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많은 청소년의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지구의 미래’다. 어릴 때부터 환경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에 관심도 많고, 환경 보호를 실천하려는 의지도 강하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 이용을 줄이자는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운동도 이런 배경에서 시작된 스웨덴의 환경 캠페인이다.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를 줄이려는 각종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유럽 항공 업계의 변화를 눈여겨볼 만하다.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스웨덴 인구의 23%가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았다. 2019년 1분기에는 스웨덴 국내선 이용객이 2018년에 비해 3%p 감소했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최대 18유로의 환경세를 부과한다. KLM 네덜란드 항공은 여행객들에게 비행기 이용을 줄일 것을 권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이런 변화는 모두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운동에서 기인한다. 플라이트 셰임이란 비행기(Flight)와 부끄러움(Shame)을 조합한 신조어로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비행기 이용에 부끄러움을 느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스웨덴에서는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고 불린다. 스웨덴에서 이 운동을 먼저 시작한 건 유명 인사들이었다. 이들이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후로 많은 사람이 이를 지지하며 플라이트 셰임이 확산됐다.
유럽 환경청에 따르면 비행기를 타고 1km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285g인 데 비해 기차가 1km를 이동하는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14g에 불과하다.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트레인 브래깅(train bragging·tågskryt)’도 떠오르고 있다. 기차로 이동하는 것을 SNS에 드러내며 환경을 위한 선택을 인증하기도 한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숨기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등교 거부 시위’를 펼친 그레타 툰베리가 플뤼그스캄에 동참하면서 스웨덴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 운동이 빠르게 확산됐다. 툰베리는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역대 최연소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그녀는 지난 2018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국회 앞에서 환경 문제에 관한 시위를 하면서 유명해졌다.
툰베리는 2019년 세계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신이 사는 스웨덴에서 뉴욕까지 태양광 요트를 타고 이동했다. 비행기를 이용했다면 하룻밤 사이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려 2주에 걸쳐 바다를 건너간 것이다.
▲ ©클립아트
전 세계 2,000여 개 도시에 사는 청년들이 툰베리를 따라 움직일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지만 그녀를 향한 질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외치는 탄소 중립 구호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실제로 그가 이용한 태양광 요트는 일반인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탄소 발생이 적은 태양광 요트를 이용해 유럽에서 미국까지 이동하려면 값비싼 요트 비용과 2주에 달하는 시간을 기꺼이 지불할 여유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무탄소 여행이 더 비난받은 이유는 요트를 운전한 선원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툰베리는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환경 문제에 대한 화두를 끊임없이 던지며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면에 있어서는 그를 따를 자가 없다.
툰베리는 어렸을 때 선생님이 학교에서 보여줬던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스웨덴은 1972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를 기점으로 유치원 아이들부터 성인이 받는 모든 교육 커리큘럼에 ‘환경교육’을 포함했다. 한국에서도 환경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환경교육이 의무화돼 툰베리처럼 영향력 있는 환경운동가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