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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학습자를 위한
특별한 도서

피치마켓 함의영 대표

피치마켓은 일반인과 다른 문해력을 가진 학습자가 눈높이에 맞게 글을 이해하도록 ‘쉬운 글 도서’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교육한다. 피치마켓을 이끄는 함의영 대표를 만나봤다.

정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

▲ 피치마켓이 발간한 쉬운 글 도서들

피치마켓은 발달장애인이나 경계선 지적 장애인 등 느린 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을 쓰고, 이것을 책으로 펴내는 일을 한다.
“경제학 용어 중 ‘레몬마켓’이란 것이 있어요. 겉은 보기 좋지만 먹을 수 없는 레몬처럼 소비자가 판매자보다 제품에 대한 가진 정보가 부족해서 저품질의 제품이 유통되는 시장을 의미하죠. 반대로 ‘피치마켓’은 마치 제철 과일인 복숭아처럼 싱싱하고 고품질의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을 일컫는 말입니다. 정보가 평등한 피치마켓처럼 일반 학습자와 느린 학습자 사이의 정보의 격차를 줄어 나가기 위해 ‘피치마켓’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책 중에 느린 학습자가 읽을 수 있는 책은 별로 없다. 기껏해야 아동도서뿐인 것. 그러다 보니 그들은 나이가 들수록 ‘글’과 ‘책’을 더욱 멀리하게 된다. 함의영 대표는 느린 학습자가 일반 학습와 그리고 이 사회와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정보의 나눔과 학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반 학습자는 나이대에 맞춰 문해력을 요구하는 책을 선택해 읽잖아요. 하지만 느린 학습자는 문해력이나 인지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같은 내용의 책을 읽더라도 이해하는 데 한계가 많습니다. 특히 최신 트렌드나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뉴스를 이해하기는 더욱 힘들죠. 그래서 단순한 명작동화 같은 아동도서만 읽던 느린 학습자에게 쉬운 글로 책이나 뉴스 등을 번안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쉬운 글을 넘어 함께하는 교육을 꿈꾸다

함의영 대표는 처음에는 저작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세계명작 위주로 쉬운 글 책을 만들었다. 그가 처음 펴낸 책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첫 책을 만들 때는 단순히 어려운 단어를 쉬운 표현으로 바꾸면 느린 학습자들이 이해할 거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이 책이 시장에 나왔을 때 책을 펴낸 의미나 의도 등 가치는 칭찬받았지만, 느린 학습자 중 책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느린 학습자는 어떤 포인트에서 어려워하는지 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했던 거예요. 그래서 두 번째 책을 바로 펴내지 않고 특수학교 선생님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1년 정도 느린 학습자들과 함께 등교해 수업을 들으며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문장 구조, 어휘, 논리적 흐름 등을 관찰하고 조사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두 번째 책인 [오헨리 단편선>]을 만들고 세 번째 도서가 계속해서 나오다 보니 어느새 200여 권의 도서를 펴내게 되었습니다.”
피치마켓은 도서 출간 이외에도 느린 학습자를 위한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한다. 여러 기관과 느린 학습자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직접 월간 [피치서가]를 발행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현안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피치마켓은 월간 [피치서가]를 비롯해 매년 30권 이상의 책을 출판하고 있어요. 특히 [피치서가]는 온전히 혼자서 읽는 책이 아니라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느린 학습자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특수학교에서 새로운 교육이 이뤄지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교육용 콘텐츠나 도구 개발에 더욱 힘쓸 계획입니다.”
느린 학습자가 겪는 정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피치마켓 함의영 대표. 단순히 쉬운 글을 넘어 함께 학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교육 환경 개선에 노력하는 그의 활동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