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교육혁신리더와의 만남
사람들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획일화된 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자신의 색을 잃어간다. 개인의 내면이 흐릿해지는 위기의 지금, 당신만의 색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물감과 붓을 쥐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다채로운 세상을 그리는 이들, 책마을 해리의 이대건 촌장과 자유학교의 양석원 대표를 만나본다.
책을 읽고, 나를 읽는 마을
책마을 해리 이대건 촌장
읽는 문화, 쓰는 문화,
나아가 펴내는 문화가 한 사람과 사회를 함께 성장시키는 공간,
그곳이 바로 책마을 해리입니다.

종이와 활자의 감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책마을 해리의 이대건 촌장은 올해로 27년째 책을 만들어온 출판기획자이자 편집자이다. 촌장이라는 호칭에서 살피듯 마을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다. 20년 전,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장을 할 때의 일이다. 당시 ‘종이책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전자책의 시대!’라는 흐름이 출판계에 큰 파문을 남겼다. 이대건 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책은 진화할 텐데 미래 세대에게 책의 원형, 종이와 활자에 대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책마을 해리의 시작이었다.
책마을 해리는 출판기획자, 편집자, 디자이너가 공동체를 이룬다. 더불어 책마을 해리를 아름답게 가꿔주는 예술가와 평생 책 읽히는 일을 해온 독서운동가도 함께 살고 있다. 저마다의 색이 뚜렷한 마을 구성원은 한데 힘을 모아 책학교를 개강한다. 책학교는 독서가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이야기를 기록하고 갈무리해 출판하는 학교이다. 이 과정을 통해 책이 교육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나아가 지역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이대건 촌장의 바람이다. 읽는 문화, 쓰는 문화, 나아가 펴내는 문화가 한 사람과 사회를 함께 성장시키는 일이 자연스레 일어나는 공간, 그것이 바로 책마을 해리의 핵심가치인 것이다.
책을 통한 연대와 유대로 하나되어
이대건 촌장이 책마을 해리를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은 책, 오로지 책이다. 평생 ‘누구나’를 꼬드겨 책을 내게 도와온 사람이었고, 그 일이 세상을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기획하고 만드는 책이 쌓여 벌써 320여 권, 함께 참여해 펴낸 저자가 4,100여 명이나 된다. 그 만남을 위해 짧게는 9년, 길게는 15년을 하나하나 공간을 일구고 가꿔온 것이다. 분명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한해 책농사를 마치고 졸업식 겸 전시회와 출판기념회를 할 때, 마을잔치로 이어지는 따뜻한 순간이 행복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글씨름, 책씨름으로 마음을 맞대는 정다운 순간이 행복하다. 이대건 촌장은 책마을 해리의 작은 날갯짓이 세대와 계층 사이, 도시와 시골 사이, 나아가 인종과 나라 사이의 간극을 좁히길 바란다. 책을 통해 연대하고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공간이 그의 꿈인 것이다. 이대건 촌장이 꾸려가는 책마을 해리, 그곳에 가면 우리 사회가 마음껏 체인지메이커를 꿈꾸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열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경험하는 덴마크식 인생학교
자유학교 양석원 대표
쉼과 전환이 필요한 성인들이 개인의 고유한 색과 향기를 찾으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자유학교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덴마크의 행복 교육이 한국에 닿기를 바라며
저녁 9시가 넘은 시간, 초등학생들이 자기 몸뚱어리만 한 책가방을 메고 학원 차를 기다리는 모습은 언제부턴가 굉장히 익숙한 풍경이다. 시설은 더 좋아졌지만 텅 빈 놀이터와 들을 수 없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반면, 지친 아이들로 꽉꽉 채워져 있는 수많은 학원 빌딩들이 숨 막힌다. 우리나라 교육을 대표하는 입시 위주, 주입식 교육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교육은 각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적성과 흥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획일적인 잣대로 대학교 입학을 위한 시험성적 만들기를 최고 목표로 한다. 이러한 교육은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물론, 본인의 장단점과 적성에 대해 고민할 기회와 다양한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박탈한다.
양석원 대표는 이러한 교육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뜻이 같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자유학교를 꾸렸다. 덴마크에서 ‘폴케호이스콜레’라는 덴마크식 전통적 교육 제도를 경험한 그는 학교를 위한 삶이 아닌 삶을 위한 학교를 꿈꾸며 고된 여정을 시작했다. 그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걸까? 덴마크의 행복 교육이 한국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은 점차 많은 사람에게 감화를 주고 있다.
자유(自由)는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로 걸어가는 것
폴케호이스콜레는 학생들의 자유가 가장 우선시 된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교과목과 담당 교사와 원하는 학급 유형을 선택할 수 있고 학교는 학생들의 선택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구상한다. 학생들은 제도권 교육과정에서 쉼표를 찍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과도 정서적인 교류가 가능하다.
양석원 대표는 한국에서 폴케호이스콜레를 자유학교라는 이름으로 시도하고 있다. 자유학교는 ‘쉼’과 ‘전환’ 이 필요한 성인들을 위한 학교이다. 자신의 이유를 찾는 학교라는 뜻을 가진 자유학교는 덴마크처럼 기숙학교 형태는 아니지만 시민들의 평생 교육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양석원 대표의 꿈은 전국 곳곳에 자유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자유학교에 입학하는 사람들 개개인의 다양한 색과 향기, 소리를 존중하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다양한 빛과 열정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란다. 양석원 대표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지식과 전문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