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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사회 실현과
대학의 역할
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에너지 신소재 화학공학부 김기영 명예교수

지구온도 상승은 인류에게 소리 없이 다가오는 가장 큰 위협이다.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각국이 국제 협약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지만, 지구 온도가 이대로 상승한다면 머지않아 피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이 다가온다고 많은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2021년 발간된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 6차 보고서의 제1실무그룹은 ‘대기, 해양, 토양의 온난화가 명백히 인간의 영향이다’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과다 배출 때문이다. 이는 탄소가 주성분인 화석연료를 사용한 데에 따른 것으로, ‘탄소 중립’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지구 환경 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이자 경제 성장 전략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120여 개 국가가 2020년을 전후하여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추진 중이다.

첫째는 에너지 효율의 향상,
둘째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셋째는 탄소 포집 및 저장이다.

탄소중립 방안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에너지 효율의 향상, 둘째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셋째는 탄소 포집 및 저장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각국의 경제 성장에는 에너지가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GDP와 에너지 소비는 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선진국에서는 2005년을 전후하여 GDP와 1차 에너지 소비의 탈동조화 현상(decoupling)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즉 GDP는 꾸준히 증가하였지만 에너지 소비는 감소하였는데, 이는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에너지원 단위가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조금 더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세계 평균이 약 27% (2020년)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5.6%(2019년)로 매우 낮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면적으로 인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의 설치 면적의 한계, 일조시간, 풍량 등 자연 조건이 열악한 상태이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매우 높은 나라 중의 하나이므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증가시키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5%(1,459억 $, 2018년)로, 매우 높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우리 땅에서 만들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다.

한국의 최종 에너지원별 소비 비중(2018년)은 석유 49%, 석탄 14.3%, 도시가스 10.5%, 전력 19.0%, 기타(열, LNG, 신재생에너지 등) 7.2%로, 아직 화석연료의 비중이 매우 높다. 상당 기간은 온실가스의 발생을 억제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대기 배출을 막기 위한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도입이 시급하다.

이러한 환경 아래 등장한 것이 수소이다. 우리나라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 하다가 2020년 EU와 독일에서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으로 수소산업 육성계획을 밝히고, 다시 수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수소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하였다. 국제적으로는 2017년에 이미 13개 기업을 주축으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가 결성되어 123개 회사(2021년 7월 기준)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9월, 국내 15개 대기업들이 수소동맹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결성되어, ‘수소공급원의 다양화, 자립적 수소공급망 구축, 수소기술에의 투자, 핵심기술의 확보’ 등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수소산업은 수소의 제조, 저장, 운송, 활용의 4분야로 나누어진다. 빙산으로 비유하자면 활용은 수면 위에 눈으로 보이는 빙산의 일부인데, 수소의 주된 활용 분야 중 하나인 수소전기 승용차 및 연료전지 발전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앞서 가고 있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 큰 빙산을 떠받치고 있는 제조·저장·운송 분야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발국에 비하여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소 제조법 중에서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법은 비교적 오래 전부터 공업화된 기술이다. 향후에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하여 제조함으로써 온실가스의 발생이 없는 그린수소(green hydrogen)가 수소생산의 주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단가가 기존의 그레이수소(grey hydrogen, 화석연료로부터 제조된 수소)보다 매우 높아서 이를 낮추는데 각국이 고심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1년 7월 발표한 ‘Hydrogen Shot’에서 “1 1 1”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 “10년 내에 1kg의 수소를 1달러에 생산한다”는 아주 야심찬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생산환경이 열악하여, 수소의 생산단가도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정량 이상의 수소를 수입해야 한다. 호주, 칠레, 사우디 등은 우리나라를 수소 수출 대상국으로 상정하여, 본격적인 수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 중이다.

수소사회로의 전환에는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므로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은 이미 출발선을 떠났지만 우리는 아직 출발선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너무 큰 산이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물적 자원 부족을 인적자원으로 이겨내면서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루어 낸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수소 관련 기술 개발로 수소의 제조, 저장, 수송원가를 낮추어서 막대한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내야 한다. 기초기술 개발은 대학과 출연연구소에서, 스케일업 등의 상용화 기술은 기업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추진 주체들의 경쟁력 향상이 동반되어야 한다.

대학은 기술개발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적응 능력을 갖춘 인재의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데이터에 기반한 문제 해결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며, 수소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다양한 전문 분야 간의 연결과 협력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각 분야간 ‘협업 능력’도 갖추어야 할 역량이다.

인재를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은 최신 기술의 흐름이라든지,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수시로 대학과 대화하는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여야 한다.

수소사회로 가면서 많이 등장하는 용어 중의 하나가 ‘섹터 커플링’이다.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한 전력 그리드와 수소 그리드의 통합 운영도 그 예이다. 기업과 대학 간에 더 이상의 미스매치가 없도록, 기업과 대학 간의 섹터 커플링을 위한 ‘인재 양성 그리드’의 구축 및 운영은 대학에게 주어진 큰 해결 과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경쟁력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2021년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3위였다. 그중 인프라 분야가 17위(기술 인프라 17위, 과학 인프라 2위, 교육 인프라 30위)이었는데, 교육의 세부 분야 중에서 대학교육은 47위로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과 기업 간의 산학협력 및 미스매치 해소를 위하여 아주 다양한 방법 제안되어 왔고, 많은 방법이 실행에 옮겨진 바 있다. 하지만 제대로 결과를 얻은 것은 많지 않다. 우리가 온라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된 것을 계기 삼아 수소사회의 실현을 위하여 이제는 교육이 혁신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학이 더욱 분발하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