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필수다. 국내외 산업계는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순환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고 다양한 분야의 자원순환 실천사례들을 알아본다.
탄소중립(Net-zero)을 실현하려면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력생산을 재생에너지를 통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100%로의 전환은 갈 길이 멀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에 필요한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광물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주요 핵심광물(희토류,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의 사용이 2050년까지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물 사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광물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정 광물의 부존 지역이 일부에 편중되어 있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광물을 원료(소재)로 가공하는 기술력은 중국이 막강해서 자원 무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광물 발견에서 생산까지 평균 16.5년이 소요되며, 이미 우수한 품질의 광산 소진으로 인해 광물 품질이 낮은 광산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광물 생산을 위한 부적절한 생산·처리관리로 환경·사회적 문제가 속출하고 비용이 증가해 공급이 중단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순환’을 제안했다. 자원순환은 재사용·재자원화에 대한 개념으로 폭증하는 폐기물에서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민간기업과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사용 후 제품의 회수·분류 효율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신규 재활용기술 R&D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과거에 광물은 원광공급, 선광, 정·제련을 통해 공급하면 그만이었고, 제품이 만들어진 후는 고려하지 않았다. 제품은 잘 만들어져 유통되고, 사용자는 편리하게 소비하고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광물의 수급 불안정성이 예측되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원료가 공급되어야 탄소중립 시대에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기에 자원순환을 통해 재사용, 재자원화, 재활용과 같은 다양한 자원순환 방식이 실천돼야 한다. 사용이 끝난 제품은 수거를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지, 재자원화나 재활용할 수 있는지 파악해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다시 사용하고, 더는 활용이 불가할 경우 폐기하는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폐기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다양한 자원순환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이 고도화된 제품일수록 회수, 분리, 해체, 재자원화하는 정·제련 기술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유럽에서는 자원순환을 실천하기 위해 신지속가능배터리 규제(New Sustainable Battery Regulation, SBR)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은 유럽 시장에 출시된 모든 배터리가 지속가능하고 순환적이며 안전하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2030년부터 모든 배터리는 사용된 원료 중 코발트의 12%, 리튬의 4%, 니켈의 4%를 재자원화한 원료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 등이다.
유럽 풍력산업협회에서는 재생 가능한 풍력발전기 의무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2025년부터 유럽에서는 100% 재생 가능한 풍력발전기 설치를 의무화한다. 따라서 베스타스, GE 등의 기업들은 파트너십을 통해 재생가능 풍력발전기 연구에 돌입했다.풍력 발전시스템 해체 및 재제조 전문기업인 ‘ES Power AB’ 는 자원순환의 개념을 비즈니스에 도입했다. 기존 풍력발전기에 대한 재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 간 계약 방식(B2B)을 통해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간 중개인 역할을 하고 있다. 15년 이상 된 스웨덴 풍력발전기를 해체하여 주요 부품(터빈, 기어박스, 발전기 등)을 재제조한 후, 새로운 고객에게 인도해 초기 투자금의 대략 50%를 보전이 가능하게 하는 전략으로 고객을 유치한다.
유럽 최대 규모의 컴프레셔 재제조 기업 중 하나인 린데 머티어리얼 핸들링(Linde Material Handling)은 장비 임대방식을 비즈니스모델로 정착시켰다. 장기 또는 단기 임대계약을 하고 계약 종료 후에는 지게차를 수거하여 철저한 재제조 공정을 통해 임대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자원순환의 다양성을 고민하고 있다. 단순한 개념에서는 원래 사용하던 곳에 재사용하는 것을 고민하지만, 사용의 최적화와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사용처 다각화를 통한 자원순환을 실현해야 한다. 배터리는 핸드폰에만 있는 게 아니라 대용량 저장장치(ESS), 전기자동차 등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배터리를 꼭 쓰던 곳에서만 활용할 필요는 없다. ESS나 전기자동차로 1차 사용이 끝나고 나면 성능 복원을 통해 재사용하거나, 출력량이 80% 이하면 휴대용 배터리와 같은 소형기기로 사용을 전환하는 2차 사용도 가능하다. 1차, 2차 사용 방법을 최적화해도 더는 사용이 불가할 때 재자원화를 통해 중요한 희유금속인 리튬이나 니켈을 회수해 원료로 사용하게 된다.
발전산업에서도 자원순환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지속해야 한다. 과연 어떤 관점에서 발전시스템에서 자원순환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까?국내 발전소의 경우 주로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주 연료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미세먼지 발생 저감 및 친환경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미세먼지나 환경보호 측면도 중요하지만, 확대된 자원순환 적용사례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그래도 국내 발전소에서 석탄연소 후 발생하는 폐기물을 자원순환하려는 ‘Zero-waste 전략’은 매우 고무적이다. 발전소 연소 시 배출되는 황산화물(SOx)을 억제하고 발생하는 부산물인 탈황석고를 석고보드나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전략은 새로운 원료의 공급이고,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매우 우수한 자원순환 방법이다.
탈황석고와 함께 발전 연소 후 발생하는 석탄회는 콘크리트/레미콘 혼화제, 시멘트 2차 제품 원료, 비료, 성토/복토재와 경량성 골재, 모래 대체재, 채움재, 벽돌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재활 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아직은 미완의 방식이다. 석탄회는 중금속에 오염되어 있다는 큰 문제가 있다. 1급 발암 물질인 카드뮴과 독성 물질인 비소, 수은 등의 중금속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폐기물로 분류된 상태인데 이를 완벽히 제거하고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완벽한 제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발전소에서 미세먼지 저감과 환경보호를 위해 사용되는 탈질설비에는 유용한 희소금속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용 후 폐기 처분해야 하는 탈질촉매를 재활용·재자원화하는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서부발전은 이러한 자원순환 실증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폐탈질촉매로부터 유가금속(텅스텐, 바나듐 등)을 회수하고, 이때 생기는 2차 폐기물 역시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실증화 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 석탄 퇴출, 유가 급등 및 광물수급 불안정성이 커가는 세계 에너지 시장 속에서 경제 흐름은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탄소중립 실현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자원순환이라는 명제는 매우 중요하다. 자원순환을 통해 순환경제를 이루며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데 기술개발과 실천의 발걸음은 너무 느리다.
재사용, 재제조 및 재활용(재자원화) 분야에서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이뤄 탄소중립 시대에도 경제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공급된 자원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자원순환 기술도 연계돼야 한다. 기술이 없으면 선진 기술에 종속되어야 하고 끝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수용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폐열에 대한 활용 방안도 중요한 자원순환의 개념이다. 배출되는 온폐열을 필요로 하는 주민에게 공급함으로써 에너지 절감과 탄소중립 실현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면 탄소중립 실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