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ist와
함께하는 여행
글 손성일
(사)도보여행 이사장
사진 손성일,정준택
길은 변해도 이야기는 남는다
코리아트레일 35~34코스 경기도 평택시 구간
평택은 ‘平:평평할 평, 澤:못 택’을 사용한다. 지명처럼 지형이 평탄하고 호수와 하천이 많다.
2012년 코리아트레일 평택 구간에는 과수원이 참 많았다. 7년이 흐른 지금은 봄이면 반딧불처럼 빛나던 하얀 배꽃 대신 고층 아파트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원도 함께 생겨 길은 다시 연결되었다. 대규모 개발로 풍경은 많이 변했지만 지금도 과수원을 지나 시냇물을 건너 들판을 걸을 수 있다. 평택 구간은 역사의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걸을 수 있고 이정표를 따라서 가볍게 풍경을 즐기며 걸어도 좋은 길이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이어지는 그날을 꿈꾸며…
코리아트레일은 2008년부터 마을길, 농로, 숲길, 제방길, 옛길 등 지역의 다양한 길 10,000km이상을 조사해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에서 국고 지원 없이 민간에서 연결한 국내 최장 도보 코스이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역부터 서울, 경기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해남 땅끝까지 6개 광역시·도 및 27개 시·군·구 33개 지자체를 경유하는 총 685km 52개 코스이다. 국보 1호 숭례문을 비롯해 쌍령, 차령고개, 누릿재 옛길과 진위향교 등 향교 11곳을 경유한다. 또한 영암 5일장 등 전통 5일장 13곳과 계룡양조장 등 지역 양조장 6곳을 포함해 150여 곳의 역사 문화 유적지를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만나 볼 수 있는 길이다
코리아트레일 Korea Trail 명칭
코리아트레일은 2008년 ‘新호남길’이란 이름으로 처음 불렸고, 2009년 ‘호남길’로 바뀌었다가 다시 ‘삼남길’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 ‘삼남길’은 ‘코리아트레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10년간 총 4번에 걸쳐 명칭이 바뀌었다. ‘삼남길’과 ‘코리아트레일’ 모두 2013년 상표 출원해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코리아트레일 구간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앤더스팟’을 다운 받으면 코리아트레일 전 구간 지도와 완주 확인을 위한 120개 모바일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램블러’ 애플리케이션에서 코리아트레일을 검색해 코스별로 지도를 다운 받아 따라 갈 수 있다. 이밖에도 다음(아름다운 도보여행)과 네이버(코리아트레일) 카페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다음 아름다운도보여행 카페 http://cafe.daum.net/beautifulwalking
네이버 코리아트레일 카페 http://www.koreatrail.org
코리아트레일 52개 코스 지도 다운 http://rblr.co/bAjH
앤더스팟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andthespot&hl=ko
코리아트레일 이정표의 의미
코리아트레일의 옛 이름인 삼남길 ‘ㅅ’ 을 교차하여 사람이 걷는 모습과 Trail의 ‘i’를 표현했다. 녹색은 숲길을 상징하며 임진강역 방향으로 주황은 황토 옛길을 상징하며 해남 땅끝 방향으로 안내한다. 이정표 애칭 고고(GO GO)는 ‘세계는 넓GO 우리는 걷GO’라는 의미로 언젠가는 한반도를 넘어 세계와 연결되는 코리아트레일의 원대한 꿈을 담고 있다. ‘고고(GO GO)’는 전봇대, 가로등, 바닥, 벽면에 스티커와 페인트 표시로 길을 안내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에 거주하는 도보여행자가 코리아트레일 완주에 도전한다면 52코스 임진강역에서의 출발을 권장하고 싶다. 언젠가 북한을 통과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해남 땅끝에서 DMZ와 한반도를 넘어 월드트레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
항일 역사가 이어지는 길
코리아트레일 35코스 경기도 평택시 구간
‘진위’는 평택의 옛 명칭으로 대체로 넓은 평야를 이루고 있어 진위 오이, 호박 등이 유명하다. 삼성전자, LG전자, 한국야쿠르트, 롯데제과 등 대형 제조 기업들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1호선 진위역 1번 출구에서 약 400m를 이동하면 35코스 출발점 사리고가교에 도착한다. 무봉산이 보이는 조개들 농로를 따라 걷다 보면 산과 골짜기가 아름다워 이름 붙여진 가곡1리 비석이 보인다. 가곡리 주변 마을은 예로부터 경주 이씨 집성촌으로, 우당 이회영 선생 일가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선생과 6형제는 이 지역에 보유하고 있던 모든 재산을 처분해 현재 가치로 6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들고 만주로 망명해 독립 지도자 양성을 위한 신흥 무관 학교를 설립했다. 우리가 절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독립유공자들이다.
