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Make Tomorrow6도의 멸종

“지구 기온 1℃ 상승”
알프스의 양치기들, 산사태를 맞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인 IPCC에 따르면 앞으로 100년 동안 지구 기온은 6℃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우리가 사는 해안이나 숲, 강, 경작지, 산 등에 어떤 일이 생길까? 앞으로 6회에 걸쳐 지구온난화가 1~6℃까지 진행될 경우 지구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번 호는 온도가 1℃ 상승할 때 지구 환경의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내용발췌 최종경고 : 6도의 멸종(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세종서적)

2003년 스위스 마터호른에서 벌어진 산사태

2003년 7월 15일 새벽 4시 영국인 크레이그 히긴스와 빅터 손더스는 회른리산장을 나와 스위스의 명산 마터호른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세 개의 암벽을 타고 오른 다음 가파른 암반을 따라 회른리 능선의 중간 지점에 있는 두 번째 작은 산장까지 갔다. 새벽 6시쯤 히긴스와 손더스가 이 산장에 막 도착했을 때 산의 동쪽 면에서 어마어마한 산사태가 일어났다. 사방에서 돌이 굴러떨어지는 동안 그들은 산장 뒤에 몸을 숨겼다. 그때 방향을 돌려 가능한 한 빨리 하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산에는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서 두 영국인은 계속 등반을 했다. 그러다 세 시간 뒤 또 한 번 산이 크게 울리면서 더 큼지막한 바위들이북쪽 면에서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세 번째 산사태가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회른리 능선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것이었다. 그때 스위스의 한 등반 가이드는 자기 바로 앞에서 땅이 꺼지는 바람에 재난을 당할 뻔했다. 너무 위험해서 건너갈 가망이 없음을 안 가이드는 무전으로 구조요청을 했다. 그 후 네 시간 동안 구조헬기 두 대가 능선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등산객들을 실어다 큰 산장으로 날랐다. 손더스는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는 기어 내려오다가 바위 먼지가 연기 기둥처럼 피어오르고 헬리콥터가 오가는 걸 보면서 대대적인 구조작전이 벌어진 걸 알았죠.” 그러면서 두 사람은 자기들 역시 갇힌 것을 깨닫고는 구조를 기다리는 대열에 합류했다.


알프스의 영구동토층이 흐물흐물해지다

그날 구조된 사람은 90명이었다. 놀랍게도 한 사람도 목숨을 잃었거나 다쳤다는 보도가 없었다. 전문가들이 또 다른 낙석 사태의 위험성을 진단하는 동안 산은 폐쇄되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위험한 것은 낙석만이 아니었다. 마터호른에서 산사태가 일어난 바로 그날 그린델발트 휴양지 근처의 빙하에서 육중한 얼음덩어리들이 떨어져 나와 강으로 곤두박질치면서 2m높이의 파도가 골짜기를 휩쓸었다. 바윗덩어리와 흙더미가 휩쓸고 지나가기 전에 경찰들이 신속히 휴양객들을 대피시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까이에서 이런 재난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빙하학자 윌프리드헤벌리는 그 원인에 대해 다른 의문을 갖지 않았다. “마터호른은 녹아서는 안 될 영구동토층에 자리를 잡고 있지요”라고 이 취리히 대학교 소속 과학자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 무렵 스위스는 사상 최악의 열파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독한 여름 더위로 겨울에 쌓인 눈이 평소보다 훨씬 빨리 녹았고, 영구동토층과 빙하도 흐물흐물해지고 있었다. 그 단계가 지나면 “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산에서 떨어져 나온다”라고 헤벌리는 경고했다. 알프스에서 해발 3,000m가 넘는 산지의 대부분은 1년 내내 꽝꽝 얼어붙어 있으며 영구동토층에 붙박여 있다. 그러나 2003년 여름에는 녹는 부분이 해발 4,600m까지 올라갔다. 이는 마터호른 정상보다 위이며 서유럽 최고봉인 몽블랑 정상에 맞먹는 높이이다. 2003년7월 15일에 마터호른의 등반객들은 무사히 하산했지만 그 무더운 여름 동안 적어도 50명 정도의 다른 등반객들은 낙석에 목숨을 잃었다.

