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예측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3℃ 상승할 경우 아프리카 대륙의 큰 부분인 북쪽의 사헬과 남쪽의 짐바브웨, 잠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가로지르는 지역에서 기온이 치솟고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경작이 실패하고 수확량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이로 인해 전 세계인들은 식량도, 물도, 가축도 사라진 이제껏 본 적 없는 규모의 기근에 직면할 위험에 처한다.
사람이나 동물과 마찬가지로 식물인 농작물에도 ‘내열성 문턱’이 있다. 인도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34℃를 넘어서면 밀의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하며, 다른 실험에 따르면 기온이 재배 기간의 평균치보다 2℃ 따뜻해지면 밀의 수확량이 50% 감소했다. 미국 과학자들은 옥수수의 경우 열을 견디는 임계온도가 29℃이고 콩은 32℃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 두 작물은 인류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네 가지 가운데 두 가지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기아를 피하기 위해 무척 중요한 작물이다. 임계온도가 반영되면 미국에서 옥수수와 콩의 생산량은 이번 세기에 기온이 3℃ 상승한다는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2분의 1에서 3분의 2까지 감소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3℃ 상승 시나리오에 평균의 함정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타 지역보다 열 스트레스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미국 중부 내륙, 캐나다 남부, 동유럽 평야 지대, 러시아 남부, 브라질 남부, 중국 동부 등은 세계적인 곡창지대다. 전 세계 평균 기온이 3℃ 상승하는 동안 이들 지역의 여름은 훨씬 큰 폭의 기온 상승을 보여 곡물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농작물에 열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전 지구적 고온 지대’ 가운데 인도반도 북부가 포함되는데, 수억 명의 남아시아 주민들이 인도에서 생산된 식량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이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단일 식량 생산 지역이라 할 수 있다. 2019년 [환경연구회]에 발표된 최근의 전망에 따르면 한때 미래 식량생산의 큰 희망이었던 캐나다조차 온난화 상승치가 2.5℃를 넘기면 밀과 카놀라, 옥수수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2003년 유럽의 폭염은 이런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엿보게 한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옥수수 수확량이 1년 전보다 36%나 기록적으로 감소했으며, 프랑스에서는 옥수수와 사료 생산량이 30% 감소했고 과일 수확량은 25%, 밀 수확량은 21% 감소했다. 어쩌면 유럽의 농부들은 이번 세기 후반에 옥수수 대신 파인애플이나 야자유 등 대체 작물을 재배해 이런 온난화 흐름에 적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인류에게 필수적일 식량 작물을 생산하는 광대한 경작지의 손실을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기온이 3℃ 상승한 세계에서는 전 세계 인구가 100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작물 수확량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증가한 인구를 먹여 살리고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전 지구적으로 식량 생산량을 2배 늘려야 한다. 하지만 3℃ 상승 시나리오에서는 식량 생산이 반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온난화에 따른 상승치가 3℃를 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가뭄에 대한 내성이 높은 작물을 재배하거나 필요한 경우 새로운 유전 공학 기술을 활용해 열에 강한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농작물을 생산하는 주요 지역을 북쪽으로 옮기고, 기후대의 이동에맞추어 다른 종류의 식량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난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토양 보호, 바이오 연료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채식에 기초한 식단 장려하기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온도가 조절되는 인공 환경에서 훨씬 더 많은 양의 식량, 특히 단백질이 많이 생산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유엔의 국제 협력체인 ‘세계 식량 계획’의 힘을 키워 전 세계가 생산하는 식량을 공평하게 나누도록 하고 어느 한 지역에서 작물 수확에 실패해도 다른 지역의 생산량을 늘려 상쇄되도록 해야 한다.이러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풍족하던 식량은 점차 절박하게 희소 자원이 되고 식품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악몽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