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품은 폐교로 추억여행
아이들이 떠난 자리, 폐교는 색다른 변신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오랜 시간의 흔적 위에 도서관, 미술관, 복합문화공간 등의 새 옷을 입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 아이들이 떠난 후 썰렁하기만 했던 폐교의 색다른 변신을 만나보자.
책지기 부부가 만든 작은 마을 속 큰 도서관, 책마을해리
뚝딱뚝딱, 폐교는 책을 싣고 도서관이 되어
전북 고창 해리면에 위치한 나성 폐교. 아이들이 없어 문을 닫는 시골 학교의 모습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외로움을 남긴다. 책마을해리는 아이들이 떠난 지 오래인 나성 폐교를 변신시킨 곳이다. 서울에서 출판일에 종사하던 이대건 촌장은 책마을을 만들겠다는 꿈으로 폐허가 된 학교를 가꿔나가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아예 가족과 함께 이곳에 정착했다.
책마을 해리는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모토처럼
누구나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모락모락, 책이 피어오르는 마을로 놀러오세요
책마을해리는 삐걱거리는 복도를 다시 깔고 교실을 말끔하게 단장해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오랜 노력 끝에 책마을해리는 동학평화도서관, 책숲시간의숲, 버들눈도서관, 책감옥 등 여러 공간이 마련되었으며 기증받은 책 20만 권을 곳곳에 비치해 어디서나 책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Info
주소 전북 고창군 해리면 월봉성산길 88 연락처 070-4175-0914
관람시간 화~토요일(10:00~18:00) 입장료 도서구매로 대체
{동학평화도서관}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장소는 입구 오른쪽 느티나무 위에 지은 ‘동학평화도서관’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나무 위의 오두막!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나무 위 아담한 집에서 책을 읽노라면 톰 소여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곳에서는 민족민주운동 뿌리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 동학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어볼 수 있다.
{책숲시간의숲}

교실을 2개를 합쳐서 만든 ‘책숲시간의숲’에는 3만여 권의 책이 빼곡히 꽂혀 있다. 천장을 뜯어내면서 드러난 공간까지 책을 꽂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캠프, 강연, 심포지엄, 포럼 같은 행사가 열린다. 올 초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팀이 다녀가기도 했으며 영화배우 공유의 화보 촬영장소로도 활용되었다.
{버들눈도서관}

‘버들눈도서관’은 복층 구조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다락방 같은 포근한 공간이 나타난다. 버들눈도서관은 책마을해리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교실과 복도를 터서 경계를 없앤 공간, 사방에 빈틈없이 꽂힌 책, 앉거나 기대기 좋게 군데군데 놓아둔 의자와 쿠션까지. 아이들이 편하게 뒹굴며 책에 빠져들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책감옥}

‘책감옥’은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들어가 다 읽기 전에는 나올 수 없다. 자발적 감옥인 셈이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게 돼 있고 문 아래쪽에 식사를 넣는 구멍까지 있다. 집기는 앉은뱅이책상 하나, 침대 하나, 책장 두어 개가 전부다. 책감옥에는 책을 딛고 선 죄수가 앙증맞게 그려져 있는데 마치 만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예술가 부부가 만든 깊은 숲속, 아미미술관

자연 속에서 예술을 누리다
아미미술관은 폐교된 구 유동초등학교를 작가 박기호씨와 설치 미술가 구현숙씨가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사립미술관이다. ‘아미(ami)’는 프랑스어로 친구, 애인을 뜻한다. 애정어린 마음이 듬뿍 담긴 단어에는 문화 소외지역의 예술인과 지역민이 아미처럼 가깝고 친근한 미술관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모토가 담겨있다. 마침 미술관은 뒷산인 아미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데, 산의 능선이 마치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을 닮아 아미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옛날 학교의 정취와 자연이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이곳의 트레이드마크는 바로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는 담쟁이 넝쿨이다. 미술관에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담쟁이 넝쿨은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햇빛을 받아 더 산뜻하게 빛나는 짙은 초록색의 넝쿨은 하나의 전시작품처럼 보인다. 특히 옛날 학교의 모습과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계절마다 달라지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진 찍기 좋은 출사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블로그·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아미미술관은 ‘당진 가볼 만한 곳’, ‘사진 찍기 좋은 미술관’, ‘데이트하기 좋은 미술관’이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다.



지역, 예술, 작가가 상생하다
주변 경관만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미미술관은 당진은 물론 인근 예산·홍성·서산에서도 유일한 등록 사립미술관으로 지방에서는 드물게 학예사를 두고 15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했다. 정기 기획전도 대도시 미술관 못지않게 열린다. 미술 분야는 크게 상설전시회, Here and There전, 전속 작가 작품전, 어린이미술제로 나뉘며, 이들 기획전은 매년 정기적으로 열린다. 전시실은 5곳으로 평소에는 상설전시장으로 활용하고 기획전을 유치하며, 작업실 4곳은 전속 작가들의 작품활동실 또한 전시 및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사를 위한 작업실이다. 한옥은 전통가옥을 복원하여 선조의 생활 도구 및 생활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전속 작가들의 거주 숙소로도 활용 중이다. 연구실에는 2,000여 권의 일반 교양서적과 미술 서적, 철학 및 종교 서적을 비치하고, 200여 점의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아미미술관은 미술문화의 활성화와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여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문화, 건축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되며 문화 소외계층에 문화예술의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일조하고 있어 지역주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Info
주소 충남 당진시 순생면 남부로 753-4 연락처 041-353-1555
관람시간 매일(10:00~18:00) 입장료 24개월~청소년 4,000원, 성인 6,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