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Make Tomorrow6도의 멸종

“지구 기온 6℃ 상승”
지구상 가장 큰 멸종이 일어나다

지구 기온이 6℃ 오르면 지표면의 모든 얼음이 사라지고 북극과 남극 대륙은 수풀로 가득 차게 된다. 북반구는 높은 온도와 건조함 탓에 화재가 빈번해지고, 이로 인해 밤에도 낮처럼 환해진다. 생태계나 먹이사슬은 존재하지 않으며 적도 바다의 해수면은 너무 뜨거워져 그 무엇도 살아남을 수 없다. 열기가 너무 강한 나머지 비는 대부분 땅에 닿기 전에 증발한다.




본 글은 도서 [최종경고 : 6도의 멸종(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세종서적)]에서 일부 발췌한 글로
지구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변화하는 지구의 현상을 소개함으로써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한 칼럼입니다.






백악기의 초온실

이번 세기 안에 지구 기온이 6℃ 상승하면 지구에 엄청난 충격이 될 것이고, 여기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확실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분명한 것은 백악기 때 발생한 초온실 효과가 재현될 것이다. 지질학적 기록은 지구가 과거 몇 번이나 초온실 효과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4,900만~5,400만 년전 에오세 초기에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29℃로 산업화 이전기온인 14.4℃보다 거의 15℃나 높았다. 하지만 공룡시대 후반부로 잘 알려진 백악기 초기는 기온이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원인으로는 수만 년에 걸쳐 지구 맨틀에서 유출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마그마 지대인 ‘거대 화성암 지대’에서 화산이 폭발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꼽힌다.
이 시기의 특징은 ‘해양 무산소 기간’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졌을 정도로 무척 과열되고 산소가 부족한 죽은 바다였다. 생물들의 운명은 육지라고 해도 그렇게 낫지는 않았다. 계속 반복되는 아열대성 고기압 시스템은 전 지구를 둘러싸는 몹시건조한 사막을 발생시켰다. 지구 어디에도 얼음은 없었고 나무들은 북극과 남극 대륙의 가장 높은 곳까지 자랐다. 하지만 이 고위도 숲은 더위로부터 안전하지 않았고 종종 거대한 규모의 산불이 덮쳤다.
백악기 초온실 기간과 이번 세기 말에 마주하게 될 6℃ 상승한 세계모델의 공통점은 극지방의 극단적인 열기와 무척 건조한 아열대 기후를 갖춘 얼음이 없는 초온실 세계라는 점이다. 다른 점은 온난화가 일어나는 속도다. 백악기 초온실 상태를 촉발한 초기에는 탄소가 방출되는 데 최소 3만 년이 걸렸고, 지구 온난기에도 탄소배출 흐름이 4,000년에 걸쳐 발생했는데 이는 오늘날 진행 중인 온실가스 배출 속도보다 10배는 느린 속도다.


페름기의 대멸종

지난 50억 년 동안 지구의 자율 온도 조절제가 완전히 고장이 날 뻔했던 경우가 딱 한 번 있었다. 이 시기에 종의 90%가 멸종했고, 상황이 조금만 더 안 좋았다면 거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 뻔했다. 바로 페름기 말에 발생한 대멸종 사건의 이야기다. 모든 전문가는 이 사건이 발생하는데 지속적인 온난화가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에 동의한다. 페름기 말의 살해 메커니즘 가운데 일부는 오늘날에도 교훈이 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얼마나 전 지구적인 재앙을 몰고 왔는지에 대한 중대한 경고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페름기 말에는 오늘날처럼 여러 생명이 번창했지만 지질학적으로 유례없는 대격변을 거치며 대부분 사라졌다. 수백만 년에걸쳐 화산이 폭발하며 마그마는 땅속 깊은 틈에서 쏟아져 나와지표면에 존재하는 셰일과 석탄에 반응하여 폭발을 일으켰다.이때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와 메탄, 먼지, 수은 등의 유해물질이 배출됐다. 이로 인해 오존층이 소실되어 식물들의 광합성이불가능해졌고, 다량의 산성비로 식물은 멸종되고 바다와 토양은 빠르게 산성화 되었다. 생태계의 근본인 바다와 토양이 산성화 되자 지구는 가뭄에 더 취약해졌으며, 생태계가 붕괴하여90%에 가까운 종이 멸종했다.


