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를 태워 발전하는 가스터빈은 그동안 국내에 가동되는 전량을 수입산에 의존해왔다. 지난 4월 5일 우리 기술로 개발된 첫 번째 한국형 가스터빈이 한국서부발전이 건설 중인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자리를 잡으며 실증을 눈앞에 두고 있다.
▲ 한국형 가스터빈 설치 착수 기념식 모습
한국서부발전은 4월 5일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에 위치한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국내 최초로 개발된 한국형 가스터빈 설치착수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하영 김포시장, 박형덕 한국서부발전 사장을 비롯해 설계용역을 담당한 한국전력기술과 가스터빈 제작사인 두산에너빌리티 등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이충순 김포건설본부장의 경과보고, 두산에너빌리티 이상언 상무의 한국형 가스터빈 소개 및 의의 전달, 시공사, 기자재 공급사, 하도급사 등에게 감사패 수여, 박형덕 한국서부발전 사장의 기념사,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내외빈의 축사, 기념 테이프 절단 및 인양 행사 순으로 진행되었다.
▲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축사
한국서부발전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으로 지난 2013년부터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국책과제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8년 동안 1조 원 규모의 연구비용을 투자하며 2019년 발전용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과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설계, 제작 서비스 기술을 보유한 세계 5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초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수만여 개의 정밀 부품을 만들어 조립해야 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굴지의 글로벌 기업만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특히 항공기나 전투기의 회전 엔진의 원리와 동일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되어 있어 ‘장비 분야의 꽃’이라 불린다. 이번에 두산에너빌리티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국산 발전용 가스터빈은 1500℃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H급 터빈(터빈 효율 40%) 으로 초음속의 빠른 회전이 가능하다. 압축된 공기를 연료와 태워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서 핵심 장치로 꼽힌다.
이날 기념식에서 이상언 두산에너빌리티 상무는 “그간 국내에 공급한 발전용 가스터빈 161기는 전량 해외에서 도입된 제품으로 이번 한국형 가스터빈 개발 성과를 통해 발전 장비의 해외 의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국형 가스터빈 개발은 국산 발전 기자재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한국형 가스터빈의 의미를 설명했다.그동안 국내 발전사들은 가격이 비싼 외국산 가스터빈의 부품과 유지보수비용 때문에 부담을 많이 받았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술 우위의 제품으로써 독과점인 성격이 강해 국내기술이 없으면 도입 협상 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데, 이번 한국형 가스터빈 개발로 국내 발전사들이 협상에서 좀 더 나은 입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박형덕 한국서부발전 사장의 기념사
▲ 지난 2019년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서 조립공정 중인 한국형 가스터빈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설치된 한국형 가스터빈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설치되는 가스터빈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서 전력계통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Off-Grid)로 성능 실증을 수행했다.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설치 후 시운전을 거쳐 김포열병합발전소 완공 시점인 2023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2년간 전력계통에 연결(On-Grid)해 실제 발전하며 현장 실증을 진행한다. 박형덕 한국서부발전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국내 최초로 한국형 가스복합발전 시대를 열게 될 김포열병합발전소는 앞으로 국산 표준가스복합의 성능 향상과 운영기술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한국형 가스복합발전소 구축이 국내 발전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기념식이 열린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
우리나라가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개발에 성공한 것은 ‘주요장비 국산화’라는 측면에서 상징적인 사례이다. 특히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배출량이 석탄발전소보다 현저히 낮은 LNG 가스터빈 기술은 무탄소 발전인 수소 터빈 기술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또 친환경 에너지로의 대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LNG 발전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면서 “LNG 발전이 완전한 탄소 중립으로 가기까지 수십 년 이상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앞으로 정부는 무탄소 발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소‧암모니아 발전 로드맵’을 발표하여 한국형 가스터빈 기술개발 과정에서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수소 터빈 상용화에 성공해 수소 경제 선도국가로 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규제가 아닌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번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 자립화는 지역산업 생태계 구축, 부품‧소재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측면과 아울러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향후 실증 과정에서 민‧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관련 경험을 축적하여 우리나라 수소 터빈 기술개발을 한층 가속화하고 탄소 중립은 물론 수소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기를 기대해 본다.
▲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