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현재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전 지구적 과제가 되었다. 탄소 배출원 산업 중 첫 번째인 발전산업 분야에서는 온실가스저감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 세계 발전산업에서 화석연료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주목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Storage, CCUS)의 개념과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Storage, CCUS)은 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땅속 등에 저장(Carbon Capture&Stor-age, CCS)하는 기술과 더불어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Car-bon Capture&Utilization, CCU)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유용 자원물질로 전환하는 기술까지 포함하고 있다. 각 국가에서는 CCUS 기술 연구를 통해 인류가 배출한 탄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없애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정부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줄이고자 2018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여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7년 대비 24.4%에서 2018년 대비 40%로 대폭 상향한 바 있다. CO2를 포집하여 자원으로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통해 10.3백만 톤의 CO2를 감축하고자 하는 목표를 수립한 것이다.
제3차 녹색성장 5개년(2019~2023) 계획을 수립(2019.10)하여, ‘CCUS 원천 및 실증기술 확보’를 주요 추진과제로 설정하였고, 다부처 협업(국조실, 과기부, 산업부, 해수부, 환경부)을 통해 4개 분야에 대해 공동연구개발 추진을 제시하였으며, 다부처 공동기획을 통해 2021부터 2023년까지 CCUS 통합 실증을 추진 중이다.이처럼 CCUS 기술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최근 몇 년간 정부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2015년 파리협정이 채택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노력은 더욱 가시화되었으며, CCUS 기술은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기술적 수단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기존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부분의 노력은 저탄소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강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으나, 저탄소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까지 상당 수준의 시간과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이제는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처리· 활용하는 기술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가교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20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LULUCF* 제외)은 727.6백만 톤 CO2eq (이산화탄소 환산량)이며, 1990년도 총배출량 292.2백만 톤 CO2eq에 비해 149.0% 증가하였고, 2017년도 총배출량인 709.7백만 톤 CO2eq 보다 2.5% 증가하였다. 2018년 배출량 증가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분야는 에너지 분야로 전년 대비 16.7백만 톤 CO2eq로 2.7% 증가하였으며, 공공 전기·열 생산과 화학 업종에서 주로 증가하였다. 특히 2018년 분야별 CO2 배출 비중은 에너지 분야 93.7%, 산업공정 분야 5.3%, 폐기물 분야 1.0%로 에너지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대부분이 배출되었다.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도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 것은 천연가스 발전이 같은 기간 24.6%나 늘어난 영향이 크다. 탈원전·탈석탄 기조 아래 천연가스 발전이 더욱 늘어났으며, 지난 몇 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탈원전 과정에서 천연가스 발전 가동률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1kwh당 549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같은 단위의 석탄(992g/kwh)보다는 적지만, 원전(10g/kwh)보다는 50배 정도로 월등히 많은 수치이다.
정부는 2034년까지 수명 연한 30년이 넘는 석탄화력발전기 30기를 폐지하고 이 가운데 24기를 천연가스 발전기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어서 정부가 탈원전을 지키려다 탄소중립이라는 스스로 세운 목표에도 어긋나는 전력 계획을 수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하다는 점이 공론화되며, 배출된 탄소를 포집 및 저장, 더 나아가 활용할 수 있는 CCUS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세계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은 2020년 33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17.1% 성장하여 2025년 727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국내의 경우 2020년 44억 달러 규모에서 2025년 97억 달러 규모의 커다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CO2 배출량은 연평균 1.33% 증가하여 2030년 851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CCUS 시장의 성장 또한 가속화될 것이다.
CCUS 기술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로, CO2 배출권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CCUS 기술 시장도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에서는 CCUS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투자 증가와 국가 간 협력을 매우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 EU, 일본 등은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CCUS 기술로드맵을 작성하고 국가 차원의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며, 한국은 CCS 사업을 통해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국들은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가교 기술(Bridge technology)로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개발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재원이 소요된다. 따라서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 대안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관련 R&D를 추진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CCS 시설이 운영 중인 지역은 미국, 캐나다, 중국, 유럽 일부 국가, 호주, 브라질, 중동 일부 국가 등이 있으며, 특히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 다수 집중되어있다.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전산업 분야에 적용된 대형 CO2 포집기술은 ‘바운더리 댐’(Boundary Dam)과 ‘페트라 노바’(Petra Nova)가 유일하다. 2014년 캐나다 서스캐처원(Saskatchewan)의 바운더리 댐 발전소에서 발전 분야의 세계 최초의 대규모 탄소 포집 및 저장(CCS)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바운더리 댐 석탄화력발전소 3호기에 쉘(Shell)의 습식아민 공정인 Cansolv CO2 포집 공정을 160MWe 규모로 운전하였다. CO2 포집율은 95%로 설계되었으며 연간 약 1백만 톤의 CO2 를 포집하여 파이프라인으로 66km를 수송하고 웨이번(Weyburn) 유전에 EOR을 위해 주입되었다. 2017년 미국 텍사스 톰슨 지역에 있는 페트라 노바 석탄화력발전소 8호기는 미쯔비시의 습식아민인 KS-1 흡수제를 이용한 세계 최대 규모(240MW급)로 연간 1.4백만 톤 CO2 를 포집하여 파이프라인으로 132km를 수송한 후 텍사스 잭슨 카운티에 있는 웨스트 랜치(West Ranch) 유전에 EOR을 위해 주입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2030년까지 연간 400만 톤 이상의 CCS 구축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2년 천연가스의 생산이 종료되는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2025년부터 CCS 사업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동해가스전의 빈 지하 공간에 2025년부터 40만 톤씩 30년간 총 12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계획이다. 2021년 정부가 발표한 두 곳의 저장 가능한 용량은 군산 서쪽 해저인 군산 분지에 최대 5.4억 톤, 울산 동쪽 해저인 울릉분지에 1.93억 톤 등 모두 7.33억 톤으로 추정했고, 이곳에 개발된 기술을 보급 적용할 예정이다.발전부문에서 배출되는 CO2 포집기술은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제성을 확보한 포집제 개발 및 포집 공정의 상용화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의 경제성은 흡수제의 종류 및 성능(흡수제 질량 당 이산화탄소 흡수량, 흡수속도, 흡수제 재생 용이성)에 좌우되기 때문에 경제적이면서 성능이 높은 흡수제 개발이 중요하다.
발전산업 분야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해 현재까지 확보된 원천 및 실증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 사업까지 이어진다면 이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탄소중립을 통한 국제 흐름 속에서 한국서부발전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필연적이며, 이를 통해 우리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