오늘날 페름기 말의 대량 멸종이 닥친다면?

이미 지금의 인류는 인간 활동의 결과 산성비, 수은층이 형성된 바다, 해양 산성화, 오존층 감소 등을 직접 목격했다. 이 가운데 산성비와 오존층 파괴 문제는 현재 회복기에 들어갔지만, 페름기 말에도 역시 그랬다. 초기의 위기는 회복을 더디게 했고 이후 또 다른 위기가 닥치면서 생물 종이 더 파괴되었다.오늘날의 상황과 페름기 말의 상황을 겹쳐 놓으면 최소한 몇몇 장면을 눈에 그리듯 시각화할 수 있다. 북극에서 적도까지 전 세계의 모든 숲이 동시에 타오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바람에 밤에도 낮처럼 환하다. 연기가 걷히면 한때 무성했던 열대림과 눈 덮인 냉대림에는 헐벗은 땅에 그을음과 숯이 두터운 층을 이룬 모습만 남는다. 온난화의 열기는 극심해서 얼마 안 되는 동물만 살아남으며, 생태계라든지 먹이사슬은 이제 실질적인 의미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온실 효과는 더욱 가속된다. 적도 바다의 해수면은 너무 뜨거운 나머지 그 무엇도 살아남을 수 없다. 깊은 바다는 완전히 산소가 결핍되어 있고, 짧았던 인류 역사의 흔적이 검은색 찌꺼기와 중금속, 플라스틱층을 이루며 영구적으로 남아 있다. 해양의 먹이사슬 역시 강력한 산성화에 의해 붕괴하여 바다 생물들 대부분이 죽는다. 무척 깊은 바닷속에서 세균은 독성 황화수소를 생산하는데, 그중 일부가 대기로 방출되어 오존층을 공격한다.
여러 해에 걸쳐 가뭄이 지속된다. 북유럽, 러시아, 캐나다를 비롯한 모든 대륙의 내륙 지역에는 사막이 펼쳐진다. 때때로 거대한 폭풍우가 요란스레 지나가기도 하지만, 열기가 너무 강한 나머지 비 대부분이 땅에 닿기 전에 증발한다. 큰 규모의 계절성홍수가 오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평등해진다.
물론 살아남은 사람도 있을 테고, 그 가운데는 북극이나 남극의 피난처에 모여 사는 강인한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폐름기 말 대량 멸종이 발생했을 때도 모든 생물을 죽이지는 못했다. 인류가 대량 멸종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쓰라린 최후의 날까지 매달리는 마지막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6℃ 상승한 세계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이 일어나는데, 90%의 생물 종을 산 채로 죽음으로 내몰았던 폐름기 말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이 온난화의 가속도를 결정한다

다행히 아직은 지구 기온이 6℃까지 오르지는 않았다. 만약 당장 내일부터 전 지구적으로 탄소배출을 멈춘다면, 온난화는 1.5℃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탄소 관련 전 세계 온도 조절 장치는 여전히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앞으로 건설될 공항 활주로, 불이 붙을 석탄 보일러, 시동이 걸릴 가솔린 엔진처럼 아직 완결되지 않은 선택지들이 우리의 미래가 얼마나 뜨거워지고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청정에너지로 향하는 경로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나라들은 지열 자원이 풍부하다. 영국 같은 몇몇 국가는 강력한 해안 풍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상당수를 포함한 아열대와 열대 지역의 국가들은 공짜이고 무한한 태양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차세대 원전에 익숙한 국가들도 이런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탄소 문제에 마음을 다해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
1.5℃의 상승치가 2℃보다는 좋고, 2℃가 3℃보다 좋고, 3℃가 3.5℃보다 좋다. 우리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며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주저앉아서도 안 된다. 여전히 앞으로 수십 년에 걸친 우리의 선택이 이번 세기 동안 온난화가 얼마나 가속되는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