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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토종 고래 상괭이의 귀환

지난 2007년 태안에서 심각한 기름 유출(원유 유출) 사고가 났다. 사고 후 태안의 해변은 검고 끈적한 원유로 뒤덮였다. 갯벌 생태계는 파괴됐고, 죽은 물고기는 해안가로 떠밀려 왔다. 전문가들은 피해 회복에만 최소 30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좌절한 어민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 123만 명이 태안을 방문했다. 그리고 현재 태안은 사고 이전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되찾았다. 모습을 감췄던 토종 고래 상괭이도 모습을 드러냈다.

태안바다 ▲해양수산부

상괭이 ▲ 해양수산부

기름 유출 사고 이후 되찾은 바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해상 크레인과 충돌해 원유가 그대로 바다에 유출됐던 사고다. 당시 유출된 원유의 양은 12,547kl(10,900톤).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원유가 퍼진 태안의 해변은 말 그대로 죽음의 바다였다. 검고 끈적한 타르를 뒤집어쓴 새들은 생기를 잃었고, 해안가에는 폐사한 물고기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사고 발생 후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태안을 방문했다. 공식적으로 123만 명이지만, 실제 자원봉사자 수는 그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많은 봉사자들이 태안을 찾았다. 덕분에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형 사고였음에도 짧은 시간에 복구에 성공해 원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았다. 2017년 태안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경관 보호 지역에서 국립 공원으로 상향 됐다. 2020년 충청남도는 기름 유출 사고 발생 13주년을 맞아 피해 극복 과정을 담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돌아온 웃는 고래, 상괭이

기름 유출 사고 당시 해안가에는 물고기만 폐사한 건 아니었다. 국제 멸종 위기종이자 토종 고래인 상괭이 6마리가 죽은 채 해안가로 떠내려왔다. 당시만 해도 태안 앞바다는 상괭이의 최대 서식지로 유명했다. 사고 이후 상괭이들은 오래도록 머물던 서식지에서 모습을 감춰 안타까움을 샀다.
상괭이가 다시 태안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낸 건 10년이 지난 2017년이 되어서다. 태안해안국립공원 해역에서 생태 조사를 진행하던 국립공원공단 조사단은 100여 마리가 넘는 상괭이를 발견했다. 이토록 많은 상괭이가 서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태안의 해양 생태계가 회복됐다며 기뻐했다. 국립공원공단 측에서도 상괭이의 기초 생태 자료를 확보해 먹이 사슬과 서식 환경을 보존하고 상괭이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를 제작해 상괭이를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내 이름은 상괭이, 별명은 ‘웃는 고래’

‘미소 짓는 얼굴’ ‘웃는 고래’로 잘 알려진 상괭이는 별명처럼 귀여운 얼굴을 가진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소형 돌고래다. 웃는 고래라는 별명은 다른 돌고래와 달리 주둥이가 짧고 앞머리가 둥글어서 붙여졌다. 상괭이는 전 세계에서 홍콩,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부 연안에만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 ·남해 전 연안과 동해 남부 연안에 걸쳐 나타난다. 수심이 얕은 5~6m 이내 연안이나 섬 주변 등에서 2~3마리가 무리를 이루어 서식하며 봄에서 초여름 사이 서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상괭이의 평균 몸길이는 약 150cm이며 무게는 60kg 정도이다. 최대 2m까지 성장하기도 한다. 서식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5~1.9m까지 자란다. 다른 고래와 구별되는 특이점이 있다면 등지느러미 대신 높이 약 1cm의 융기가 나 있다. 암수 생김새가 비슷해서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수명은 약 20~25년이며 생후 3년이 지나면 생식이 가능하다. 대체로 까나리, 전갱이, 정어리 같은 작은 어류를 먹는다. 오징어나 갑각류도 먹는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상광어’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만큼 상괭이는 과거에는 우리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래였다. 하지만 최근 어업 활동에 의한 혼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고,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모습을 감췄던 탓에 2016년부터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관리 중이다.
이번 상괭이의 등장은 태안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방증이며,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보여준 예다. 우리가 조금만 더 환경에 관심을 두고 노력한다면 지금은 모습을 감춘 해양생물들도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