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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

지난해 코로나19로 전 인류의 움직임이 줄어들자, 그간 사라졌던 동·식물이 다시 등장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 있다. 인류에게 최악의 바이러스로 기록될 코로나19가 지구에게는 치료제가 된 것이다. 떠났던 동물이 하나 둘 다시 발견되는 요즘, 경기도 김포 일대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조류를 살펴보았다.

‘천 년의 사랑꾼’
재두루미

▲ 재두루미

한 번 맺은 인연은 영원히, 재두루미

백조만 춤추는 것이 아니다. 두루미의 춤 또한 그에 못지않다. 두루미는 구성원 간의 애정을 표현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춤추듯 날갯짓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서로 시선을 맞추면서 하늘과 땅을 굽어보는 모습은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일종의 의례이자 우아한 무용수의 춤 같다. 때문에 한반도 동남쪽 끝에 자리한 동래, 수영 지역에서는 이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해 ‘동래학춤’이라는 이름으로 전승하고 있다.
두루미는 한 번 맺은 짝을 배신하지 않아 ‘천 년의 사랑꾼’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한 방송에는 2020년 봄, 우리나라에서 다친 암컷을 두고 번식지로 떠났지만 5개월 만에 2,000km를 날아 다시 암컷을 찾아온 수컷 재두루미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4,500~5,000여 마리 정도 남은 재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 203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됐다. 재두루미의 몸 길이는 119cm~127cm에 달한다. 깃털이 흰 색인 두루미와 달리, 온 몸이 짙은 회색이라 재두루미라 불린다. 눈 가장자리와 뺨에 붉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재두루미는 중국, 일본, 한국 등지에 분포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한강 하구와 임진강 하류가 교차되는 지역이 주 도래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새는 해마다 월동했던 지역을 정확하게 다시 찾아온다. 그 중에서도 김포시 시암리 습지는 1970년대까지도 2,000마리 이상의 재두루미가 찾는 우리나라 최대의 월동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농경지 감소와 개발로 인해 재두루미의 겨울나기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인간이 이들을 기억하고 생존할 터전을 지켜준다면 귀소본능이 강한 재두루미는 끝까지 우리를 찾아올 텐데 말이다.

‘고달픈 사냥꾼’
노랑부리저어새

▲ 노랑부리저어새

넓적한 부리를 저으며 사냥하는 노랑부리저어새

저 멀리 물속에 머리를 박고 이리저리 좌우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새가 눈에 들어온다. 흰색 털이나 생김새가 백로인가 싶은데, 자세히 보면 부리가 밥주 걱처럼 넓적하고 노랗다. 천연기념물 제205-2호이자,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한 노랑부리저어새이다. 환경부는 보존할 필요가 있는 야 생 동식물 가운데 가까운 장래에 멸종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경우 2급, 개체수가 현저히 감소되어 멸종 위기에 처한 경우 1급으로 분류해 지정하고 있다.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5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를 볼 수 있다. 그 이름처럼 부리 끝이 노란색인 노랑 부리저어새는 몸 길이가 약 86cm로 큰 새에 속한다. 유럽, 인도, 아프리카,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해 있다. 우리나라에는 9월부터 3월까지 머무르는 겨울 철새이다. 추운 겨울에는 부리의 노란색이 옅어지는데, 낮은 야외 온도에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깃털 사이로 부리를 파묻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노랑부리저어새는 주로 내륙 습지나 얕은 호수, 하천, 강, 저수지 등 비교적 면적이 넓은 습지에 산다. 수영은 하지 못해서 수심이 얕은 곳에서 작은 민물고기, 개구리나 올챙이, 늪지 식물이나 그 열매를 먹으며 생활한다. 새는 대부분 뾰족한 부리를 수직으로 내리꽂으며 먹이 사냥을 하는 반면, 노랑부리저어새는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좌우로 쉴 새 없이 저으며 사냥한다. 정확도 면에선 다소 불리하지만 먹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찾아냈다고 할 수 있다. ‘저어새’라는 이름도 넓적한 부리를 좌우로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강, 하천 등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노랑부리저어새는 매립 및 개발로 습지가 급격히 훼손되고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이 했다. 게다가 농약 때문에 하천과 습지 생물이 사라지면서 노랑부리저어새는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