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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 2024 JANUARY + FEBRUARYㅣVOL. 117

걷다

이야기가 있는 김포 북변동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오래된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그리고 다시 큰 도로로 나오면 요즘 말로 ‘힙하다’는 몇몇 가게가 눈에 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김포 북변동은 과거와 현재를 품고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글. 임혜경 사진. 정우철

마음을 경건하게 김포성당
경기 김포시 북변로 29-12

AM 10:00

김포 북변동에는 역사를 품은 공간이 많다. 김포성당도 그중 하나다. 짧지만 경사가 높은 입구의 언덕길을 오르면 두 개의 성당이 보이는데, 갈색 건물은 이전한 현재의 김포성당(신축), 밝은 회색 벽돌로 된 건물이 옛 김포성당이다. 1946년 걸포리 공소에서 걸포리 성당으로 승격된 김포성당은 그때까지만 해도 초가집이었다. 1949년 김포성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사제관을 짓는 등 성당 건축을 진행했으나 6·25전쟁으로 중단됐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뻔했지만 신도들이 석재를 직접 캐고 날라 건축 자재를 마련한 덕분에 1956년 완공됐다. 정면 중앙 상부의 종탑과 뾰족한 아치 형태의 창호에서 6·25전쟁 이후 석조 건축물의 형태를 엿볼 수 있다. 등록문화재 제542호로 지정돼 건축사적으로도 의미 깊은 곳이다. 북변동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신도들이 사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빈티지한 감성을 담은 올리브앤피스
경기 김포시 북변중로 65번길 15

AM 11:00

김포성당을 빠져나와 번화한 북변동 중심으로 가본다. ‘100년의 거리’라는 이름답게 오래된 간판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덕지덕지 붙어있다. 올리브앤피스는 그 간판들 사이 골목길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게으른정원’과 ‘홍두깨칼국수’ 사이 골목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나온다. 북변동 골목길의 건물들과는 사뭇 다른 감성의 가게 외관과 간판이 독보적으로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외관과 어울리는 앤티크(Antique)한 그릇과 가구가 가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빈티지한 느낌이 예뻐 어느 자리에 앉아도 사진이 잘 나오지만 사진 명당은 창가 자리다. 가장 인기 있다는 연어베이글 샌드위치는 풍성하고 고소한 맛이다. 거기에 커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매일 올리브앤피스 창가 자리에 앉아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좋겠지만 가게는 아쉽게도 금, 토, 일만 연다고 하니 참고해서 찾기를 바란다.

층마다 다른 재미 가득 해동1950
경기 김포시 북변중로 53

PM 12:00

해동1950은 북변동 거리를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곳이다. 이 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감성의 그림이 건물 외벽에 크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해동1950은 지하 1층 편집숍 ‘MELT’, 1층 카페, 2층 ‘로컬책장’, 3층 전시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1950년 당시 해동서점이 있었던 자리가 2019년, 구도심활성화 프로젝트로 새롭게 문화공간으로 태어난 것이다. 1층 한편에 마련된 해동서점의 사진과 김포인쇄사의 사진이 이 공간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1층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지하 편집숍으로 내려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료가 나왔다면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다가 2층 서점 구경도 해보기를 바란다. 층마다 콘셉트가 달라서 지루할 틈이 없다.

조용히 책 속으로 게으른정원
경기 김포시 북변중로 51-1 2층

PM 13:00

해동1950에서 몇 걸음 더 가면 조그마한 간판이 보인다. ‘게으른정원’의 간판이다. 간판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비로소 게으른정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카페인가 싶지만 여기는 아담한 동네 책방이다. 입구부터 빼곡하게 채워진 이소현 대표의 감성들이 돋보인다.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살아온 이 대표는 책방을 차리기 전까지 북변동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북변동은 고향처럼 익숙하고 포근해진 동네로 자리 잡았다. 북변동에 대한 애정이 책방 곳곳에 묻어난다. 예쁜 손글씨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는 책은 이 대표가 추천하는 책들이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사진, 책방 주인에게 건네는 정성 가득 메시지들이 붙은 벽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게으른정원이 북변동을 찾는 사람들과 오래, 가까이 문장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격도 맛도 착한 오달통분식
경기 김포시 북변중로 65번길 56

PM 15:00

게으른정원 유리창에 붙은 지도를 보니 북변동 웬만한 식당들은 대부분 수십 년 이상 장사를 이어오고 있었다. 추천할 만한 곳에는 친절하게 별 표시를 해놓았으니, 북변동을 처음 찾는 사람들이라면 이 지도를 사진 찍어 놓고 기억해 두자. 오달통분식은 그 지도 속에서 무려 별 두 개가 표시된 곳이었다. 게으른정원에서 나와 김포향교 쪽 골목길로 가다 보면 나온다. 30년이라는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허름한 외관의 분식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추억 여행을 온 듯하다. 노란 간판부터 테이블까지 정겹다. 인기 메뉴는 라쫄떡볶이, 라면, 김밥이다. 맛도 맛이지만,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은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가격이라는 점이다. 라쫄떡볶이는 2,000원, 김밥은 1,500원···. 가장 비싼 메뉴가 물/비빔냉면인데 3,500원이다. 만원으로도 두 사람이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북변동의 또 다른 볼거리

하루로만 아쉬워 다시 또 북변동을 찾을 계획이 있다면 ‘북변5일장’과 ‘ㅂㅂ갤러리’를 잊지 말자. 2일, 7일마다 열리는 북변오일장은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하다. 날짜를 잘 맞추고 오면 재미난 시장 풍경을 볼 수 있다. ‘ㅂㅂ갤러리’는 ‘북변’의 초성을 따서 만든 북변동 문화공간이다. 전시나 클래스가 있을 때 문을 열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와야 한다. 해동1950과 함께 북변동 거리를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ㅂㅂ갤러리’라는 간판이 워낙 멋스러워서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다. 집밥을 먹고 싶다면 수연식당, 추운 겨울에 따끈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홍두깨칼국수를 찾을 것. 북변동 골목의 상징과도 같은 송미여인숙은 북변동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탄생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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