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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안녕
오프닝이 인상적인 영화

첫인상, 첫사랑, 등교 첫날, 입사 첫날, 첫눈, 첫걸음, 첫키스. 우리말엔 유난히 ‘처음’을 기억하는 단어가 많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처음’이라는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리라. 어김없이 다가온 새해, 오프닝이 인상적인 영화가 있다. 화면을 뚫고 전해지는 에너지를 받아 2021년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애니메이션부터 SF까지 골고루 준비했으니 취향대로 골라 봐도 좋다.

업 | 2009 피트 닥터, 밥 패터슨 감독 눈물 지수

영화가 시작한 지 5분 만에 눈물을 줄줄 흘렸다는 간증(?)이 이어지는 전설의 오프닝이다. <업>의 오프닝에서는 어릴 적 친구였던 엘리와 칼이 가정을 이루고 함께 늙어가는 모습이 약 5분간 압축되어 펼쳐진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경험하지도 않은 생의 희로애락이 주마등처럼 스쳐감과 동시에 행복과 서글픔이 느껴진다. 이런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다는 건 삶의 가장 큰 행운이 아닐까.

라라랜드 | 2016 데미안 셔젤 감독 월요병 퇴치 지수

2시간 남짓한 러닝 타임 중 고작 몇 분의 지분을 갖는 오프닝의 역할은 명확하다. 짧은 시간 안에 스크린 속 이야기로 관객을 훅 끌어당기는 것. <라라 랜드>의 오프닝만큼 이 역할에 충실한 영화가 또 있을까. 뜨거운 한여름의 고속도로, 교통 체증으로 늘어선 차들을 배경으로 댄서들의 화려한 군무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몸이 들썩인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 제목은 ‘또 다른 날의 태양’(Another day of sun). 어느 울적한 월요일에 보면 제목처럼 내일의 태양이 호랑이 기운을 가져다 줄 것 같다.

드라이브 | 2011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 야간 드라이브 지수

무표정하고 과묵한 남자(라이언 고슬링)가 차를 타고 LA 밤거리를 질주한다. 뒷좌석엔 막 가게를 턴 강도 둘이 타고 있다. 경찰의 추적을 여유롭게 따돌 리는 걸 보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심장 박동 소리 같은 배경 음악과 묵직한 자동차 엔진 소리, 화려한 LA 야경이 어우러져 진한 마초의 향을 풍 긴다. 떠돌이 인생을 살던 남자의 진부한 이야기가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연출 마법 덕분에 스타일리시하게 다시 태어났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2013 벤 스틸러 감독 여행병 유발 지수

빈약한 숫자로 가득한 가계부를 정리하던 월터(벤 스틸러)는 출근길 전철역에 앉아 뜬금없는 상상에 빠진다. 슈퍼 히어로처럼 날아올라 옆 건물 창문으로 뛰어 들어 짝사랑하는 같은 회사 직원인 셰릴(크리스틴 위그)의 강아지를 구하는 공상 말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백일몽에 빠져 멍하게 셰릴과 함께 있는 장면을 상상하는 그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기엔 웃음거리일 뿐이다. 어느 날, 잡지의 마지막 표지가 될 사진작가 숀의 25번 컷을 찾아 월터가 용감하게 세상에 한 발씩 내딛는다. 그때마다 그의 상상은 말 그대로 현실이 된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숀을 찾고 마침내 25번 컷을 확인한 순간, 월터의 얼굴엔 더없는 자신감이 넘친다.

인 디 에어 | 2009 제이슨 레이트만 감독 비행 욕구 지수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회사를 대신해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해고 전문가 라이언(조지 클루니). 그의 삶의 모토는 ‘사람은 결국 혼자 죽는다’.
라이언의 꿈은 항공 마일리지를 모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플래티넘 회원이 되는 것이다. <인 디 에어>의 오프닝엔 하늘에서 본 여러 도시가 그림처럼 담겨있다. 영화는 그렇게 공중을 떠도는 라이언에게 계속해서 착륙을 권한다. 외딴 섬처럼 혼자 살아온 그에게 사람들과 부대끼는 삶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언은 조금씩 관계를 맺고 나아간다. 그 노력들이 모여 플래티넘 인생이 되는 것일 터. 그런 라이언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프닝

<스타워즈>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스타워즈>의 영화음악과 오프닝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
별이 가득한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익숙한 문구가 등장한다. ‘옛날 옛적 멀고 먼 은하계에...(A long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이윽고 <스타워즈>의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노란색 글자가 위로 스크롤되며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 오프닝은 수십 년 동안 여러 매체에서 패러디되며 <스타워즈>의 시그니처 장면으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