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다
미식도, 예술도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어야 가능하다
이욱정 ㈜마인드앳플레이 대표

‘요리’라는 렌즈를 통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다큐멘터리 PD 이욱정. 그가 최근 요리 외 자동차, 교육, 의료 등 테마에 다양한 변주를 주며, 인간의 창의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속 가능성의 해답 또한 인간의 창의성을 통해 찾아질 것이다.


Q, 국내외로 종횡무진 움직이며, 매우 바쁘게 지내신다고 들었습니다.
A. 의학과 교육, 자동차 디자인에 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 중이라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푸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주로 만들었는데 변화를 꾀하고 있지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삶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공간이 바로 병원이기에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종합병원인 세브란스에서 1년 가까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어요.
Q. 평소 다양한 테마에 관심이 많은 편이신가요?
A. 다큐멘터리의 본질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거예요. 만드는 사람 역시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고, 그걸 프로그램에 녹이지요. 제가 마인드앳플레이(MIND at PLAY)라는 독립 제작사를 차렸는데요, 번역하자면 ‘노는 기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창작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일하자는 거지요. 다큐멘터리로 시청자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본질을 가져가면서도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희망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파운드케이크.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 중인데, 여러 기업에서 CSR 활동으로 클래스에 참여한 후 후원에 동참하고 있다. 이욱정 PD의 작업실이자 그가 대표로 지내는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이 자리한 검벽돌집.
Q. 에너지 문제에도 관심이 많으시다 들었어요.
A. 맞아요. 요즘 기후변화와 에너지의 미래, 두 가지 키워드에 관심이 깊어요. 기후 이변에 관해서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만들어 유튜브로 방영한 적이 있고요. 에너지에 관한 관심은 어느 날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문뜩 떠올린 생각에서 비롯했어요. 거대 철탑들이 산과 산을 넘어 전국으로 전기를 보내고 있는 현상에 새삼 놀라며 에너지에 관한 생각을 지속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촬영할 때도 종종 고압선에 눈길을 빼앗기다가 문득 ‘아, 지금의 문명은 전기 문명이구나’ 하는 사실을 인식했어요.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드릴까요? 세브란스 병원은 서울에서 열한 번째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곳이에요. 전기 공급이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만약의 때를 대비해 예비 발전기를 8대나 준비해놓았지요. 그걸 보면서 ‘현대의학이라는 것도 전기 없이는 무용지물이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현대인이 늘 곁에 두는 영상 매체도 그렇지요. 전기가 없으면 관람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키는 창의성에 있어요.
인류가 지속 가능성을 이뤄낸다면,
그건 곧 창의성으로 만들어낸 결과일 겁니다."

Q. 전기의 중요성이 문자적인 의미를 넘어 생존에 직결된 문제로 다가왔다는 말씀이시지요?
A. 전기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하는 문제가 인류의 미래와 직결되었으니까요. 이전에는 화석 연료만으로도 충분했지요. 화석 연료를 발견하고 인류는 약 250년 만에 엄청난 기술의 발전을 이뤄냈잖아요. 어떻게 보면 현대는 화석 연료에 중독된 문명이지요. 그런데 이 상태를 지속하는 건 불가능해요. 생태계를 바꾸는 문제니까요. 그래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발견과 발전이 필요한 거고요.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활동에 많은 기업이 동참하길 바란다는 이욱정 ㈜마인드앳플레이 대표.
Q. 생태계의 변화가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는 걸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도 종종 체감하시나요?
A. 예를 들어 저는 음식에 관심이 많은데 이게 단순히 ‘먹는 문제’에 한정한 주제는 아니에요. 지속 가능성과도 연관된 문제지요. 안심하고 먹을 음식, 물, 공기가 없는데 무슨 미식이 있고 예술이 존재하겠어요. 사람 간의 갈등이나 불평등이 심화하면 이 세계는 지속 가능할 수 없어요. 전기가 문명을 움직이는 동력인 것처럼, 저는 사람 사이에도 안 보이는 전기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네트워크이고 가치이고 관계죠. 그렇기에 연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말하고 싶어요.
Q. 그렇다면 PD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이뤄낼 수 있으리라 예견하시나요?
A. 결국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로 귀결되는데요, 저는 인간의 창의성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은 관찰을 통해 논리를 발견하고 과학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물론 이런 과학적 사고, 창의성이 저주가 됐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도 창의성에 있어요. 인류가 지속 가능성을 이뤄낸다면, 그건 곧 창의성을 발휘해낸 결과일 겁니다.

검벽돌집 한쪽에 놓인 그의 책. 검벽돌집 1층 내부. 누구나 방문 가능하며 홀수 달에는 희망피자, 짝수 달에는 희망베이커리로 바뀐다. 수익금은 모두 공익 목적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