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봄바람 따라 여수에 갔다
봄 하면 청춘이고, 청춘 하니 푸른 바다가 떠올랐다. 노랫말 때문일까.
무엇보다 피어나는 꽃을 보며 가장 이른 봄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수로 갔다.
여수와 한국서부발전이 연을 맺었다. 액화천연가스발전소가 자리할 터를 잡은 것이다. 봄이 먼저 찾아오는 남쪽 도시, 여수를 거닐기로 한 그때부터 설렘은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여수까지 가려면 KTX로 장장 3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여수행 비행기가 넘쳐났던 것 같은데, 이륙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오래 걸려도 할 수 없네”라며 투덜대다가 이번에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즐겨보자던 계획을 떠올리곤 홀로 무안함을 느꼈다.
지속 가능한 여행의 첫 번째 조건은 교통수단 중 탄소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 이용을 줄이는 것. 무심코 떠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이동할 때는 친환경 수단을 이용할 것,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기, 지역 식재료를 활용하는 음식점 찾아가기. 이 정도라도 실천해보자 싶어 여수엑스포역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오동도를 첫 목적지로 삼았다.

오동도를 산책하다 보면 중간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용굴. 오동도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며 용굴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남쪽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오동도는 두 가지 지속 가능한 이동 방법이 있는데 걷거나 자전거 타기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둘러보기 좋은 섬이다.
SPOT 1
동백꽃으로 수놓은 섬, 오동도
동백꽃으로 수놓은 섬, 오동도
여수는 사람이 사는 유인도 48개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 317개, 총 365개의 섬이 바다를 수놓은 도시다.
오동도는 바다 위에 핀 모양이 오동잎을 닮아 이런 이름 붙여진 섬으로 수려한 외양을 자랑하는데, 무엇보다 섬 전체를 빼곡히 채운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에서 꽃이 만개할 때 가장 아름답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오동도까지는 도보로 20분 남짓. 걸어가는 동안 여수세계박람회기념관과 아쿠아플라넷 여수 등 한 번쯤 들러 볼 만한 공간들이 위용을 드러냈다. 공영자전거 ‘여수랑’을 곳곳에 비치해놓아 자전거를 타고 섬 주변을 여행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었다. 요즘은 자율주행 셔틀을 타고 해양 공원 전체를 둘러볼 수도 있다. 이내 마주한 오동도에는 막 피어나는 동백과 연인들, 용도 쉬어 간다는 용굴과 갯바위를 두드리는 파도, 흰 등대, 파도 위의 윤슬이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오동도까지는 도보로 20분 남짓. 걸어가는 동안 여수세계박람회기념관과 아쿠아플라넷 여수 등 한 번쯤 들러 볼 만한 공간들이 위용을 드러냈다. 공영자전거 ‘여수랑’을 곳곳에 비치해놓아 자전거를 타고 섬 주변을 여행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었다. 요즘은 자율주행 셔틀을 타고 해양 공원 전체를 둘러볼 수도 있다. 이내 마주한 오동도에는 막 피어나는 동백과 연인들, 용도 쉬어 간다는 용굴과 갯바위를 두드리는 파도, 흰 등대, 파도 위의 윤슬이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한려해상 케이블카는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국내 최초 해상케이블카다.
SPOT 2
여수를 한눈에, 해상케이블카
여수를 한눈에, 해상케이블카
섬을 벗어나 스카이타워로 향했다. 한려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돌산도의 놀아정류장 전망대까지 이동하며 여수를 한눈에 담기 위함이었다.
여수 케이블카는 바다 위를 지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국내 최초 해상케이블카로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개통되어 연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자산공원과 돌산공원을 잇는 1.5km 구간을 오가는데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을 이용하면 바다 위를 떠다니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여수 명소들이 작은 모빌처럼 보였다. 폐 전라선과 돌산대교, 하멜등대 근처의 낭만포차 거리에는 한낮의 한적함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다 고소동 천사벽화마을을 보는데 ‘아, 이게 여행의 묘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부대끼던 일상사에서 한 걸음 떨어지는 것, 잠깐 고민거리를 내려놓고 다른 이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그러다 함께 오면 좋을 이를 떠올리는 것.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묘미 말이다.
여수 명소들이 작은 모빌처럼 보였다. 폐 전라선과 돌산대교, 하멜등대 근처의 낭만포차 거리에는 한낮의 한적함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다 고소동 천사벽화마을을 보는데 ‘아, 이게 여행의 묘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부대끼던 일상사에서 한 걸음 떨어지는 것, 잠깐 고민거리를 내려놓고 다른 이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그러다 함께 오면 좋을 이를 떠올리는 것.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묘미 말이다.

몽돌로 가득한 무슬목해변은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SPOT 3
해변을 빼놓을 순 없지, 무슬목
해변을 빼놓을 순 없지, 무슬목
여수를 방문했다면 바닷가를 거니는 여유는 만끽해야지 싶어 몽돌해변으로 유명한 무슬목으로 향했다.
이순신 장군의 전승지였던 이곳은 왜군의 피로 붉게 물들어 ‘피내’라고 불렸다. 마주한 바다는 한없이 태평하고 파도에 깎여 사면이 둥그레진 몽돌만이 가득했다.
“터의 내력을 더듬는 것은 먼 훗날로 이어지는 어느 지점에 지금을 얹어보는 일”이라 했던가. 고요한 풍경 속에 서서 여수 시인 성미영의 시 한 구절을 떠올렸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과 꼭 다시 와야지 다짐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터의 내력을 더듬는 것은 먼 훗날로 이어지는 어느 지점에 지금을 얹어보는 일”이라 했던가. 고요한 풍경 속에 서서 여수 시인 성미영의 시 한 구절을 떠올렸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과 꼭 다시 와야지 다짐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여수에서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선어회 한 상 차림
봉산동 41번 포차.
SPOT 4
노포에서 즐기는 선어회 한 점
노포에서 즐기는 선어회 한 점
여행의 종착지는 봉산동 41번 포차였다. 셰프 박찬일과 레이먼 킴이 오랜 단골이라는 이곳은 원래 연등천 다리의 포차 거리에 자리했다.
박찬일 셰프의 책 <노포의 장사법>에는 ‘전기도 밧데리도 없이 카바이드로 불을 켜고 장사했던, 석유풍로와 연탄 화덕으로 닭발을 굽던 연등천 명물 41번 포차’로 기록되었던 곳.
2018년 어엿하게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맛집으로 재탄생했다.
여기서 맛볼 수 있는 것은 선어회. 여수 사람들은 새벽에 들어온 활어를 손질하여 저온 유통하는 선어회를 즐긴다. 활어회보다 감칠맛이 뛰어나고 숙성회처럼 부드러운 것이 매력. 철에 따라 가장 맛있는 회를 접시에 내주는데, 이날은 참돔과 삼치, 민어와 병어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아, 역시 여수에 간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병어와 민어의 무른 살, 그 감촉이 다시 떠오른다.
여기서 맛볼 수 있는 것은 선어회. 여수 사람들은 새벽에 들어온 활어를 손질하여 저온 유통하는 선어회를 즐긴다. 활어회보다 감칠맛이 뛰어나고 숙성회처럼 부드러운 것이 매력. 철에 따라 가장 맛있는 회를 접시에 내주는데, 이날은 참돔과 삼치, 민어와 병어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아, 역시 여수에 간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병어와 민어의 무른 살, 그 감촉이 다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