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드글라스는 금속산화물이나 안료로 구운 색판 유리 조각을 접합해 만든 유리공예다. 주로 창이나 천장에 쓰여 채광과 장식을 겸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 스테인드글라스에 김포의 끝자락, 보구곶의 이야기를 담은 조완희 작가를 만났다.
글. 정재림 사진. 고인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메인으로 하고 있는 조완희 작가입니다. 공예나 조각을 포함해서 평면으로, 또 입체적으로 공간 속에 두는 설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체성이 없는 게 저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응용미술 융합 작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원래 전공은 응용미술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재료든 미술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은 호기심이 이어져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으로 설치미술, 나무공예, 조각, 회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의 예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청년일 때,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 김중업 선생님께서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해 소개해 주시면서 이런 작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추천하셨습니다. 금속이나 목재, 돌, 나무와 같은 소재로 만든 작품은 한번 설치가 되고 나면 작품 이면의 장면은 보이지 않게 되지요. 하지만 유리 소재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흔들리는 나무, 떨어지는 빗방울, 지나가는 구름 등 자연물이 그대로 투영됩니다. 실제의 모습이 유리에 드리워지는 게 제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스테인드글라스는 자연과 융합한 작품인 것입니다.
최근 작은미술관 보구곶에서 진행한 <빛의 정원 in 보구곶> 전시 작품이 접경지역 속 보구곶의 풍경과 닮아있다고 했는데요. 스테인드글라스의 차가운 성질과 빛이 만나 생기는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보구곶의 어떤 면면에서 발견했는지 궁금합니다.
강원도 동강 근처에서 태어나 제천을 거쳐 서울에서 공부하고 일을 했는데, 당시에 테헤란로는 자고 일어나면 건물이 높아져 있을 정도로 개발의 붐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작업을 하는 데 한계가 있겠다고 판단하고 김포로 작업실을 지어서 들어왔지요. 남한강을 따라 살아왔으니, 이번에도 강을 따라 서쪽으로 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서울에서 김포로 온 지 25년이 됐습니다. 김포는 모든 강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고, DMZ가 있어 평화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남북을 오가는 철새들의 도래지이기도 하고요. ‘빛고을’ 하면 광주가 생각나는 것처럼 김포는 ‘금파’로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초록빛의 들판이 펼쳐지고, 가을에는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논이 펼쳐지죠. 추수철에는 갈색으로, 또 눈이 덮이면 흰색으로. 이렇게 계절에 따라 변하는 색깔이 스테인드글라스와 닮아있습니다.
지역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느낀 김포의 장점이나 단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포가 서울과 가까이 있기는 하지만 제가 있는 김포 하성면 마근포리는 강 건너가 바로 북한입니다. 공방으로 오려면 민통선 검문소도 통과해야 하죠. 같은 김포라도 반은 긴장을 품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서울과 가장 가까우면서 또한 가장 먼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면 서울로 나갈 때는 편하지만 서울에서 진입하기에는 먼 곳이라고 느껴질 수 있겠지요. 하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면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은 점차 더 가까워지고 소통이 되는 이점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나무 숲, 모자이크, 86X82cm
물고기, 글라스블럭 모빌, L 33cm
매화병, 라이팅, 43X33cm
지역 내 다른 예술가들과 어떻게 교류하고 있나요?
지난 11월에 김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문학과 미술이 만나는 굴렁세-요기조기>라는 융복합 예술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김포 5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 평화, 사회성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자유롭게 마음과 사고를 굴리며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창작활동의 세계를 펼쳤습니다. 시인 두 분, 화가 다섯 분 그리고 사이언스아트와 미디어아트 제작의 협업이었습니다. 김포 지역의 역사와 접경지, 습지, 한강하구, DMZ, 신도시와 조화로운 가치를 시민에게 전달하기 위함이었지요.
앞으로 김포에서 펼쳐 나가고자 하는 작품의 방향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합니다.
지난 일 년을 마감하면서 김포문화재단의 김포예술인 플랫폼 메타버스 갤러리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온라인으로 가상의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전시로 갤러리 1관에서는 드로잉 작품을, 갤러리 2관에는 미디어아트를, 갤러리 3관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또 스마트폰과 터치펜을 사용해 그린 회화작품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하기도 했고요. 이렇듯 새로운 시도들로 계속해서 다양한 융합을 이어나가려 합니다. 한국서부발전의 모든 임직원 여러분이 실생활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계시는 것처럼 저는 정신적인 에너지를 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또 다른 융합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