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Edu For All
지구촌 교육나눔의 현장

홀트아동복지회 홍우정 나눔사업본부장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를 비롯,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미래에 대한 불안이 뜻밖의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 문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나눔’이 이어질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교육나눔을 진행해온 해외사례를 살펴본다.



나눔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

예로부터 조상들이 콩 세 알을 심는 이유인즉 하나는 땅속의 벌레 몫이고, 하나는 이웃의 몫이고, 나머지 하나가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야 하는 동반자로 보았던 공동체 의식이 돋보인다. 오늘날은 급격한 사회변동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이 파괴되었으며 이는 사회적 갈등과 불신, 재난과 사고, 환경파괴, 부패와 비리를 조장함으로써 삶의 질을 크게 저하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나눔교육은 이런 사회문제를 인지하고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교육나눔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과정에 기부 학습 및 봉사 학습 등이 개설되어 있어 타인과 배움을 나눌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나눔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돌보는 필란트로피

독일 북부의 작은 항구도시 킬 하세(Kiel Hassee)에서는 1986년부터 생태도시운동이 시작되었다. 지역의 한 여성 건축가가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21가구의 입주 가정을 모으고 스웨덴의 남쪽 항구도시인 말뫼(Malmö)는 아시아 신흥국가에 조선업을 빼앗기고 스웨덴 최고의 산업중심지에서 열악한 도시로 전락한다. 말뫼의 랜드마크이자 자랑이었던 코쿰스 크레인의 마지막 모습에 시민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고 이 광경은 ‘말뫼의 눈물’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도시에 불어 닥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시당국과 시민들이 나섰고, 남겨진 조선소 터와 버려진 공장지대에 정보기술과 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한 ‘Bo01지구’가 탄생한다. ‘Bo’는 스웨덴어로 ‘거주하다’, ‘01’은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1년을 상징한다. 향후 50년 내 고갈될 화석연료 및 우라늄에너지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원이 어떻게 도시계획 및 설계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러닝투기브

미국의 ‘러닝투기브(Learning To Give)’는 나눔의 역사를 비롯해 비영리단체와 시민의 역할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도록 교육학자, 교사, 해당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러닝투기브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나눔 커리큘럼을 통해 나눔의 정의, 나눔과 시민사회, 나눔과 개인, 봉사활동과 서비스 등 4개의 나눔 주제를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커리큘럼은 청소년들이 나눔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하며, 봉사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학년별 버전으로 세분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교사는 이를 교과 내용과 접목해 가르치고 청소년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바탕으로 기부, 모금, 봉사, 연구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주도적으로 계획·실행한다.
예를 들어 입양의 날에 교사는 입양과 관련해 학교에서 토론 수업을 하고, 청소년은 입양을 돕는 지역 기관을 조사해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모금 활동을 펼친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입양 관련 기관의 정보를 담은 책자를 제작하는 등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학교 교사와 공동으로 개발되며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실제 수업을 한 후 수정과 보완을 거쳐 완성된다. 그리고 러닝투기브 홈페이지에 올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무기, 옥스팜

영국의 ‘옥스팜(Oxfam)’ 프로그램은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교과목에 시민 정신을 포함하여 나눔과 베풂, 봉사 등을 교육한다. 학생이 적극적인 시민이 되도록 권장하고 세계문제를 이해하도록 하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적극적인 시민성, 괴롭힘, 아동의 권리, 기후변화, 갈등, 개발, 재해 및 비상사태, 지진, 교육, 환경, 평등, 공정무역, 음식, 글로벌 식량 위기, 건강, 인권, 전쟁과 평화, 밀레니엄 개발 목표, 빈곤, 인종차별, 재활용, 사회정의, 지속가능성 등으로 되어 있다. 이 밖에도 모든 학년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Giving Nation 프로그램’이 있다. Giving Nation 프로그램은 시민성 교육에 많은 비중을 두고 아동·청소년이 문제 인식 및 토의를 통해 모금 및 캠페인 활동과 자원 활동을 하는 것에 목적으로 두고 있다.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사회적 이슈를 정하고 시간, 재능, 현금 기부 중 다양한 방식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하며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비영리단체를 탐색하고 스스로 단체와 이슈를 선정하여 단체를 돕는다.
위의 사례에서 보았듯 나눔이 생활 일부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교육나눔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체계적으로 교육나눔을 실시하는 학교가 거의 없다. 앞으로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부모와 아이, 학교와 선생님이 함께 나눔의 토양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또한 ‘타인을 위한 나눔의 의미와 나누는 방법’ 등을 가르쳐 나눔의 세대를 키워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