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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천리포수목원

▲ 민병갈 설립자가 선발한 품종인 큰별목련 ‘빅버사’

천리포수목원은 미국에서 태어나 1929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민병갈 박사(1921~2002)가 1970년에 설립했다. 관람객에게 단순히 나무의 아름다움만을 보여주기보다는 나무가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참사랑을 전달하고자 했던 설립자의 이념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천리포수목원을 각양각색의 목련꽃이 반기는 화창한 봄날에 찾아가 보았다.



이용시간 : 연중무휴 동절기(11월~3월) 09:00~17:00 / 하절기(4월~10월) 09:00~18:00
위치 :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
홈페이지 : www.chollipo.org
문의 : 041-672-9982

각양각색의 목련꽃이 반기는 천리포수목원의 봄

▲ 천리포수목원 초입 연못 앞에는 가장 화려한 목련인 ‘벌컨’을 만날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는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4월에 찾은 천리포수목원은 목련 축제가 한창이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각양각색의 목련꽃이 관람객을 반기고 있었던 것. 바다와 인접한 천리포수목원의 기후 특성상 3월까지는 이른 봄을 느낄 수 있지만, 목련이 피는 4월부터는 내륙에 비해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며 봄꽃을 늦게까지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천리포수목원은 봄이 되면 한 달 이상 목련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계절마다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계절 중에 가장 화려한 봄에 봄꽃을 즐기러 간다면, 6월부터 시작되는 여름에는 수국, 수련, 상사화 등이 피어나 잔잔한 바다 내음과 싱그러운 여름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가을은 내륙지역과는 사뭇 다른 은은하게 물든 단풍과 다양한 열매들을 만날 수 있고, 다소 삭막하게 느끼기 쉬운 겨울엔 호랑가시나무가 선명한 녹색 잎과 조랑조랑 매달린 붉은 열매로 관람객을 반긴다.




▲ 민병갈 박사 20주기를 기념해 재단장한 추모공원



민병갈 박사 20주기 기념해 재단장

천리포수목원 연못 위쪽에는 ‘민병갈 추모정원’이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올해 민병갈 박사의 작고 2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재단장했다. 그가 생전에 애정을 가졌던 목련과 호랑가시나무를 중심으로 정원을 꾸민 것. 특히 민 박사 흉상 앞에는 종벚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작은 연못과 조화를 이루어 사색하기 좋다.
민병갈 추모정원 옆에는 민 박사의 집무실을 관람할 수 있는 ‘민병갈 기념관’이 있다. 이곳에는 그가 아끼던 애장품과 식물일지를 볼 수 있다. 특히 창문에 새겨 놓은, 1999년 6월 한미우호상 수상 당시 그가 말했던 “나는 나무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나무는 항상 하늘을 우러러 솟으며 생명력이 넘친다. 모든 사람이 나무와 같은 삶을 살았으면 한다”라는 문구를 찬찬히 읽어보니 어느새 설립자의 나무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 민병갈 설립자의 집무실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장

현재 천리포수목원을 이끌고 있는 김용식 원장을 만나 천리포수목원의 설립 배경부터 미래비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천리포수목원을 소개해주세요.

민병갈 설립자가 처음 천리포에 땅을 사들이게 된 계기는 가난한 촌로(村老)의 부탁 때문이었지만, 무엇보다 천리포의 자연보전이 가장 우선이었습니다. 수목원을 조성할 무렵 서울대학교와 교류하면서 우리나라에 수목원다운 수목원이 없음을 아셨고, 자신이 살아갈 나라에 수목원을 만든다면 큰 선물이 될 것이라 여기셨죠. 또한, 우리나라 토종 식물이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점도 수목원을 설립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천리포는 수목을 키우는 데 여러 장점이 있지만, 토양의 척박함이나 강수량의 부족 등 수목의 생육에 꼭 좋은 환경만은 아닙니다. 이러한 역경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수목원이 된 것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민병갈 설립자는 설립 초기부터 교육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해외 유명한 식물원과 수목원에 직원을 보내 교육을 받게 했는데, 이것은 당시 대학에서도 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현재는 산림청의 지원으로 전국 대학생 중 26명을 선발, 10개월간 수목원에서 숙식하며 이론과 실제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은 국제활동도 활발히 펼칩니다. 국제식물원보전연합(BGCI), 국제식물원협회(IABG), 국제목련학회(MSI), 국제수목학회(IDS),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제목련보전컨소시엄, 국제단풍보전컨소시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일반 수목원과 다른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Q. 천리포수목원만이 가진 매력과 장점은 무엇일까요?

