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길거리에서 마주한 이름 모를 야생화 한 송이에도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마음 같으면 돌아오는 주말엔 가까운 공원이나 산으로 꽃놀이를 하러 가고 싶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발목이 묶여 꼼짝 못 하는 요즘 같은 때 꽃놀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집안에서 봄을 맞이해야 한다면 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몇 편 골라 보면 어떨까. 스크린을 통해 꽃놀이를 한껏 즐기다 보면 마음속에 봄이 성큼 더 가까워져 있으리라.
“떠난 버스와 여자는 잡지 마라”,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면 먹고 갈래?”까지!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말들이 모두 이 영화에서 나왔다. 특별할 것 없는 사랑 이야기지만, 연애를 통찰하는 주인공들의 대사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자주 회자된다. 특히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직접적인 대사는 없지만 만개해 흩날리는 봄꽃을 배경으로 화려했던 연애를 정리하는 두 남녀의 마지막 모습에서 관객들은 폭풍(?) 눈물을 쏟았다.
‘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벚꽃’, ‘사랑’, ‘추억’ 3요소가 어우러진 영화다. 소꿉친구인 하나와 앨리스가 꽃미남 소년 미야모토를 동시에 좋아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삼각관계 이야기. 청춘만의 재기발랄한 생각과 행동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아름다운 음악과 보기만 해도 설레는 봄꽃이 영상미를 더한다.
프랑스의 만화작가이자 애니메이터인 실뱅 쇼메가 연출한 영화다. 감독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알 수 있듯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곳곳에는 만화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꽃과 소품이 등장한다. 엉뚱한 대사와 다채로운 배경음악은 물론 화단을 대신한 피아노, 거실을 가득 메운 식물 등 애니메이션에서나 표현 가능한 장면이 대거 등장한다.
<계춘 할망>은 12년 만에 잃어버린 손녀를 찾은 해녀 계춘과 손녀 혜지가 함께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봄 날 제주의 풍경이 인상적으로 전개된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노란 유채밭을 배경으로 태왁을 거머쥐고 평대리 바닷가로 물질하러 가는 해녀 계춘의 모습은 처절한 삶의 모습이라기보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녹아든 한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영화 <빅 피쉬>는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가 아들 윌에게 세상을 떠돌며 겪은 모험담과 아내 산드라와의 추억을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에드워드가 산드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을 단연 최고의 신으로 꼽는다. 산드라의 집 앞에 수천 송이 꽃밭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설렘을 선사한다. 마치 화면에서 수선화 향기가 뿜어져 나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일생에 단 한번 무지개 같이 변하는 사람을 만난단다. 네가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더 이상 비교할 수 있는 게 없단다.”
플립 │ 2010 │ 롭 라이너 감독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같은 장소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아온 것 같아서 좌절했어. 맞은 편에서 보면 같은 곳을 도는 듯 보였겠지만 조금씩 올라갔거나 내려갔을 거야.”
리틀 포레스트 : 겨울과 봄 │ 2015 │ 모리 준이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