삼남로 옆 인도를 따라가면 시원한 약수터와 화장실이 있는 흔치휴게소에 도착한다. 이곳부터 유난히 자작나무가 자주 보이는 무봉산 둘레길과 덕암산 숲길로 이어진다. 덕암산 숲길을 걷다 보면 특이한 나무 한 그루를 만날 수 있다. 앞모습은 코끼리처럼 보이고 뒤편은 김연아가 스케이팅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원균장군 사당과 묘가 있는 도일동 내리마을 인근은 원주 원씨 집성촌으로 묘선제 등 원균장군과 관련된 여러 유적지가 남아 있다. 가곡1리를 지나면 대규모 배밭을 통과한다. 지금도 봄이면 새하얀 배꽃 향기를 맡으며 걸을 수 있고 가을이면 평택의 맛좋은 배를 즐길 수 있다. 130년이나 된 느티나무 쉼터를 지나면 진위면사무소에 도착한다. 진위는 조선 시대 삼남대로가 지나는 중요 길목으로 현재 진위면사무소 앞에는 옛 진위관아터이자 ‘3.1 만세 운동’ 자리라는 안내 비석이 교훈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관아 남쪽에 있던 진위 주막은 삼남대로를 지나가는 수많은 길손들로 항상 북적였다고 한다. 진위면사무소에서 10여분을 걸어가면 진위천 앞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진위향교가 나온다. 진위천을 건너면 한여름에도 그늘이 풍성한 느티나무 쉼터도 만날 수 있다. 쉼터 앞에는 진위산업 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래서 공사 구간에서는 길을 잃지 않도록 ‘램블러’ 지도 앱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진위향교
1983년 9월 19일 경기도문화재자료 제40호로 지정되었다. 본래 건물이 병자호란으로 소실되자 초가집 두어 칸을 지어 위패를 모시다가 1644년(인조 22) 기와집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공자·맹자를 비롯한 선현의 위패를 봉안하며 2월과 8월에 석전의식을 행하고 있다.
원균장군 묘
원균(1540~1597)은 임진왜란 때의 장수로, 1597년(선조 30) 칠천량 해전에서 전사하였다. 전쟁이 끝난 후 1604년(선조 37) 이순신·권율과 함께 선무공신 1등에 책록된 사실이 ‘원릉군원균선무공신교지’에 기록되었다. 이것은 보물 제1131호로 지정되어 문중에서 관리해오고 있다. 묘소는 1980년 6월 2일에 경기도 기념물 제57호로 지정되었고, 사당은 1991년 7월 11일 평택시의 향토문화재 제6호로 지정되었다.
과거를 잊으면 미래도 없다
코리아트레일 34코스 경기도 평택시 구간
34코스는 2012년 개통 후 7년 동안 대규모 아파트 개발과 산업단지 조성 공사로 10번 정도 코스가 변경된 구간이다. 현재 공사하고 있는 구간과 올해부터 공사가 들어가는 구간이 있으니 도보여행 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길은 시대에 따라 변해도 이야기는 남는다. 내리마을 출발지는 2020년부터 브레인시티 산업단지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폐쇄된 볼보 공장을 지나면 하얀 연꽃이 아름다운 팔용저수지와 일부 구역이 낚시터로 사용되고 있는 고분저수지를 경유한다. 이 구간 역시 아파트 공사로 최근에 변경된 코스이지만 아직 농촌의 정취가 느껴진다.
아파트 조성으로 탄생한 배다리생태공원은 삼남대로와 관련된 곳이다. 조선 시대 삼남대로를 지나는 사람들이 배다리방죽에서 물을 건너야 소사벌을 지나 충청도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동부공원 옆 인도를 따라가다 여러 개의 비석이 보이면 그곳이 대동법시행기념비다. 원래 대동법시행 기념비가 있는 자리는 경기도가 아닌 충청도 땅이었다고 한다. 기념비를 지나 펼쳐지는 들판은 두 번의 큰 전투가 벌어진 소사뜰(평)이다. 임진왜란 때에는 명나라와 왜군이 싸워 명나라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400년 후 다시 소사뜰에서 맞붙은 전투에서는 일본군에 패해 이후 청일전쟁은 일본군의 승리로 끝났다.
코리아트레일 평택 구간을 걷다 보면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아팠던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고,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를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드넓은 소사뜰을 지나 충청남도와 경계를 이루는 안성천교에서 코리아트레일 34코스 평택 구간은 마무리된다.


대동법시행기념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40호)
원래 대동법은 1608년 경기도에서 처음 실시되었다. 김육이 충청감사로 있을 때 부역의 불공평을 없애기 위해 삼남지방에도 대동법을 실시하였다. 백성들이 그의 공로를 잊지 않고 기념하기 위하여 삼남지방을 통하는 길목에 비를 설치한 것이다. 1659년 효종 10년 언덕위에 세웠던 것을 1970년대에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 비의 원이름은 ‘金堉大同均役萬世不忘碑(김육대동균역만세불망비)’다. 대동법은 선조 41년(1608)부터 고종 31년(1894)까지 실시되었다.
스페셜리스트 소개

도보여행가 손성일 씨는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 이사장으로 2008년부터 코리아트레일(구 삼남길)과 경기도 의주길 등을 연결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산티아고 6개 코스 4,000km를 포함해 국내외 도보여행 누적 거리가 지구 한바퀴 42,000km를 넘었다. 2018년부터 매년 6개월씩 릴레이 6대륙 도보 횡단 ‘월드트레일’을 세계 최초로 도전중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우리 동네에도 올레길이 있다>와 <서울시 사계절 걷고 싶은 길 110>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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