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니, 그 시절
오락실과 만화방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80~90년대 청소년과 20대들의 대표적 놀이문화이자 쉼터였던 오락실과 만화방이 사라지고 있다.오락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 등 한 시대를 풍미하던 아케이드 게임 또한 사양길을 걷고 있다. PC방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었던 오락실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결정타를 맞았다. 도서대여점에 밀려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던 만화방 또한 웹툰 등 온라인 만화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멸종위기로 내몰렸다. 정보통신기술(IT)의 발달이 낳은 신풍속도를 들여다보자.
북적이던 손님들은 어디로? 예전의 절반도 안 돼
오락실에 손님은 오지 않고, 새 게임기를 들여놓는다고 해도 발길을 끊은 손님들이 돌아올지 미지수다. 손님이 올지 장담도 못 하는데 한 대에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 넘는 최신 게임기를 들여 놓는 것도 모험이다. 가끔 오는 손님들은 매번 같은 게임에 질려 게임장을 찾지 않는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잘나가던 시절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오락실로 손님이 제법 모였다.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시작된 대전 격투 게임 붐은 수많은 아류작을 쏟아내며 오락실 호황을 이끌었다. ‘DDR’, ‘펌프’ 등 리듬 액션 게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99~01년 사이 PC방이 보급되면서 손님은 점차 줄어들었다.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승부를 겨루는 것이 가능한 네트워크 게임과 비교하면 고작해야 앞자리에 앉은 사람과 대전하는 방식의 게임은 식상해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오락실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
작은 프레임 속 만화 주인공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어느덧 종이 냄새 풀풀나는 아날로그 시대는 가고,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읽는 현재의 만화는 마음 한편을 안타깝게 한다. 과거의 만화방은 경찰이나 학교, 학부모 차원에선 오락실과 함께 비행 청소년의 온상으로 여겨지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나마 오락실이 기성세대에게만 눈총을 받았다면, 만화방은 만화를 만드는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꺼려야 할 대상이었다. 마땅히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할 만화책을 매우 싼 가격에 볼 수 있게 만들어 만화의 가치를 떨어뜨린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전성기도 잠시, 인터넷의 발달과 종이책 시장의 침체로 더 이상 예전의 인기를 누리기 어려워졌다. 한국 만화의 중심은 출판만화가 아니며, 만화 대여 수익의 빈틈을 메꿔줄 수 있는 소설 대여나 비디오-DVD 대여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오락실, 만화방 어떻게 진화했나?
오락실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99~01년 사이 PC방 열풍에 직면해 과거의 오락실에 해당하던 청소년 게임장은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청소년층의 놀이문화가 다양해진 것도 오락실이 사라지는 데 주요 원인이다. 오락실의 대체제인 PC방은 총체적인 측면에서 고급화 추세가 일고 있다. 고해상도 혹은 커브드 모니터, 기계식 키보드 등 게임 플레이의 몰입도와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상향 평준화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겪었다. 흡연 관련 정책이 바뀜에 따라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고, 게임마다 요구하는 최적의 환경에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최적화된 좌석을 마련해놓는 곳도 종종 보인다.
사람들에게 외면받았던 만화방과 달리 만화카페는 살아남고 있다. 만화방과 만화카페의 눈에 띄는 차이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다양한 만화책 종류다. 기존의 만화방이 최소한의 독서환경을 제공했다면, 만화카페는 젊은 남녀를 타깃으로 잡고 이들의 취향에 맞게 공간을 구성했다. 실제로 1980년대 유행했던 만화방은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허름한 소파엔 담배 냄새가 배어있고, 공간은 좁았다. 반면 만화카페는 안락한 소파부터 누울 수 있는 방, 텐트 등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추었다. 만화카페는 만화방의 기능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만화방보다 취급하는 만화책 종류가 훨씬 많아졌다. 만화방에선 주로 대여점으로 유통되는 도서를 구비한다면, 만화카페는 기존 대여점에서 빌리기 어려운 고가만화를 구비하면서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과거의 오락실과 만화방이 지금의 것들과 같진 않겠지만, 그래도 과거의 공간은 아직 우리에게 추억이 아닌 현실로 살아있다. 단 하루만이라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장소는 어디일까? 다시 그 장소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 우리의 가슴속에서 영원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