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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
열린옷장 김소령 대표

열린옷장은 정장을 공유하여 청년들의 정장 구매비용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당당하고 멋진 시작을 하도록 응원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정장을 기증받아 꼭 필요한 청년들에게 공유해 면접 복장 비용의 부담을 줄이고 그 수익을 다양한 청년응원사업을 통해 환원함으로써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라는 기업 모토를 실현하고 있는 것. 열린옷장 김소령 대표를 만나보았다.

겨울바람이 잠시 숨을 고르던 어느 날, 각자의 꿈을 안고 도전하는 청춘들이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 모였다. 오늘의 주인공들은 바로 한국서부발전과 국민의 메신저가 되어줄 WP프렌즈.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던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을 거쳐 선발된 이들은 SNS를 통해 발 빠르게 한국서부발전의 정보와 소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지금부터 WP프렌즈 4인방을 만나 지원동기부터 각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장 공유를 통해 청년을 응원하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시즌에 실시한 잡코리아 설문 조사에 따르면 취준생이 면접을 준비할 때 평균 48만 원이 들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다면 면접 준비를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용은 무엇일까. 바로 ‘면접 복장 마련(58.7%)’이다.


“10년 전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장 공유’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설문조사가 있었어요. 2013년 온라인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인데 당시 취업준비생 10명 중 3명이 ‘면접비용 때문에 면접을 포기한 적이 있다’는 상상하지 못한 답변을 했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옷장에 안 입는 정장을 모아서 함께 나눠 입을 수 있는 공유옷장을 만들어보자 한 것이 오늘의 열린옷장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문제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작년 하반기 잡코리아 설문조사에서도 면접비용 중 면접 복장 마련에 취업 준비 비용의 절반 이상을 쓰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2012년 김소령 대표를 포함해 세 명의 평범한 직장인은 정장 공유를 통해 청년들을 응원하고자 ‘열린옷장’이라는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비영리단체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정장 공유 사업의 돛을 올렸다. 누군가는 경제 상황 때문에, 누군가는 체형 때문에 면접 정장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당당하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장이 필요한 취준생과 안 입는 정장을 가진 선배를 공유옷장을 통해 연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열린옷장’이란 이름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옷장이 되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정장 공유 자체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바로 청년을 응원하는 것입니다.”

정장 10벌이 3,000벌이 되기까지

열린옷장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정장을 기증받는 것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준비단계에서 SNS를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한 정장 공유옷장을 만들려고 하는데 당신도 기증을 통해 참여할 의사 있으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50여 분이 취지가 너무 좋다, 나도 참여하고 싶다며 주소까지 남겨주었어요. 하지만 막상 기증을 요청하자 대부분 정장을 보내주지 않더라고요.”
당시 공유경제 전문가들 역시 정장을 기증받아 공유하는 서비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이야기했다. 기증자는 값비싼 정장을 쉽게기증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의 문화로 봤을 때 대여자는 면접, 결혼식같은 귀한 자리에 남이 입던 옷을 빌려 입고 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청년을 응원하는 옷장이라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컸지만 비즈니스모델로서 열린옷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의문이 컸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어려운 건 당연한 거다. 우리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데 소중한 정장을 기증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거다’라고 마음을 강하게 먹었습니다. 일단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증을 요청하고 매일 옷장을 열어놓고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처음에는 기증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멤버 세 사람이 기증한 10벌 정도의 정장을 작은 옷걸이에 걸어두고 시작했다. 대여자도 일주일에 한두 명밖에 없었다.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한 명이라도 정장이 필요하다면 매일 옷장을 열어보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렇게 10벌의 정장이 100벌이 되었고 1,000벌이 되어 지금은 정장 3,000여 벌과 셔츠, 구두, 타이 등 정장 코디 아이템을 모두 합해 12,000여의 정장 아이템을 보유한 큰 옷장이 되었다. 기증자 수는 누적 9,000명, 이용자 수는 16만 명에 달한다.
“열린옷장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사람이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기증해서 어떤 체형도 걱정 없는 진짜 ‘빅사이즈 옷장’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공유옷장을 이용한 16만 명 청년들의 신체 치수에 따라 어떤 옷을 입었을 때 가장 잘 맞는지 그 데이터를 모아보니 지금은 꼭 입어보지 않아도 키와 몸무게만 알면 맞는 정장을 보내줄 수 있어 온라인 택배 대여 서비스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전국에서 이용하는 전국권 옷장이 되었습니다.”

정장과 이야기의 선순환

열린옷장의 가장 큰 자산은 기증한 정장도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기증자와 대여자의 사연이 담긴 2만여 장의 따뜻한 이야기들이다.
“기증자분은 옷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그 옷을 입게 될 분에 대한 응원 메시지를 써서 보내주십니다. 대여자분은 옷을 입은 후 감사의 마음을 답장처럼 써줍니다. 특히 기증자의 편지를 읽다 보면 ‘저도 몇 년 전에 열린옷장에서 정장을 대여해서 입고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일하다 보니 기증할 옷이 생겨 보냅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꽤 자주 보게 됩니다. 이렇게 과거에 대여자였던 기증자를 만나게 되면 저희가 추구하는 ‘정장과 이야기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열린옷장은 단순히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만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구직자 외에도 결혼식, 장례식, 상견례 같은 행사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 졸업사진이나 세미나 발표 때문에 정장이 필요한 학생들,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하려고 정장을 대여하는 청년 등 정장이 필요한 다양한 이유로 열린옷장을 방문한다. 이용자의 평균연령은 26.4세이지만 최연소 12살부터 최고령 92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하는누구에게나 열린 공유옷장이다.

청년들의 ‘멋질 권리’를 지키다

김소령 대표는 열린옷장을 통해 청년을 응원할 수 있는 다양한 청년응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2016년부터는 서울시와 함께 면접 정장을 무료로 입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50개가 넘는 지자체의 청년들이 무료로 면접 정장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열린옷장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금은 현실적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을 위해 사용한다. 열린옷장 정장 기증자가 취업을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직무 멘토링을 해주는 응원 프로그램인 ‘내공식탁’, 취업준비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이 되는 요소 중 하나인 이력서 사진을 촬영해주는 ‘열린사진관’, 법률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법률상담을 무료로 제공하는 ‘열린법률상담’ 등 청년응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휠체어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누구나 탈의실’을 제작하는것이 첫 번째 계획입니다. 누구나 탈의실은 휠체어 사용인과 탈의할때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탈의 약자의 멋질 권리와 입을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탈의 공간입니다.”

비영리서비스를 넘어 품질 좋은 서비스로

최근 열린옷장 김소령 대표는 한국서부발전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사회혁신 체인지메이커’로 선정되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정장을 개인이 해결하면 되지 이게 왜 사회문제냐’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체인지메이커상을 받으면서 면접 정장도 청년들이 충분히 누려야 하는 권리이고 복지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앞으로는 열린옷장의 정장의류와 서비스가 더욱 전문성을 갖추어 좋은 취지의 비영리서비스를 넘어 이용자를 만족시키는 품질 좋은 서비스로 자리매김하여 공유옷장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고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열린옷장의 모토는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이다. 그들의 모토처럼 우리나라 청년들이 어떤 일에 도전하든지 당당하고 멋지게 나아가도록 응원을 멈추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