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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확실한 행복,
도시를 버리고 숲으로 떠나다

‘단확행(단순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부상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관광보다는 한 곳에 머물면서 ‘쉼’, ‘맑은 공기’처럼 단순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이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면 올 봄에는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숲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고 소문난 국내 숲들을 알아보자.

한폭의 그림, 원대리 자작나무숲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760 │ 운영 시간 09:00-15:00 │ forest.go.kr │ 033-461-9696

강원도 인제 원대리에는 울창한 자작나무숲이 있다. 이곳은 영화나 뮤직비디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하얗게 빛나는 수천 그루의 자작나무 사이를 거닐고 있노라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역에서만 자란다. 그래서 한반도의 자작나무 군락지는 대부분 중부 이북의 산간 지역에 몰려 있다. 남한에서는 태백, 횡성, 인제 등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볼 수 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 탐방은 크게 자작나무 코스, 치유 코스, 탐험 코스, 힐링 코스로 나뉜다. 별다른 구분 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코스에 상관없이 거닐면 된다. 산림청이 처음 자작나무 수종을 숲으로 조성한 공간이라 일반 숲보다 길이 험하지 않다. 자작나무숲 코스는 명칭 그대로 자작나무 숲을 탐방하는 코스다. 40~50분 소요되지만, 길이 완만하게 잘 닦여 있어 걷기 편하다. 자작나무 코스가 끝나면 바로 치유코스로 이어진다.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이 코스에서는 혼요림과 천연림을 탐방할 수 있다. 탐험 코스는 숲속 계곡과 임도(산림 관리를 위해 설치한 도로)를 함께 탐방할 수 있다. 숲길이 꽤 가파르므로 이 코스 산책을 고려하고 있다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준비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힐링 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해 꽤 오래 걸어야 한다. 2코스를 지나서 원대봉 능선을 따라 걷는 데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자작나무숲은 흔히 겨울에 봐야 절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푸르른 이파리가 무성하게 자란 숲을 가만히 거닐다 보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서울 근교에서 가볼 만한 숲을 찾고 있다면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어떨까. 산불이 자주나는 시기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므로 홈페이지를 통해 방문 가능 일정을 미리 확인하길 바란다.

역사와 환경을 동시에, 문경 고모산 경상북도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 운영 시간 08:00-18:00 │ gbmg.go.kr/tour/main.do │ 054-550-6414

경상북도 문경의 고모산은 총성군 현서면 백자리와 모계리, 월정리에 걸쳐 있다. 산세가 험해 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사람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았던 지역이다. 덕분에 고모산 일대는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고 문화유산도 많이 남아 있다. 원앙, 새매, 오색딱따구리 등 보호종 조류와 멸종위기 동물인 담비가 서식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
고모산성은 경북8경 중 1경인 진남교반을 볼 수 있는 문경 대표 여행지인 신라 석축 산성이다. 청동 장신구와 철제 농기구 등이 출토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다. 고모산성 주변은 각각 다른 시대와 다른 성격의 유적이 산재해 말 그대로 종합역사박물관이다. 산성을 따라 걸으면서 내려다보면 고모산 아래로 표현할 수 없는 절경이 펼쳐진다. 고모산성 주변에는 ‘토끼비리’라는 천도가 있다. 천도는 하천가 절벽에 난 길을 말한다.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고 험하다. 토끼비리라 부르는 이유는 고려 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정벌하던 중 이곳에 이르러 길이 막혔을 때 토끼가 벼랑을 타고 달아나면서 길을 열어줘 진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가파른 산세는 걱정할 필요 없다. 고모산성에 주차장이 있어 차량으로 이동 가능하며 주차장부터 진남문까지는 걸어 올라가기 편하도록 길을 잘 닦아 놨다. 사계절 내내 걷기 좋은 길로 유명한 고모산성을 걸으며 고모산의 풍경을 감상하면 어떨까.

야생동물의 터전, 담양 대나무숲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응용리 104-2 │ 연중무휴 │ our.damyang.go.kr │ 061-380-3114

담양 대나무숲은 담양습지로 더욱 유명하다.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에서 광주광역시 북구 용강동 일대까지 이어지는 영산강 상류의 하천 습지이자 국내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대나무 군락지다. 생태답사 1번지로 불릴 만큼 철새의 집단 서식지이기도 하다. 하천 습지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생물 종이 서식하고 있다. 하천 습지로는 유일하게 습지보호 구역으로 지정됐다.
주차장 입구에 있는 안내소를 지나 걸으면 영산강 8경, 담양습지의 대나무숲이 나온다. 이 대나무숲 길은 ‘담양 오방길 코스’ 5코스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걷기 좋은 곳이다. 철새를 관찰하며 하천 습지에서 자생하는 대규모 대나무숲을 걷다 보면 각종 동 · 식물 등 자연이 빚어낸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아시아 최초로 슬로우 시티로 선정된 전라남도 담양은 조금은 느리지만 곧은 삶을 지양했던 우리의 전통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평화로운 시간을 갖고 싶다면 담양 대나무숲을 찾아가 보자.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리며 사각거리는 아름다운 대나무의 선율에 마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