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Make TomorrowESG 10분 정책

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그린슈머

많은 기업이 ESG요소를 경영에 도입하면 과연 이익이 따라올지에 대해 고민한다. ESG경영이 이익으로 이어지는 접점이 있다. 바로 ‘그린 마케팅’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그린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자.

글 문성후

문성후 교수는 현재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ESG 관련 도서인 [부를 부르는 ESG]를 집필했다.





ESG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접점, 그린 마케팅

기업은 인풋 대비 아웃풋 즉 비용을 투입했을 때 수익이 나와야 그 활동을 경영으로 일상화한다. 그래서 ESG 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ESG를 필수적인 경영요소로 고려하며 전략적으로 내재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ESG에 투자하는 만큼 과연 수익이 나오고 있을까? 아직은 많은 국내기업이 ESG 성과를 수치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ESG를 하긴 해야겠고, 하지만 당장 돈은 안되니 기업으로서는 ESG가 코스트센터가 되는 건 아닌지, 그러다가 ESG경영이 더뎌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그런데 ESG가 수익으로 환원되고 회수되는 접점이 한 군데 있다. 바로 ‘그린 마케팅’이다.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며 내부적으로도 건강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고객이나 소비자는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한다는 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고객으로서는 어차피 구매할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좋은 임팩트를 끼치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공정세대라고 불리는 MZ세대의 소비 성향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릴 정도로 디지털에 익숙하고 기성세대보다 정보 공유와 소통, 교류에 월등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그 정보를 다시 전파하며 자신들만의 영향력과 소비력을 강화한다. 스스로 ‘미닝 아웃’이라고 지칭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기꺼이 드러내고 이에 동의하는 그룹들과 함께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그 가치관을 공고히 한다.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 불매운동(보이콧)이 있는가 하면, 사회에 선한 일을 하는 기업의 제품은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구매운동(바이콧)도 있다. 조그만 가게라도 선행을 베풀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 가게를 응원한다며 주문으로 혼쭐을 내주자는 ‘돈쭐낸다’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에어비앤비가 숙박비 일부를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에게 기부한다는 말에 노쇼(No-show, 예약이나 약속을 취소하지 않고 나타나지 않는 일)가 넘쳐나지만 그래도 일부러 에어비앤비를 예약한다는 세대, 그들이 바로 MZ세대이다.


지속가능한 투어를 만들어나가는 콜드플레이

▲ 지속가능한 세계 공연을 펼치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콜드플레이(Coldplay)라는 세계적인 음악 밴드가 있다. 그들이 한번 월드투어를 하면 순이익만 500억 원이 생긴다. 그런데월드투어라는 말 안에 이미 이동이라는 뜻이 있고, 특히 세계를 순회하는 공연이니 그 이동량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동과정에서 엄청난 탄소배출과 자원 소모가 이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콜드플레이의 월드투어는 한편으로는 무척 반환경적인 경제활동이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2년간 공연을 쉬고 대신 ‘지속가능한 세계공연’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콜드플레이의 팬들 대다수가 MZ세대인 만큼 당연히 콜드플레이의 활동이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게다가 다른 음악 밴드나 심지어 기업에까지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측면에서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었다. 그 결과 콜드플레이는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며 친환경적인 세계공연을 기획했고 올해부터 그 공연이 시작되었다.우선,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하며 공연한다. 무대 바닥, 중앙 홀 등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전기 댄스 무대에서 팬들이 공연을 보며 쿵쿵 뛸 때 전기가 공급되어 공연에 필요한 전력이조달된다. 또한 팬들이 직접 페달을 밟아 전기가 발생되는 자전거를 객석에 설치하여 쇼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도 한다. 순회공연을 위해 이동할 때마다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를 비행기에 사용한다. 지속가능한 항공연료는 재생이 가능한 폐기물로 만들며 운송 시 탄소 배출량이 낮은 항공에너지이다.
콜드플레이는 자신들의 음악 장비를 고집하지 않고 과감하게 현지 장비를 최대한 이용하여 장비 운송과 그에 따른 탄소배출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음악 공연을 보러 가면 관람객들은 팔목에 LED 팔찌를 찬다. 이 팔찌는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콜드플레이는 100% 퇴비화가 가능한 식물기반 재료로 만든 LED 팔찌를 제공하고 행사 후에는 회수하여 소독 및 충전한 뒤 다음 투어 때 재사용한다. 공연 때 사용하는 특수효과용 색종이는 100% 생분해 가능한 재질로 제작하여 쓰레기를 더는 만들어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치 소비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그린슈머

ESG에는 분명히 평판 효과가 있다. ESG를 잘하면 좋은 평판이 생긴다는 말이다. ESG를 처음 제시한 2004년 보고서 ‘먼저 관심을 갖는 자가 승리한다’에서도 ‘ESG를 잘하면 앞으로 점점 중요해질 평판과 브랜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취지의 문장이 나온다.
ESG 경영을 한다고 해서 거대한 담론을 제시하며 지구 전체를 바꿀 방법을 찾을 필요는 없다. 가장 좋은 ESG 실천 방법은 기업이 스스로 이익을 거두며 만들고 있는 ESG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다.
콜드플레이가 공연하며 양산하는 탄소나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여러 시도와 노력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랬을 때 MZ세대는 기꺼이 ‘녹색 소비’를 선택하며그 기업의 활동에 박수를 보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사용하는 ‘그린슈머(Green+Consumer)’가 된다.
앞으로 MZ세대의 구매력은 급증할 것이다. 기업이 ESG를 하면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MZ세대 소비자로부터선택받을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에 모두 ESG를 투입하는 것이다. 그린슈머들은 ‘가치 소비’에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