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지난해 ‘경제혁신 체인지 메이커’로 선정된 ‘(주)지방’의 조권능 대표를 만났다. 그는 군산의 숨은 매력을 콘텐츠화해 브랜드로 일궈내고, 크리에이터에게 연결하는 도시기획자다.
▲ 작업 중인 조권능 대표
조권능 대표가 설립한 주식회사 지방은 ‘Area Management’ (지역관리) 개념을 도입한 지역운영 회사다.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에서 특별한 가치를 발굴하고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공간을 연결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지역관리회사는 기존의 공공에서 행하던 서비스부터 민간의 브랜딩 마케팅 영역까지 포괄한 다양한 지역의 콘텐츠와 사람들을 엮는 지역 에이전시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DIT’(Do It, together)라는 메이커 문화 운동을 통해 지역에 메이커들을 모으는 일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현재 지방은 군산에서 오래된 시장을 리노베이션하여 청년 소상공인과 매칭시킨 ‘영화타운’, 마을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호텔 ‘WHOS’, 군산의 자원인 ‘청주’를 활용하여 브랜드를 만드는 ‘술익는 마을’ 등의 DI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같은 지방의 프로젝트들은 지방에서 창업하거나 정착하려는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의 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조권능 대표가 문화 운동을 통해 지방도시에 변화를 일으켜야겠다고 뜻을 품게 된 것은 학창시절 역사학 강연에서 들었던 ‘지방도시가 중심에서 소외된 변두리라는 것을 인정하자’라는 문장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군산에서 지방도시의 변화를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아요. 지방도시가 변두리이기 때문에 오히려 변화를 주도하고 더 혁신적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었죠. 이 믿음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 강하게 박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첫 단추를 꿰기까지 어려움이 많기 마련이다. 조권능 대표가 처음 도시재생 활동을 시작했던 시기만 해도 ‘도시재생’이란 말은 낯선 단어였다. 그래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혼자 가는 이 길이 과연 맞는 길인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지표도 선례도 없는 상황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거든요. 하지만 도시 관련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다 보니 전국에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존재만으로도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조권능 대표가 여러 지역 중 ‘군산’을 선택한 이유는 도시기획자 관점에서 봤을 때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기 좋은 매력적인 동네여서다.
“군산은 매우 ‘쿨’한 동네입니다. 항구도시의 특징일 수도 있고 역사가 짧은 도시이기도 한 이유일 텐데 사람들이 매우 개방적이어서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쉽게 수용하는 편이거든요. 실제로 이방인들이 다양한 형태로 도시를 바꿔왔고, 이것은 지방도시가 글로벌 문화 도시로 성장하는 필수적인 요건이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도시기획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런 사람들에게 가능하다면 골목 여기저기를 다녀 보라고 권유한다. 그곳에서 만나는 콘텐츠, 사람들이 하는 활동들을 접하게된다면 훨씬 더 입체적으로 도시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스토리를 알아가고 지금의 도시를 경험하며 느껴지는즐거움, 그것을 위해 저희 같은 도시기획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군산이라는 지역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로컬 프로덕트를 기획하는 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로컬이 글로벌로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거든요.”
▲ 지방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
조권능 대표는 지난해 ‘2021년 경제혁신 체인지메이커’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그동안 해온 일들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꾸준함’만이 지역혁신을 만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같이 상을 받은 다른 지역의 대표님들 대부분이 10년 이상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신 분들이더라고요. 체인지메이커는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뜻이잖아요. 항상 마음속에 ‘포기하지 말자’, ‘내가 하는 일에 믿음을 가지자’라고 생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해왔는데, 이곳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분들을 만나면서 ‘변화’에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꾸준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서부발전은 대한민국 사회혁신 체인지메이커 시상식을 통해 많은 지역 혁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음지에서 지역을 위해 움직이는 젊은 혁신가들에게는 지원과 응원이 절실하다.
“한국서부발전이 앞으로 체인지메이커 발굴 이외에도 지역에 필요한 로컬브랜드 사업 등을 지원하여 지역의 크리에이터를 육성한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가?’라는 고민하고 의심하는 젊은 혁신가들에게 희망과 응원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혁신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조권능 대표의 바람처럼 한국서부발전이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성장해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