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부터 사상 최악의 폭염·한파까지 수많은 위기가 지구를 덮치고 있다. 우리는 자연이 위기의 원인이라 생각하지만 여타 생명의 처지에서 보면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을 오염시킨 인간이 원인일 것이다. 지구를 떠날 수 없는 인간과 인간을 버릴 수 없는 지구, 두 위기의 존재가 공존할 방법은 없을까?
오래전 지구에 여러 차례 빙하기가 찾아왔던 것처럼 기후는 인간 활동과 무관하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약 1만 년 전부터 지구는 거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했고, 덕분에 인류는 안정적인 기후 속에서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다. 산업화 이후 경제활동 과정에서 기후는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산업화로 대기 중에 누적된 탄소가 온실효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는 자연적인 기후 변동성을 압도하는 인위적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100년 만에 무려 1℃ 이상 지구의 평균온도를 상승시켰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할 때 25배나 빨라진 속도로 우리는 지구의 평균온도 변화를 만드는 중이다.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소극적 대처로 일관했던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최근에는 기후 ‘위기’(Crisis), 기후 ‘재난’(Disaster), 기후 ‘재앙’(Catastrophe) 같은 표현까지 등장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시급성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기후변화는 그저 지구 평균온도가 조금 오르고 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표현되는 인위적 기후변화는 원자폭탄이 1초에 4~5개씩 폭발하는 수준의 엄청난 에너지가 지구, 특히 해양에 흡수되어 해양순환을 바꾸고 지구 기후 시스템 작동 원리를 변화시킨다. 전 세계 도처에서 각종 기상이변과 전례 없는 수준의 자연재해가 속출하는 원인이 바로 지구온난화다. 바닷물의 수온이 증가하고 빙하가 사라져 전 지구적인 물 순환과 열 교환 시스템이 바뀌면서 폭염, 한파 같은 극한 기온부터 폭우, 폭설, 가뭄 등 극한 강수량 문제가 연이어 발생한다. 태풍, 홍수, 산사태, 해일 등 자연재해의 특성조차 변화시켜 기후 재난을 넘어 기후 재앙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기후변화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식물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 생태계 전반이 변화하고 생물다양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며 인류의 절멸까지 우려할 상황이다.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였던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인류는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근접했다. 200년 안에 지구를 버리고 떠나라!”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야심만만하게 민간 우주여행을 시작했고 화성 식민지 건설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지구를 버리고 떠날 능력이 없다. 사실 능력은 차치하더라도 우리에겐 그럴 자격이 없다. 산업화 이후 물질 성장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지구 환경을 악화시켜왔기에 우리는 그동안 누린 자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인류는 이 기후 위기 속에서 다 함께 생존한다는 공존의 해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고 너무 빠른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 각종 손실과 피해로부터 복구하는 노력 등을 전 지구적인 규모로 빠르게 실천해야만 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¹⁾, ESG²⁾, RE100³⁾ 등 지속 가능 방식으로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위해 최근 나타나는 일련의 움직임은 모두 심화하는 기후 위기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들이다. 기후 위기가 더욱 심화하며 돌이킬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앞서 제시한 3가지 해법이 그 첫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