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WALK in INCHEON
상생의 도시, 인천을 걷다


오래된 역사와 근현대사의 흔적이 함께 어우러져 남아 있는 곳. 무작정 낡은 것을 없애는 대신, 그 안에 새롭고 현대적인 모습을 만들어 나아가는 곳. 인천은 다양한 삶의 풍경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보면 볼수록 다니면 다닐수록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그리고 인천에는 수도권 전력공급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청정발전단지 서인천발전본부가 있다. 이곳은 천연가스(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녹색기업’ 인증 친환경발전소로서 전력 수급 요청에 유동적으로 대응 가능해 안정적인 전력 운영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인천에 상생의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싱그러움이 더해가는 5월, 인천을 찾았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재탄생한 인천아트플랫폼의 외관 곳곳에 즐비한 뉴트로 감성의 맛집들 인천거리 곳곳을 장식한 아름다운 벽화
SPOT 1
배다리 헌책방거리
많은 배를 대던 곳, 배를 이어 붙여 다리를 놓았다는 데서 유래한 ‘배다리’는 헌책방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20여 개 헌책방이 즐비하던 과거의 전성기는 지났지만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 ‘한미서점’,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 ‘집현전’, ‘아벨서점’, ‘삼성서림’ 등이 굳건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한옥책방 ‘마쉬’, 무인서점 ‘나비날다’, 시집과 예술서를 전문으로 다루는 ‘시와 예술’ 같은 독립서점들이 거리에 개성을 더하며 오래된 헌책방거리에 뉴트로 문화가 더해져 MZ세대가 사랑하는 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이 밖에도 북카페, 공방 등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이곳은 앞으로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나갈 것이다.

배다리 헌책방거리로 들어가는 길목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나비날다’ 책방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한미서점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한 인천문화양조장
SPOT 2
차이나타운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무장한 차이나타운. 용 장식이 눈길을 끄는 입구 대문부터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소박하면서도 다정한 한국 문화 속에서 강렬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한국 속의 작은 중국 같다. 한국인의 대표 외식 메뉴 짜장면이 탄생한 곳이 바로 여기이기도 하다. 국수에 춘장과 고명을 얹어 먹는 중국 전통 요리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일종의 퓨전 음식이 지금의 짜장면이고 이것을 중국에서 인천으로 건너온 화교들이 팔면서 널리 퍼져나갔다고 한다. 차이나타운에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 공화춘부터 시작해 짜장면 맛집이 즐비하니 작은 중국 안에서 중식을 즐길만하다. 식사 후에는 탕후루, 공갈빵 등 중국 전통 길거리 간식을 맛보는 재미도 빠트리지 말자.

한국 속의 작은 중국 차이나타운 입구
SPOT 3
개항로와 인천아트플랫폼
차이나타운과 자연스레 이어진 개항로는 동인천 나들이 코스의 묶음 세트로 꼽힌다. 개항박물관, 한국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대불호텔 전시관, 대한통운의 어쿠스틱한 변신을 자랑하는 인천아트플랫폼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광역시가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옛 대한통운 물류창고, 인쇄소 등 근대 건축물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멋스러이 가득하다.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입주 예술가의 스튜디오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수준 높은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니 눈여겨보자.

강렬한 벽화가 인상적인 인천아트플랫폼 거리
SPOT 4
인천의 부두와 포구
인천은 엄연히 바다를 낀 항구도시다. 도심 번화가, 주택가, 산업지구가 두루 어우러져 있다 보니 정작 인천 시민들은 인천이 항구도시라는 사실조차 잊기 일쑤라 한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일찍이 바다에서 생업을 이룬 인천 시민들이 있었다. 바다에서 구한 먹거리로 업을 삼은 어부가 있었고, 인천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물품들은 인천 산업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부두와 포구를 빼고는 인천을 설명할 수 없다. 과거 수도 한성의 입구에 해당하는 인천 제물포항이 열리면서 일본을 비롯해 청나라 상인과 서양의 선교사, 외교인들이 잇따라 첫발을 내디딘 곳이 인천이다. 폐쇄적이던 조선의 실질적인 개국이 인천항 개항을 통해 시작된 셈이다. 바다와 함께하는 인천,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인천은 다양성과 개성을 지닌 아름다운 모습으로 상생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의 관문에 해당하는 연안부두
SPOT 5
답동성당
배다리 헌책방거리의 다채로운 문화공간에 흠뻑 취해 개항로 웨딩거리 방향으로 10여 분 걷다 보면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답동성당이 멋스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답동성당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성당 건축물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종교적 위엄은 물론 건축물 자체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1897년 건립 이후 두 차례의 내부공사는 있었지만 옛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20세기 초에 지어진 우리나라 교회 건물의 보편적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다. 답동성당은 단순히 성당이라는 종교적 의미만을 지닌 곳은 아니다.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의 성지였고 핍박받는 노동자를 기꺼이 품어 안아주는 곳이었으며, 간절했던 매 순간 사회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민주화의 횃불을 밝히며 굵직한 근현대사를 함께해왔다. 인천 개화기 거리 도보 관광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이곳은 이렇게 역사적 의미와 아름다움을 함께 지니고 있다.

답동성당을 통해 엿볼 수 있는 20세기 초 교회 건축양식 역사적 의미를 지닌 답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