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ers maketh the consumer - 매너소비자
writer. 편집실
너 나 없는 갑질에 병드는 사회
매너 있는 소비자, 즉 소비 행위를 함에 있어 직원에 예의를 지키는 소비자를 일컫는 ‘매너소비자’. 이러한 용어가 생겨나고 올 한 해의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된 현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비자의 비매너를 상기시킨다. ‘왕’이라 부른 그들이 ‘갑’이 되어 말로 또 행동으로 사람을 또 사회를 아프게 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고객이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향해 햄버거를 던진 일이 있었다. 한 달여 후 같은 사건이 다른 매장에서도 일어났다. 두 사건 모두 고객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사실과 함께 당시의 상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자 많은 이들은 공분했다. 먼저 일어난 사건의 고객은 “회사 스트레스가 많아 감정이 폭발했다”는 경찰조사 진술을 남겼다. 직원이 그의 감정 쓰레기통이었단 소리다.
비슷한 시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객에게 맞아 생긴 상처라며 시퍼렇게 멍든 신체 사진이 올라왔다. 한 백화점의 속옷 매장 직원이 부부 고객으로부터 각종 욕설과 부모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고, 그들이 집어던진 집기들에 상해를 입었다는 것. 그것도 모자라 직원의 무릎을 꿇리고 머리채까지 잡아 흔들었단다. 몇 년 전 충격을 줬던 주차 요원을 무릎 꿇리거나 직원의 따귀를 때리는 갑질 사건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권력으로 오해받은 권리
이러한 소비자 갑질 문제가 생겨난 데엔 서비스 경쟁의 과열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의 발달로 서비스의 질과 양을 타인과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며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높아졌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업의 고객 맹종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써 소비자는 ‘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는 ‘을’의 상복하명 관계가 형성되며 소비자의 힘이 권력화된 것이다. 동등해야 할 관계가 상하 관계로 변질되자 권리를 남용하고 오용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진 의식도 갑질 소비자 양산에 한몫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해(利害)만을 생각하는 의식 속엔 타인에 대한 배려나 관용이 쉽게 결여되곤 했다. 그들의 의식 저변엔 존중받길 바라면서 존중하는 자세는 갖춰지지 않은, 가는 말이 곱지 않음에도 오는 말은 곱길 바라는 아이러니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를 갑질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실이 사회를 더욱 병들게 했다. 제대로 대우받고 권리를 누리는 소비자, 그럴 자격이 있는 소비자, 즉 매너소비자가 되는 방법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최근 한 채용정보업체가 실시한 매너소비자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감동을 준 고객의 매너로 ‘인사를 상냥하게 받아줄 때’ 그리고 ‘서비스에 감사함을 표할 때’가 꼽혔다. 간단한 인사 한마디면, 상대를 생각해 주는 작은 마음이면 우리는 매너소비자가 될 수 있다.
Manners maketh man. 영화 〈킹스맨〉에서 콜린 퍼스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대사를 남겼다.
이제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Manners maketh the consumer!” 매너가 소비자를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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