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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이 심한 사람,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반면 자기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잘못된 일이라도 좋은 쪽으로만 합리화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보고 우리는 ‘내로남불’이라고 이야기한다. 내로남불이란 용어는 처음에는 90년대 정치권에서 유래된 용어로 일부에서만 사용되던 줄임말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유행했고 이제는 모든 연령층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관용어가 되었다. 이런 ‘내로남불’ 경향은 어떤 이유에서 나오고, 이런 성격의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글 임찬영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조교수)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조교수로
현재 삼성전자 사내 마음건강클리닉에 근무하며 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진료와 강연을 하고 있다.




❝ 회사 입사 후 친해진 A가 있어요.
처음에는 A가 활발하고 자기표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약간 소심한 편인 저는 할 말은 하는 성격인 A를 좋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점차 A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됐습니다.
A는 주변의 누군가 잘못하면 꼭 쓴소리하곤 해요.
그런데 자기가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잘 인정을 하지 않아요.
누군가가 비난 섞인 말투로 말을 하면
자기 상황을 길게 변명하고 때로는 소모적으로 논쟁을 벌이기도 하죠.
자기가 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나름의 이유를 대면서 설득을 하는데,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보니 그냥 핑계를 대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더라고요.
A는 스스로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기적인 A 때문에 점차 힘들어하고 A를 멀리하기 시작하더라고요. ❞

내로남불 속의 심리학

독일 쾰른대학교 호프만 교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실험 직전에 1시간 동안 자신이 했던 잘한 행동과 잘못된 행동을 적어보고 이에 대해 평가하게 한 것이다. 이어서 자신 말고 자신이 관찰한 다른 사람의 잘한 행동과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도 적어보게 했다. 결과가 재미있다. 타인을 평가할 때와 나를 평가할 때의 보고가 다르게 나온 것. 타인에 대한 평가에서는 선행과 악행에 대한 보고비율이 1:1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평가에서는 선행과 악행의 보고비율이 2:1 정도로 선행에 대한 보고를 더 많이 했다. 우리는 타인을 평가할 때보다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 더 좋은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어찌 보면 현실적으로는 남보다 나를 조금 더 좋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는 남에 대한 평가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하이더(Fritz Heider)는 귀인 편향 (Attribution bias)을 이야기했다. 귀인 편향은 특정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행동을 평가할 때는 주로 결과를 유발한 상황을 고려해 판단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할 때는 주로 내재한 기질적 원인에 의한 판단을 먼저 한다.
흔히 경험하는 상황을 예를 들어서 이해해 보면, 도로에서 갑자기 앞선 차량이 급정거하고 뒤따르던 차량도 급하게 멈춰서는 상황이다. 만약 내가 뒤에서 운전하고 급정거를 했다면 앞차 운전자의 성격, 그릇된 동기, 운전실력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화를 내게 된다. 전반적인 도로상황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고려보다는 앞차 운전자에게 내재된 문제를 기준으로 판단을 한다. 이 기준에 따라 뒤에서 운전하던 나는 앞차 운전자가 난폭운전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비난을 한다. 앞차 운전자는 잘못된 행동, 즉 악행을 한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앞서서 차를 운전하다가 급정거를 하게 된다. 이때는나의 문제보다 내가 잘못을 하게 만든 상황을 먼저 고려한다. 신호체계, 차량 흐름의 문제, 더 앞선 차량의 문제 등 피할 수 없는 상황적인 이유를 먼저 원인으로 찾는다. 사실 내가 약간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잘못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이보다는 유발한 상황을 먼저 고려하여 평가한다. 이 기준에 따라 나의 문제보다는 주변 상황을 비난하게 된다. 앞 차량의 운전자인 나는 잘못된 행동, 즉 악행을 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결과라도 다른 기준을 둔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타인을 평가할 때는 내재한 성격, 동기, 태도 등에서 원인을 찾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을 평가할 때는 원인을 외부적인 환경, 우연성, 사회적인 문제 등에서 찾는 경향을 보인다. 평가의 기준이 다르기에 같은 결과를 보였다 하더라도 선행과 악행 평가가 완전히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내로남불이 심한 사람을 대하는 법

내로남불 경향성은 대부분 사람이 가지는 보편적인 성향이다. 사실 어느 정도의 이 성향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defence mechanism)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부정적 결과에서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적응 방법이다.
만약 매번 잘못을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 비난한다면 쉽게 자신감을 잃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 어렵다. 이 ‘내로남불’의 경향성으로 실패를 해도 크게 자신감을 잃거나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 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 이 경향이 너무 심한, 이기적인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우리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런 성향의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먼저이다. 내로남불이 심한 사람들은 얼핏 보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논리가 없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논리만을 상황에 맞게 취사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말에 나도 무의식적으로 동조를 하게 되거나 내가 피해를 보고 있으면서도 그런 피해를 눈치채지 못하기도 한다. 주변에 내 잘못이 아닌데도 매번 나도 모르게 사과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관계에서 항상 내가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손해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만드는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게 반복된다면 그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내로남불이 심한 사람이고 관계에서 나도 모르게 피해를 보는 상황일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을 대할 때는 가능하다면 물리적으로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과의 관계를 무작정 끊는 것은 결코 좋지 못하다. 관계를 끊는 것은 그 사람에게 큰 모욕을 주는 일이다. 대개 이런 내로남불형 인간의 경우는 자의식이 지나치게 높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작은 거절을 큰 비난과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오랫동안 기억을 하고 앙갚음을 하기도 한다. 이 사람을 적으로 두는 것은 아주 성가신 일이고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과 척을 지거나 직접적인 비난을 표현하면서 대척점을 세워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꼭 피해야 하는 일이다.
작은 것은 양보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양보만 할 수는 없다. 허용 가능한 범위를 정하고 무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하지만 분명하게 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이성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좋다. 업무적으로는 가능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서 일을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보고체계를 밟아서 업무를 진행하고 중립적인 반응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방법이될 수 있다.
심리적인 거리 두기 역시 중요하다. 이런 성향의 사람이 유난히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수용하는 피암시성 (suggestibility)이 강한 사람에게 유난히 더 부탁하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면서 희생을 강요하곤 한다. 이런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피해를 보는 것은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이 가진 성격의 문제이고 그 관계에서 불편감을 경험하는 자신을 비난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