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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윤리적 효능감의 시대

2021년 일부 공직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막대한 수익을 챙긴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해당 공공기관은 기능이 축소되고 인력을 감축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사건의 영향으로 새로운 법안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올해 5월 19일부터 시행된 ‘이해충돌방지법’이 그것이다. 이처럼 사회구성원은 사회의 불공정에 반응하고 소비를 통해 의사를 표현하며 특히 공공영역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은 ‘윤리적 효능감’이 높아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윤리적 소비와 거버넌스적 요구를 통해 세상을 보다 공정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이 사회구성원의 사회참여를 이끈 것이다.


글 김혜영
교육컨설팅그룹 울림 김혜영 대표는 기업윤리경영과 청렴강연으로 이 시대의 어른들과 만나고 있으며,
유튜브·블로그·브런치 등을 통해 일상의 윤리 이슈를 재미있고 의미 있게 소통하고 있다.





뉴노멀, 윤리경영을 요구하다

‘효능감’이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또는 기대감’을 의미한다.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윤리적 효능감이 증대된 배경에는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과 온라인으로 생활 방식이 재빠르게 재편되면서, 개념 속에만 머물던 4차산업혁명이 우리 일상 면면에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IT 기술의 눈부신 성과를 절감하면서 개별적 단절과 동시에, 끈끈하게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역설적 현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세상은 단절되었지만, 투명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SNS로 연결되어있다. 경영환경 역시 과거의 밀실경영이 아닌 투명한 광장에서의 경영구조로 변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제 윤리적이지 않은 기업은 기업 생태계에서 더는 생존할 수 없다. 윤리경영은 하면 좋은 잉여(剩餘)의 관념적 가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역량이되어 버린 것이다. 윤리경영은 이윤추구와 동시에 사회적 가치도 함께 지향하므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영방식이다. 다시 말하자면 기업은 조직내 리스크를 능동적으로 인식하여 제거해냄으로써 지속가능을 실현할 수 있다고 재해석할 수 있다.


윤리경영의 필수역량, 윤리적 감수성

과거 명절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한 해 동안 감사한 마음을 선물과 함께 표현하는 것이 관행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공직자들이 명절 선물을 받는 것은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이번에는 회식을 한번 떠올려보자. 과거에는 ‘위하여’를 외치고 한 잔 마시고 나서 옆에 앉은 부하직원에게 술 한잔 따라보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았었나? 그러나 지금은 직장 내 괴롭힘 혹은 직장 내 성희롱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왜 과거에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문제가 되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윤리적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말은 지금 현재는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문제가 될 만한 현상이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을 경영 측면에서는 ‘리스크’라고 표현할 수 있고, 이 리스크를 재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는 역량이 바로 윤리적 감수성이다.

윤리적 감수성, 윤리적 이해관계자로부터 시작

리스크를 알아차리는 손쉬운 방법은 윤리적 이해관계자인 ‘S.P.I.C.E’ 를 기억하면 된다. 이는 ‘이해관계자 이론’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우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대상자를 윤리적관점에서 재해석한 개념이다. S는 ‘Society’로 국가, 지역사회, 인권 및 환경 등 보편적 가치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공직자인 나의 의사결정과 행동이 Society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한 후 행동을 해본다면, 사회적 관점에서 야기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는 제거하게 되는 셈이다. 반환경적 기업 행위라든가, 국가의 건전성을 해치는 행위들이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P는 ‘Partner’로 계약사, 협력사, 하부기관을 일컫는 개념이다. 이른바 ‘갑질’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적 관계에서 비롯될 수 있는 윤리적 해이를 미리 점검해보는 것이다. I는 ‘Investor’로 투자자, 주주 그리고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출자사, 상부 기관 혹은 국가기관 등 투자를 통해 일종의 경영권리를 획득한 주체들을 의미한다. 우리는 투자자의 니즈를 윤리적 관점에서 예측해봄으로써 잠재적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다. ESG경영의 거버넌스(G) 측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C는 ‘Customer’로 우리의 서비스와 재화를 구매, 소비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고객 혹은 민원인이라 볼 수 있는데, 이른바 ‘소극행정’을 통해 시민들의 불만을 통제하지 못하여 신뢰가 훼손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E는 ‘Employee’로 내부근무자 즉, 자기 자신을 포함한 동료, 부하직원과 상사 그리고 그들의 가족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직장 내 성희롱’ 이슈가 E를 민감하게 고려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라고 이해할 수 있다.

