앞서 이야기했던 마음-뇌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 뇌는 급성장하는 ‘민감기’라는 시기가 있어(앞서 언급한 시기) 이 기간에 가해진 상처 요인들은 뇌의 모습을 바꾸어버린다. 뇌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손상된 뇌는 피부나 소화기관 등의 세포와 달라서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어온 결과 손상된 뇌도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이 연구는 어른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나 어른의 성장이 끝난 뇌도 회복이 가능하니 성장 중인 아이의 뇌 또한 회복이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꾸준한 시간과 노력을 쏟으면 아이의 상처받은 마음-뇌는 복구가 가능하다.
우선 아이가 상처 받게 된 환경을 개선해주어야 한다. 부모도 사람이다. 화를 낼 수는 있다. 화라는 것이 내야지 하고 계획적으로 내는 것이 아닌 불쑥 튀어나가는 것이기에 화가 난다면 그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인 것이다. 문제는 화를 낸 이후이다. 아이에게 부모가 화를 낸 이유를 차분한 환경에서 설명해주고 사과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또한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늘 인지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화가 났던 이유를 잘 정리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 또 아이에게 안심할 수 있는 환경과 충분히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자.
아이와의 대화에서는 다음 세 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아이를 적절하게 격려하자. 둘째, 아이를 비교하지 말자. 셋째, 아이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자. 이 세 가지만 지켜져도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신뢰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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