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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발전 산업의 탄소 중립,
넷제로 Net-zero
글. 경일대학교 화학공학과 박진남 교수

전기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심지어 무인도나 오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전력 확보를 우선시한다. 1800년에 이탈리아의 과학자 알레산드로 볼타가 볼타 전지를 발명한 이래 전기와 관련된 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895년에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교류를 생산하는 상업용 수력 발전소가 최초로 건설됐다. 이처럼 우리가 전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100년이 조금 넘을 뿐이다. 우리 모두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이 우리의 생활에 미친 영향을 느낄 수 있다. 이와 비교할 때 인류의 생활에 전기가 미친 영향은 이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전력 생산과 더불어 전력 활용은 조명, 산업용 동력, 냉난방 등 다방면으로 확대됐다. 전기 자동차의 보급에 따라 이제는 전기가 수송용으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전기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전력의 생산과 공급 인프라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전력의 생산과 공급이 주요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제는 전력의 생산 방법을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너무 많은 전력을 사용하게 되면서 수력 발전만으로는 부족한 전력의 공급을 위해 대량의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화력 발전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발전원 비율을 보면 2018년 기준 석탄 42%, LNG(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가스를 냉각하여 액화한 가스) 27%, 기타 유류 1%로 거의 70%를 화석 연료가 차지하고 있다. 그외에 원자력이 23%, 신재생 에너지가 7%를 차지한다.

▲ 2011~2019년 에너지원별 발전량 현황
(출처: 한국전력공사 월별 전력통계속보, 연도별 한국전력통계

최근들어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2018년에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48차 IPCC(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는 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현재 수준에서 1.5도 이내로 억제해야만 기후 변화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한,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넷제로(Net-zero) 배출이 달성되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현재 넷제로 달성을 위한 가장 대표적인 노력이 태양광 · 풍력 발전 같은 재생 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통한 화석 연료 화력 발전의 감축이다. 재생 에너지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발전된다는 단점이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사용하기 힘들다. 재생 에너지 발전 용량이 확대되더라도 재생 에너지 발전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재생 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규모로 대용량의 전력을 저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현재는 시동과 정지가 용이한 LNG 화력 발전이 백업용 재생 에너지 발전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생 에너지 설비 용량이 계획대로 증가한다면 LNG 발전 설비 또한 이에 맞추어 증가해야 할 것이다. LNG가 상대적으로 청정한 연료이기는 하나 이 역시 화석 연료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를 이용하는 한 넷제로의 달성은 어렵다. 세계 각국도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안정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넷제로 달성을 위한 원자력 발전의 가치를 재고하는 중이다.

▲ 2019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우리나라는 2019년에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일본은 그 이전에 수소 로드맵을 발표했다. 일본의 수소 로드맵은 2050년 탄소 배출량 저감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기존의 LNG복합 화력 발전을 수소복합 화력 발전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일본의 계획에 따르면 2050년에는 대부분의 수소를 수입한 청정 수소로 사용하고자 한다. 이렇게 수입한 수소의 약 2/3는 수소복합 화력 발전에 사용할 예정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발전 부문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은 2018년 기준 전체 탄소 배출량의 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송 부문과 철강 부문이 각각 13% 정도이며, 나머지는 기타 산업과 상업· 공공· 가정 부문에서 발생한다. 넷제로의 달성을 위해서 재생 에너지 발전과 수소복합 화력 발전을 사용하면 발전 부문에서의 탄소 배출량 저감에는 기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의 넷제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막대한 양의 수소가 필요한데, 탄소 배출 없이 생산된 청정 수소를 어디서 경제성 있게 확보할 것인가가 문제시 된다.

정부 주도하에 국민 개개인의
적절한 의식 전환을 통해서
달성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선언했다. 현재 정부 여러 부처에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작성하고 있는 단계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사실은 넷제로 달성을 기술적인 측면 위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적인 해결책을 통해 넷제로와 경제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다. 원하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다른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넷제로의 달성에 우선 순위를 둔다면 전력 사용량의 감축, 석유화학 및 철강 산업의 설비 축소와 같은 극단적인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사회 시스템 역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하여 전 국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넷제로는 정부 주도하에 국민 개개인의 적절한 의식 전환을 통해서 달성이 가능하다.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우리의 후손들이 사용하여야 할 몫을 우리가 가불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할수록 우리의 후손들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더욱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