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신뢰, 이해하고 믿는 마음
‘신뢰’는 그 사람이 완벽하기 때문에 믿고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그가 불완전하다는 걸 알지라도 그 사람을 완벽하게 보는 법을 배우려 애쓰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고 단단하게 지탱해줍니다.
찬 바람 불어오는 계절, 우리 마음의 온도를 데워줄 ‘신뢰’를 주제로 한 책을 소개합니다.


믿음과 배신, 질투와 외로움
여우
산불로 타버린 숲에서 날개 다친 까치를 발견한 개. 더 이상 날 수 없다는 상실감에 빠진 까치에게 개는 자신도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위로하며, 둘은 서로의 눈과 날개가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로운 둘 사이에 여우가 끼어든다. 개는 아무런 의심 없이 여우를 맞아주지만, 까치는 “여우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애야. 누구도 사랑하지 않아, 조심해”라며 경계한다.
여우는 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신이 개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며 개를 두고 떠나자고 유혹하고, 까치는 이를 따라나선다. 빠르게 달리는 여우의 등 위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 즐거움을 맛본 까치, 하지만 여우는 붉은 사막 위에 까치를 두고 떠나버린다.
개와 까치, 여우를 통해 믿음과 배신, 질투와 외로움 등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 그림책. 강렬한 그림체가 서늘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깊은 숲속에 사는 동물의 본능과 갈등을 콜라주, 오일페인트, 아크릴, 수채화, 왁스 등 중후한 재질감으로 표현했다. 수직과 수평으로 나열된 독특한 문자 배열이 까치와 개, 여우의 감정 변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마거릿 와일드 저, 파랑새
마거릿 와일드 저, 파랑새

‘저 사람을 믿어도 될까?’에 대한 과학적 해답
신뢰의 법칙
누군가를 믿는 것은 일종의 도박과도 같다. 위험 요소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사회에 깊은 신뢰가 깔려 있을수록 배신자들이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믿고 얼마만큼 믿어야 할까? 데이비드 데스테노의 <신뢰의 법칙>은 믿음과 의심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며 ‘신뢰’라는 도덕적 문제를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신뢰성’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며, 애초에 일관적으로 신뢰할 만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신뢰란 움직이는 것이고,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누구를 믿을 것인지 끊임없이 예측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신뢰’라는 단일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이기심과 협력, 불신과 신뢰의 균형점을 지속해서 찾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데이비드 데스테노 저, 웅진지식하우스
데이비드 데스테노 저, 웅진지식하우스

나에 대한 의심과 너에 대한 불신을 신뢰로 묶어주는 농구코트
슬램덩크
만화 <슬램덩크> 속 주인공들에게 ‘팀워크’는 썩 잘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다. 자칭 ‘농구 천재’ 강백호, 자기 자신 외에는 누구의 실력도 믿지 않는 서태웅, 자신감이 부족한 정대만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코트 위 다섯 명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연대가 생긴다. 드리블을 선호하던 서태웅이 패스를 하고, 정대만이 자신을 믿으며 3점 슛을 쏘아 올린다. 서로를 믿으며, 나 스스로를 믿으며 그들은 우승을 향해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완결 후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타당한 가치를 감동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 아닐까. 올 초 3D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하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한 명작.
다케히코 이노우에 저, 대원씨아이
다케히코 이노우에 저, 대원씨아이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가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엄마의 말뚝>, <나목> 등으로 한국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가 박완서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나 출간된 에세이집.
전쟁과 분단, 상실과 고통 등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던 시대의 거장 박완서는 그럼에도 나를 버티게 한 것은 꿈과 사랑, 믿음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를 엿보며,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는 존재함을 믿게 된다.
박완서 저, 세계사
박완서 저, 세계사
“사람을 믿었다가 속았을 때처럼 억울한 적은 없고, 억울한 것처럼 고약한 느낌은 없기 때문에 누구든지 어떡하든지 그 억울한 느낌만은 되풀이해서 당하지 않으려 든다.
다시 속기 싫어서 다시 속지 않는 방법의 하나로 만나는 모든 것을 일단 불신부터 하고 보는 방법은 매우 약은 삶의 방법 같지만 실은 가장 미련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믿었다가 속은 것도 배신당한 것에 해당하겠지만 못 믿었던 것이 실상은 믿을 만한 거였다는 것 역시 배신당한 것일 수밖에 없겠고 배신의 확률은 후자의 경우가 훨씬 높을 것이다.”
- part 1 마음이 낸 길 中
- part 1 마음이 낸 길 中

