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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곳에
씨앗 폭탄을 던져라!
꽃을 든 전쟁, 게릴라 가드닝

어둡고 칙칙한 길모퉁이에 핀 민들레 한 송이만으로도 주변이 환해지는 기분을 느낀 적 있을 것이다. 별것 아닌 꽃 한 송이를 봤을 때 피어오른 그 미묘한 감정을 이루 설명하기 어렵다.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은 방치된 공간이나 쓰레기장에 주인 허락 없이 몰래 식물을 심는 시민 활동이다. 죽은 공간을 살리는 시민운동, 게릴라 가드닝에 대해 알아보자.

꽃과 경각심을 심다

게릴라 가드닝은 작은 전쟁이란 뜻의 스페인어 ‘게릴라’와 정원을 가꾼다는 뜻의 ‘가드닝’의 합성어다. 타인의 땅에 멋대로 식물을 심거나 자라게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흔히 ‘꽃을 든 전쟁’이라고 부른다. 이 활동은 식물을 심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게릴라 가드닝은 지저분한 쓰레기가 널린 곳이나 범법 행위가 일어날 법한 어둡고 음침한 곳에서 일어난다. 이곳을 깨끗이 치우고 꽃을 심어 소유주에게 토지 관리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개인 소유 토지만 해당하는건 아니다. 국가 소유의 땅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쓰레기를 버리곤 하는 고속도로 주변과 상가 주변 등에도 게릴라 가드닝이 일어나고 있다.

그린 게릴라의 꽃밭, 그리고 7년의 긴 소송

첫 게릴라 가드닝은 1970년 미국 뉴욕 휴스턴 거리의 한 공터에서 일어났다. 예술가 리즈 크리스티가 주축이 되어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자신들을 ‘그린 게릴라’라 칭하며 하룻밤 만에 지저분한 공터의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그곳을 꽃밭으로 만들었다. 다음날 뉴욕 시민들은 공터를 보며 감탄했지만, 공터의 주인은 그들을 불법 침입으로 소송을 걸었다. 리즈와 그린 게릴라들은 땅 주인을 상대로 ‘이웃에게 불편을 끼칠 정도로 땅을 방치한 건 땅에 대한 권리가 없는 것’이라는 취지의 역소송을 진행했다.
소송은 무려 7년 동안 지속됐다. 뉴욕타임즈가 이 소송에 대해 보도하면서, 그린 게릴라의 활동이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결국 뉴욕시가 이 땅을 사들여 공공을 위한 공원으로 만드는 것으로 소송을 마무리했다. 이 사례는 이후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불렸고 이후 세계 곳곳에서 같은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로 퍼진 게릴라 가드닝

해외에서는 게릴라 가드닝이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매년 5월 1일은 국제 해바라기 게릴라 가드닝의 날로, 국제적 규모로 연중행사가 치러진다. 이날 게릴라 가드너는 방치된 공공장소에 해바라기를 심는다. 2007년 벨기에에서 시작한 국제 해바라기 게릴라 가드닝의 날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해바라기를 비롯해 그곳의 계절에 맞는 식물을 심는다. 시민들이 합심한 게릴라 가드닝 사례도 있다. 2016년 영국 런던의 시민들은 삭막한 회색 도시를 개탄하며 게릴라 가드닝을 실천했다. 밤이 어두워지면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와 버려진 공간이나 아스팔트 길 주변에 풀과 꽃을 심고, 씨앗 폭탄(씨앗과 흙을 뭉친 공 모양의 흙덩이)을 만들어 벽 틈 사이마다 집어넣기도 했다. 벽 틈에 심은 씨앗 폭탄에서 자란 식물은 넝쿨처럼 벽을 타고 자라기도 한다. 이러한 시민들의 활동 덕분에 영국 런던은 아침이 올 때마다 초록빛으로 물들어갔다.
해외에서 시작한 게릴라 가드닝 열풍은 국내에도 영향을 끼쳤다. 건국대에는 교내 게릴라 가드닝 동호회 KU:flower가 활동 중이다. 국내 기업이나 기관에서 게릴라 가드닝을 표방한 행사를 열기도 한다. 게릴라 가드닝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시민운동이다. 주인이 없거나 오랫동안 방치된 땅이 있다면, 무심코 지나치던 쓰레기 가득한 공간이 있다면, 우리도 한 번 도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