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온이 4℃가 오르면 지구는 상당 부분이 생물학적으로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게 된다. 히말라야산맥에는 얼음이 절반만 남고, 북극은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소 폭탄을 맞고, 깊은 열대나 중위도 지역에서는 홍수가, 메마른 아열대와 지중해 지역은 사막화가 진행된다.
4℃가 상승한 세계에서는 가뭄과 홍수가 모두 심화될 것이다. 심지어 건조했던 지역도 갑자기 심한 폭우에 노출될 수 있으며, 헐벗은 산기슭은 물을 보존할 수 없어서 산사태나 침식을 겪거나 순식간에 홍수에 휘말릴 것이다.
[네이처 기후변화]에 기고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더 높아져 더워진 미래에서 홍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불 보듯 뻔하다. 과학자들은 지중해나 유라시아 서부 같은 건조한 지역에서 홍수의 빈도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동남아시아나 적도 근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 걸친 넓은 지역에서는 홍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늘날 1℃ 상승한 세계에서 100년에 한 번 발생할 홍수는 4℃ 상승 시나리오에서 1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이다.
2017년 [지구의 미래]에 실린 논문은 일곱 가지 기후모델의 산출물을 합친 결과 지구 기온 4℃ 상승의 영향을 받는 인구가 유럽, 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일본 등 15개국에서 1,000%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과학자들은 “놀라운 점은 4℃ 상승한 온난화로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홍수 위험이 20배 이상 높아졌으며, 그에 따라 이들 국가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인구가 가장 많은 3개국 안에 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위 10국은 순서대로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미얀마, 파키스탄, 태국, 이집트, 나이지리아, 우즈베키스탄이다. 그러면 사용 가능한 물이 전반적으로 귀해지는 동시에 이런 나라들의 국민 수백만 명이 정기적인 홍수 재해에 직면하게 된다. 농작물을 기르거나 양식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적당한 강우보다 일일 강수량이 극한값까지 치솟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홍수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전 세계적으로 500% 정도 증가하며, 유럽에서는 연간 100만 명이 피해를 입고 그 피해액은 매년 1,000억 유로에 달할 것이다.
늘어난 강수량과 심해지는 홍수는 여러 장소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 세계 산맥의 낮은 고도에서 눈이 사라지면서 비로 전달되는 강우량이 많아지고 겨울에 강의 수위가 높아진다. 따뜻한 비가 급작스럽게 눈이 녹은 물과 합쳐져 유출수의 양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비에 내린 눈’(Rain-onsnow) 사건은 북아메리카 서부에서 50% 넘게 상승하며 시에라네바다, 콜로라도주 강 상류 지역, 캐나다 로키산맥의 홍수 위험을 최대 200%까지 높인다. 대기 중 수증기의 긴 흐름인 ‘대기 강’은 대륙의 서쪽 면에 장기적이고 격렬한 강우를 유발할 수 있는데, 상승치 4℃ 시나리오에서는 이 흐름이 더 길고 넓어지며 강해진다.
이것은 스코틀랜드에서 오리건까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규모로 며칠에서 몇 주간의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미다. 또한 해안에 위치한 유럽 국가들은 폭풍과 폭우가 합쳐져 지역을 범람시킬 수 있는 ‘복합 홍수’(Compound flooding)가 발생할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2019년 논문에 따르면 핫 스폿 지역은 브리스틀해협과 영국 데번주, 콘월 해안은 물론 네덜란드와 독일 북해 연안까지 포함된다. 특히 네덜란드는 상대 해수면 상승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복합 홍수가 일어날 위험성은 3배이다. 이미 대서양 사이클론이 자주 강타했던 노르웨이의 베르겐 주변 해안은 복합 홍수가 5배나 증가할 것이다. 전 세계의 다른 고위도 해안 지역에서도 비슷한 예측이 가능하다.
지구 기온 4℃ 상승 단계에 이르면 대규모의 피드백이 시작되면서 온난화 과정을 도저히 멈출 수 없도록 소용돌이치게 한다. 그 진원지는 북극이다. 오늘날 북극 전체는 영구 동토층이 녹고 있다.
그러면서 1,500만km²의 땅이 내려앉고 숲 한가운데에 갑자기 분화구가 열린다. 호수는 몇 시간 안에 가득 차거나 배수되고 한때 북극의 얼었던 늪이 녹으면서 수백만 톤의 메탄 거품이 아오른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30배나 강력한 지구온난화 기체이며, 전 세계의 온난화 습지에서 방출되는 메탄은 이제 전 세계 온도를 0.2℃ 정도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냉대림이 북극해 연안의 동토 지대인 툰드라까지 퍼지고 있지만, 매년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곤충과 번개로 인한 불로 손실되고 있다.이것은 전 지구를 둘러싼 숲 지대 역시 탄소의 순 방출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더 나빠질까? 약 1조 5,000억 톤의 탄소가 먼북쪽 땅에 매장되어 있으며 이것은 산업혁명 초기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배출한 양보다 약 3배 많다. 표준 기후 모델은 이 가운데 10분의 1 미만이 세기말까지 대기로 사라질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현장 연구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런 되먹임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토양의 맨 위 3m에 북극 탄소 총량의 최소 절반이 몰려 있다. 이탄소의 상당량이 메탄으로 배출되고 있는 가운데 4℃ 상승한세계에서 영구 동토층의 탄소 배출 되먹임이 가속되면서 연간0.5℃에서 1℃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다. 이 온도 상승에 추가적인 지구온난화가 더해지면 이번 세기가 끝날 무렵 우리는 훨씬뜨거워진 세계의 문을 열 것이다. 바로 5℃ 상승한 뜨거운 온실같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