지구 온도 1℃ 상승이 알프스에 끼치는 영향

영구동토층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헤벌리는 그 후 2003년 여름에더위가 알프스에 끼친 영향에 관한 과학 논문을 공동 집필했다. 그와 동료들은 그해 열파에 의한 해빙이 알프스의 최근 역사상 가장 극심한 것이었으며 그로 인한 산사태 대부분이 가장 더웠던 6, 7, 8월에 일어났음을 밝혀냈다. 그들은 또한 2003년 해빙이 이전 20년 동안의 여느 해빙 때와 달리 바위 속으로 최대 0.5m까지 파고들어 진행되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악의 낙석은 직사광선이 가장 강한 남쪽 비탈이 아니라 북쪽 면에서 일어났다. 여름 햇살이 약하게 내리쬐는 고산지대까지 뜨거운 공기가 산을 뚫고 전달된 것이다. 불길하게도 이 연구는 앞으로 온난화가 1℃만 더 진행되어도 알프스에서 더 많은 영구동토층이 사라질 것을 예측게 하는 것이었다. “기후변화 때문에 암벽의 영구동토층이 따뜻해지면서 광범위한 낙석은 물론 인공구조물과 관련된 지질공학적 문제가 계속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그들은 경고한다. “2003년의 혹독한 더위로 영구동토층에 변화가 생겼고 이는 그간의 기후에 대한 예측들이 처음으로 가시화된 것이라 할수 있습니다.”산비탈이 무너져 내리면서 알프스나 그 밖의 산악지대에서는 마을 전체가 파괴될 위험이 있다. 스위스 동부의 폰트레시나를 비롯한 일부소도시들의 경우 치명적인 산사태에 대비해 흙으로 방어벽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곳이 무방비 상태로 남아 있다. 갑자기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여 삶의 터전이 묻혀버릴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산림재해는 이것만이 아니다.

기온이 1℃ 상승할 때 환경의 변화들

온난화의 급습으로 가장 먼저 티핑포인트(어떤 것이 균형을 깨고 급속도로 특정 현상이 전파되는 극적인 순간)를 넘어설 곳은 북극이다. 북극 기온의 상승폭은 지구 천제의 상승폭보다 두 배나 높다. 알래스카와 시베리아의 온난화 속도가 특히 빠르다. 이들 지역은 50년 동안수은주가 2~3℃나 상승해 이미 심각한 상태이다. 알래스카의 경우 해빙 시점이 1950년대에 비해 평균 열흘 정도 빨라졌으며 이끼 말고 별로 나던 게 없던 툰드라 지대에서 관목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 있는 과학자들은 노스슬로프 일대 얼음 지하의 얼음쐐기(ice wedge)가 갑자기 녹으면서 곳곳에 연못이 생겨나고 있다고 기록했다. 그것들은 적어도 지난 3,000년 동안 얼어 있었다. 알래스카주의 다른 지역에서는 호수 밑바닥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아래의 틈으로 물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반세기동안 1만 개 이상의 호수에서 물이 증발하면서 주 전체의 지하수면이 크게 줄었다. 2007년에 캐나다 연구자들은 누나부트 준주의 엘즈미어섬에 있는 수천 년 된 연못들이 거의 사라질 지경이라고 보고했다. 그로 인해 호수에서 번식하던 다양한 수중생물들이 죽고 식물들도 바짝 말라붙어 화재가 일어나기 일쑤라고 한다.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는 바다에서 찾을 수 있다. 북극의 빙산은 1980년경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녹아 없어지는 만년설의 양도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면서 매년 평균 10만 ㎢의 새로운 바다가 열리는데 이는 한때 그 바다를 덮고 있던 얼음덩어리가 녹은 결과이다. 흰 눈에 덮인 얼음은 햇빛의 80% 이상을 반사하고 반면 푸른빛의 바다는 햇빛의 95%를 흡수한다. 그러면 지구의 대기 온도는 상승하고 그 결과 다시 얼음이 녹는다. 일단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그만큼 바다 면적이 넓어지고 기온 상승 폭이 커져 겨울에 얼음 만들기가 더 어렵게 된다. 한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은 2040년에 모든 빙하가 사라질것으로 예측했다. 기온이 1℃ 상승하면 북극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변화가 시작된다. 미국 서부에서는 장기간 지속되는 가뭄으로 기름진 땅 아래 모래층이 드러난다. 이로 인해 농부들은 농토와 거주지를 잃고 식료품 가격은 폭등할 것이다. 반면 미국 남부와 동부는 계절풍 몬순(여름과 겨울에 대륙과 해양의 온도 차로 일 년 주기로 풍향이 바뀌는 바람)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늘어난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정상의 만년빙이 사라지고 산 아래 사람들은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산호초 지대인 호주의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는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백화현상으로 생태계가 회복 불능에 빠지게 된다. 또한, 고산 우림지대가 절반으로 줄어들며 세계 각지의 수많은 희귀동물의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희귀동물들은 멸종되어갈 것이다. 이처럼 1℃ 상승의 온난화는 오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생물 다양성의 위기도 심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