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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길을 제안하는 기업
(주)라잇루트

전기차 배터리로 옷을 만들 수 있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2016년부터 청년 디자이너의 자립을 위해 인큐베이터를 운영해 온 사회적기업 (주)라잇루트는 최근 폐배터리 분리막을 이용한 의류 원단을 개발했다. 사회 문제 개선에서 시작해 환경 문제 개선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신민정 대표는 패션 산업에 올바른 길을 제안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회사의 이름을 ‘라잇(right)루트(route)’로 지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라잇루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 및 자료 제공. (주)라잇루트

▲ 19 S/S

▲ 19 S/S

▲ 20 S/S

▲ 20 S/S

▲ 19 F/W lookbook

▲ 20 S/S lookbook

신진 디자이너의 옷 리뷰를 작성하면
몇 달 지나지 않아 브랜드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반복 됐어요.
우연한 기회로 디자이너의
입을 통해 알게 된 현실은 참담했죠

▲ (주)라잇루트 신민정 대표

꿈꾸는 청년을 위한 플랫폼

신민정 대표는 원래 패션을 사랑하던 ‘파워블로거’였다. 그저 옷이 좋아서 시작한 것인데, 시간이 갈수록 블로그 방문자 수가 늘어났다. 하루 평균 7,000여 명이 방문하던 시기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무명 디자이너부터 유명 브랜드까지 신민정 대표의 블로그에 신제품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때마다 신민정 대표는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정성스럽게 리뷰를 작성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신진 디자이너의 옷 리뷰를 작성하면 몇 달 지나지 않아 브랜드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반복됐어요. 우연한 기회로 디자이너의 입을 통해 알게 된 현실은 참담했죠.” 패션업계의 높은 장벽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하고 업계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신민정 대표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청년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신민정 대표가 2016년 10월 패션 디자이너 양성 플랫폼을 표방하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주)라잇루트를 설립한 이유다.

▲ (주)라잇루트 패션 디자이너 양성 교육

▲ (주)라잇루트 패션 디자이너 양성 교육

2차전지 분리막을 원단으로

(주)라잇루트를 설립한 신민정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며 또 다른 문제에 맞닥뜨렸다. 봉제 공장에서 버리는 원단의 양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종사자로서 이를 외면하고 지나가기 어려웠다. 신민정 대표는 폐기되는 원단으로 제품을 만드는 잉여 원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만만치 않았다. 자투리 원단을 수거, 선별,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신민정 대표는 환경친화적인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2019년 신민정 대표는 국내 2차전지 생산업체 대표에게서 2차전지 분리막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2차전지는 반복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다. 휴대전화, 노트북, 태블릿PC 등 휴대용 전자기기부터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특히 최근 전기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날로 커지는 상황이기에 앞으로 2차전지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이다. 얇은 필름 형태인 분리막은 작은 스크래치만 있어도 납품이 불가능하다. 또, 수급이 일정치 않아 멀쩡해도 버리는 경우가 잦다. 신민정 대표가 만난 업체의 경우 한 달 폐기량이 축구장 면적의 30배에 해당하는 100만m2가 된다. 더구나 재활용이 어려워 폐기물로 처리된다. 버릴 수 있는 양도 제한되어 일부는 헐값에 중국 등지로 수출하는 실정이다.
이 사실을 접한 신민정 대표는 배터리 분리막을 활용해 원단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2차전지 분리막이 고어텍스만큼 방수, 방풍 등의 기능을 가진 고성능 필름’이라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신민정 대표는 연구 개발 전담 부서를 꾸리고 분리막을 원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했다. “배터리 분리막은 의류에 사용되는 필름과 달리 전혀 늘어나지 않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요. 또 원단에 붙였을 때 소리가 난다거나, 종이나 플라스틱처럼 된다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했죠. 접착제의 양과 성질, 압력, 온도 등 다양한 요인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조건을 찾는데 9개월이 걸렸고, 완벽한 조건을 위해 설비를 자체 설계하고 개발했습니다. 첫 시제품이 나왔을 때 가능성이 보인다는 생각했죠.”
수많은 도전과 실패 끝에 (주)라잇루트는 분리막과 울 소재를 친환경 접착제로 붙여 ‘업사이클링 고기능 신소재’를 제작했다. 천연 소재인 울에서 기대하기 힘든 투습성과 방수성을 분리막으로 보완해 신소재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로써 버려지던 분리막이 (주)라잇루트를 통해 친환경 제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겨울에도 코트 입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물성 검사를 해보니 플리스보다 보온성이 20% 높다는 결과를 얻었어요. 울이 가진 보온성에 분리막을 결합하면 웬만한 겨울옷보다 훨씬 따뜻해요. 방풍이나 투습성, 내수성, 내구성은 기본이고요.” 화학 물질을 옷의 소재로 만들었기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안전성 검사에서 어떤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주)라잇루트의 업사이클링 고기능 울 신소재를 활용한 옷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소재 개발 단계를 끝내고 특허 등록만을 남겨둔 상태다. (주)라잇루트의 신소재는 패딩이나 등산복 등 기능성 의류뿐 아니라 내구성이 필요한 자동차 가죽 시트, 텐트, 파우치, 커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 2차전지 업사이클 순환 구조

▲ 개발 원단 샘플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추구

신민정 대표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는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톤씩 쏟아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브랜드가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가 쉽게 물건을 사고 버리는 문화를 바꾸는 게 더욱 중요하다. “패션 산업이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은 심각해요. (주)라잇루트는 대를 이어 입을 수 있게 최대한 튼튼하고 내구성 있는 옷을 만드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쉽게 쓰고 버릴 수 없는 소재가 됐으면 하거든요. 사람들의 소비문화를 바꾸는 게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