천리포수목원은 전 세계의 2,200여 개 식물원과 수목원 중에서 섬과 뭍을 끼고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거기에 하루에 두 차례씩 바닷물이 들고 나가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독특한 곳입니다. 자연지형과 옛길 또는 돌담 등을 그대로 살린 ‘자연 친화형 수목원’인 것이지요. 이곳은 16,882종류의 식물이 모여 삽니다. 따뜻한 제주도의 식물부터 시베리아의 추운 지방에 사는 식물까지 큰 문제 없이 한 곳에 키울 수 있는 아주 독특한 곳입니다. 이 중에서 특히 목련은 전 세계 87%인 871 분류군이 수집돼 있어 국제적으로도 대표적인 ‘목련 전문 수목원’으로 손꼽힙니다. 호랑가시나무 역시 565 분류군이나 수집돼 미국호랑가시학회(HSA)가 미국 이외에 프랑스와 천리포수목원 두 곳에만 공식적으로 인증했을 정도로 ‘호랑가시나무 전문 수목원’이기도 합니다.
다른 수목원과 달리 큰 나무를 옮겨 심은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것도 천리포수목원만의 특징이자 자랑입니다. 천리포수목원은 모든 수목을 씨나 꺾꽂이 또는 접목으로 번식하여 키워냈습니다. 또한, 병이 들었거나 웃자란 것 등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정이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요즈음 방문객의 큰 사랑을 받는 목련만 보더라도 꽃의 색이나 크기 또는 모양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땅까지 쳐진 가지에 흐드러지게 핀 모습처럼 자연 그대로 자란 모습에 많은 방문객이 감동하고 돌아갑니다.

▲ 천리포수목원에서 만날 수 있는 수선화 ‘테이트 어 테이트’와 마취목

Q. 천리포수목원의 운영 원칙은 무엇인가요?

첫째로, 설립자의 설립이념을 계승해 국제적인 수목원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정원을 만들려면 도서관, 식물표본실, 연구실 등이 뒷받침하는 수목원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국립수목원이나 국립생물자원관 등 정부의 관련 기관과 서울대학교 등 대학의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연구실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KB금융그룹의 지원으로 ‘민병갈식물도서관’ 을 개관했습니다.
지금의 모습은 척박한 땅에 지난 50여 년간 수많은 땀과 노력 또는 시행착오의 결과입니다. 그 결과를 보기까지 미래의 비전과 시각으로 씨를 뿌리고 거둔 설립자의 노력을 잊을 수 없습니다.
수목원을 가꾸는 일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효과는 단시일 내에 거둘 수 없듯 아름다운 수목원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이 노력과 사랑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두 번째 원칙입니다. 나아가 천리포수목원은 생물 다양성 보전이라는 관점에서 수목원의 역할을 고민하고, 수목원을 찾는 관람객에게 식물과 인간, 환경과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안내하고자 온 직원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무엇인가요?

민병갈 설립자는 관광목적이 아닌 자연환경의 보전과 식물의 전문교육에 큰 관심을 두셨습니다. 따라서 식물표본실, 도서관, 연구소를 밑거름으로 아름다운 정원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서해안과 이 지역의 섬에 자생하는 식물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집중적으로 수집하는 목련, 호랑가시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무궁화 등 5속 식물이 원예시장에서 정확한 이름으로 유통되는 기반이 되겠습니다.
또한, 방문객이 단순히 신록과 꽃 또는 단풍만 구경하는데 머무는 것보다는 자연과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식물을 제대로 보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원예, 산림 또는 조경 분야의 학생과 연구자에게 충실한 교육과 연구의 장소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