우리 생을 이루는 것들
맡겨진 소녀
무심한 부모 아래 자란 한 소녀가 어느 여름 먼 친척 부부의 집에 잠시동안 맡겨진다.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소녀는 이 낯선 곳에서 그동안 겪어온 것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맞이한다.
손 한 번 잡아준 적 없는 아빠와 달리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춰 걸어주는 어른을 만나며 소녀는 관심과 배려, 신뢰와 사랑이라는 감정을 생에 처음으로 느낀다.
<타임스> 선정 ‘21세기 출간된 최고의 소설 50권’ 중 하나로 꼽히며 국제 문학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고 있는 아일랜드 작가 클레이 키건의 국내 초역 작품으로,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말없는 소녀> 역시 세계 관객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커다란 집과 푸짐한 음식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사랑과 배려, 믿음이야말로 우리의 생을 이루는 것인지 모른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잔잔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수작.
클레어 키건 저, 다산책방
<타임스> 선정 ‘21세기 출간된 최고의 소설 50권’ 중 하나로 꼽히며 국제 문학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고 있는 아일랜드 작가 클레이 키건의 국내 초역 작품으로,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말없는 소녀> 역시 세계 관객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커다란 집과 푸짐한 음식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사랑과 배려, 믿음이야말로 우리의 생을 이루는 것인지 모른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잔잔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수작.
클레어 키건 저, 다산책방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의
보트하우스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욘 포세의 초기작. “나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불안과 강박에 대해 다룬다.
마침표 없이 쉼표로만 구성된 문장은 처음 그를 만난 독자들에게 당혹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누구든지 금세 그 리듬감에 빠져들며 독자들 또한 화자의 불안감에 동승하게 된다.
이름 없는 화자로 등장하는 ‘나’는 어린 시절 친했지만 지금은 멀어진 친구 ‘크누텐’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아내와 함께 고향에 휴가를 온 크누텐을 보며 소설 속 ‘나’는 이름 모를 불편함과 위기감을 느낀다.
그리고 친구의 아내와 엮이며 세 사람 사이는 복잡하게 치닫는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관계에는 균열이 생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존재인 ‘타인’에 대하여, 그리고 ‘다른 존재에 대한 불안감’에 대하여 <보트 하우스>는 인상적인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1997년 노르웨이에서는 29분 분량의 중편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욘 포세 저, 새움
욘 포세 저, 새움
“난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문밖에 나선 지도 몇 달이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불안감이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고, 내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난 무엇이든 해야 한다.”
- 8쪽 中
- 8쪽 中

다정함과 신뢰로써 진화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절함은 나의 약점을 보이는 것’이라고 믿어온 인류에게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가 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오늘날 사회적 통념에 과학적 근거를 들며 친절하게 반론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이다. 저자는 적자생존이 아닌 친화력과 협력이 진화의 핵심 키워드라고 말한다. 인간은 다른 종보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다. 손짓과 몸짓, 표정으로 상대의 생각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스스로의 감정 반응을 조절하면서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해 올 수 있었다. 적자생존이 진리이며, 신뢰보다는 의심이 시대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오늘날, 인류가 더 나아갈 수 있는 해답은 인간이 지닌 다정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저, 디플롯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이다. 저자는 적자생존이 아닌 친화력과 협력이 진화의 핵심 키워드라고 말한다. 인간은 다른 종보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다. 손짓과 몸짓, 표정으로 상대의 생각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스스로의 감정 반응을 조절하면서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해 올 수 있었다. 적자생존이 진리이며, 신뢰보다는 의심이 시대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오늘날, 인류가 더 나아갈 수 있는 해답은 인간이 지닌 다정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저, 디플롯
“유인원의 친척 가운데, 오직 보노보만이 우리를 괴롭혀온 치명적인 폭력성에서 벗어난 종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죽이지 않는다. 탁월한 지능과 지성을 뽐내는 인간이 하지 못한 것을 보노보가 성취한 것이다.”
- 3 오랫동안 잊고 있던 우리의 사촌, 106쪽 中
- 3 오랫동안 잊고 있던 우리의 사촌, 106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