국내 공공기관의 윤리경영 사례

윤리적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윤리경영을 실천한 국내의 공공기관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 사건은 민간영역뿐만 아니라 공공영역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고질적 현상이다. 특히 계약관계에서 청탁 등 다양한 부패 현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불공정거래 전문성 보유기관인 대한건설협회와의 협업을 통해 불공정거래 계약조건을 개선 및 모니터링을 위한 규정을 개설하고 선제 대응체계를 구축하였다. 국내 대부분 공공기관이 내부적으로 갑질문화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외부의 전문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갑질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는 파트너를 고려한 윤리경영의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조직 내 MZ세대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자와의 청렴한 관계를 형성한 부산항만공사의 윤리경영 사례를 살펴보자. 부산항만공사는 입사 3년 이하의 MZ세대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루키’(Rookie)를 신설·운영하여 기존과는 차별화된 다양한 청렴 문화 확산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중 눈에 띄는 활동은 외국인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외국인 대상 청탁금지법 홍보’ 정책을 수립해 지속해서 교육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밖에도 청렴골든벨, 부서 간 대항전, 청렴캠페인 등 발랄한 방법을 활용했으며 그 결과 신입직원의 공공정책 이해도가 증대되어 상향식(Bottom-up) 방식의 청렴 조직문화가 조성되었다. 이는 직원과 파트너 모두를 대상으로 진행된 스마트한 윤리경영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하향식(Top down)의 윤리경영 사례를 살펴보자. 강원랜드는 내부평가 시 리더의 반부패 참여 활동의 미흡과 청렴 소통의 부족이 조직의 윤리경영 실천에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기관장의 직접 참여를 기반으로 청렴정책 추진체계를 개편했다. 대표적으로 9명으로 구성된 청렴정책 최고 심의기관인 ‘인권·윤리경영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이 과반이 넘는 5명이 외부의 전문가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의사결정의 전문성과 견제성을 담보할 수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구축하므로 지속가능한 조직으로의 안정성를 꾀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하이클린실천추진단’과 ‘공정사회청렴정책기획단’, ‘윤리경영팀’ 등을 신설해 윤리경영의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조직개편에 주력했다. 그 결과 기관장과 임원의 청렴 신뢰도가 상승하고 권익위 청렴도평가 및 부패방지시책평가에서 지속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강원랜드 사례는 조직 내 거버넌스 측면에서 윤리경영을 실천한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의 윤리경영, 누구를 위한 것일까?

작년 기획재정부는 아래 [표]와 같이 공공기관 윤리경영을 위한 표준모델을 내놓았다. 6대 핵심요소와 10대 추진전략을 제시한 이 모델은 공공기관 윤리경영의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것은 윤리경영을 요구하는 사회적 변화 때문이다. 이른바 윤리적 효능감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발휘되는 시대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윤리경영은 누구를 위해 필요한 것일까. 국가를 위해서? 우리 조직을 위해서? 아니다. 일차적 이유는 이 글을 보고 있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다. 지속가능한 내가 존재해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한국서부발전과 건강한 국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니 기억하자. 윤리경영의 출발은 나 자신이고 윤리경영을 업무와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우리가 한국서부발전과 우리나라를 지속가능하게 지켜나갈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윤리경영,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언제 할 것인가? 윤리경영의 시작점은 바로 우리 자신이고 지금 바로 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