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준법부의 업무 형식은 일정한 틀 안에 갇혀있지 않을 때가 많다. 윤리·인권 분야의 특성상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확산하는 일을 하기에 보통의 부서보다 다양한 기획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매번 수많은 아이디어와 씨름하며 열정을 쏟고 있는 윤리준법부를 만나보자.
윤리준법부 조석기 차장
한국서부발전의 종합청렴도가 전년보다 한 등급 상승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청렴도 평가 결과다. 2018년 4등급을 기록한 뒤 매년 한 등급씩 향상되어 2020년에 드디어 2등급을 달성한 것이다. 2013년에 2등급을 달성한 뒤로는 7년만이다. 내부청렴도의 경우에는 2015년 본사를 태안으로 이전한 이후로 점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터라 직원들의 실망이 컸는데 5년 만에 상향된 것이다. 윤리준법부 조석기 차장은 직원들이 합심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결과라고 말했다.
윤리경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 차장은 부서원들과 함께 지난 한해 동안 ‘WP등대’에서부터 청렴BJ 사내방송, ‘청렴Mind Pop-Up’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추진해왔다. 먼저 조 차장은 직원들의 청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의 ‘청렴신호등’ 제도 운영방법을 대폭 수정하여 ‘WP등대’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는 우선 단위조직별 청렴수준 진단결과의 공개로 조직 간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진단결과를 당해 처·실장에게만 통보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운영 방향도 청렴실천 미진부분에 대한 개선을 독려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청렴 우수부서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쪽으로 바꿨다. 격려와 더불어 포상금까지 주어지니 직원들의 반응도 훨씬 좋아졌다. 조 차장은 대다수의 기관에서 외부 유료서비스를 통해 이용하는 청렴자가학습시스템(SCLS, Self Check Learning System)을 회사의 현 조직문화와 구성원들의 청렴인식에 맞게 직접 제작해 ‘청렴Mind Pop-Up’이라는 이름으로 사내포털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를 비롯한 윤리준법부 직원들이 위트 있는 이미지와 문구를 직접 구상해 매일 아침 팝업창으로 띄웠기에 타 부서 직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2018년 이후 한국서부발전의 종합청렴도는 4등급에서 2등급으로 매년 한등급씩 향상되었으며, 내부청렴도 역시 2년 연속 4등급을 탈피하며 3등급
을 달성하는 등 정량적 부분에 있어서는 가시적 성과를 내오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인식은 이런 변화와 궤를 달리하고 있다.
조 차장이 올해 업무계획을 ‘청렴 문화 지체 현상 해소’로 세운 이유다. 문화 지체란 급속하게 발전하는 물질 문화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변하는 비물질 문화 간의 변동 속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조 차장은 이러한 현상이 한국서부발전의 청렴인식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수치적인 측면에서 개선된 상황과 직원들의 인식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며 부정·부패·비위 등에 대한 직원들의 경험률과 인식률이 일치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리준법부 강정은 차장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경영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국서부발전에도 인권경영 체계가 구축됐다. 하지만 인권위의 인권경영 매뉴얼은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인 만큼 발전회사의 특성과 상충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윤리준법부 내에서 인권경영을 담당하는 강정은 차장은 이간극을 좁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여름 태안발전본부에 ‘마음나눔’ 센터가 들어섰다. 회사 인권·윤리·법무 담당자들이 상주하는 곳으로 사업소 직원을 비롯해 협력사 근로자들의 고민·건의 등 현장의 목소리에 다가가는 소통·상담채널이다. 업무에 지쳐 이곳을 찾기 힘든 근로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홍보용 차량도 동원됐다. 강 차장은 이 차를 타고 직접 설비 부서를 찾아가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전보다 현장의 고충에 공감할 수 있게 됐다. 많은 부분이 개선되지 못해 아쉽지만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직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 차장은 밝혔다.
한국서부발전이 공공기관 최초로 펴낸 ‘부당업무 지시 사례집’은 2017년 권익위가 10대 반부패 우수시책으로 선정하면서 다른 기관들이 벤치마킹한 바 있다. 직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한 이 사례집이 올해는 「60계 지킴이북(e-book)」이라는 이름의 전자책으로발행된다. 60가지의 경계해야 할 사례를 담은 이 책에는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할 회사 공식 청렴 캐릭터인 ‘탁 대리’가 등장할 예정이다. ‘경계할 계’와 ‘닭 계’의 동음을 센스 있게 살린 청렴 캐릭터의 등장에 귀추가 주목된다.
인권경영 체계가 외형적인 틀을 갖추기 시작한 시점은 3년 전이다. 이때 수립된 중장기 계획은 2020년부로 만료됐다. 이에 강 차장은 올해 새로운 중 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협력사와 지역사회로 인권경영 가치를 확산해나가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리준법부의 다양한 시도로 한국서부발전의 진가가 재발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를 시원하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아이스크림(I-Scream) TV’라는 이름으로 BJ 방송을 제작한 직원들이 있다. 윤리준법부 조민창 사원과 한지현 사원이다. 이들은 기획에서부터 촬영, 편집에 이르는 방송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소통과 공감이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매번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1년 가까이 방송을 제작했다. 2021년에는 보다 퀄리티 높은 방송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시즌 2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