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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선영
사진 박순재
한국서부발전에 90년대 생이 온다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어요.”
<무한도전>에 나온 박명수가 채용 면접에서 한 말이다. 이런 솔직함이 통하는 세대가 몰려오고 있다. 어느새 조직의 신입 사원으로,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1990년대 생이다. 그들은 알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남발하고, 어설프고 맥락도 없는 이야기에 열광하며, 조직의 구성원으로서든 소비자로서든 호구가 되기를 거부한다.
지금부터 한국서부발전을 이끌어갈 신입사원, 인턴사원, 서부위피스쿨 멘토와의 대화를 통해 어느 세대보다도 유연하고 변화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를 들여다본다.
90년대 생, 이미 다가온 신인류들을 이해하는 방법
용인의 한 연수원에 네 명의 90년대 생 신인류가 모였다. 올해 한국서부발전에 채용된 신입사원 이진경 씨, 인턴사원 김수진 씨, 서부위피스쿨 프로그램에 참여한 멘토 박찬영 씨, 김보현 씨가 그 주인공이다. 각자 다른 위치에서 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서부발전과 미래를 꿈꾸는 90년대 생이라는 공통점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386세대’, ‘X세대’…. 이들이 거쳐 간 신세대의 빈자리에는 ‘88만 원 세대’, ‘삼포 세대’ 같은 암울한 이름들이 스쳐 갔다. 그리고 현재, 한국 사회의 신세대인 90년대 생(1990~1999년생)들은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며 현대 사회에서 경제 활동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일과 삶의 양립을 추구하는 세대’라고 소개한다. 이전 세대는 부조리하다고 생각할지라도 그러려니 하고 참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반면 90년대 생은 굳이 참지 않고 말한다. 자기 자신과 미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길고 복잡한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90년대 생들의 언어습관인 줄임말이 이를 방증한다. 인터넷에서 너무 긴 게시물은 부담된다는 뜻인 스크롤 압박의 줄임말 ‘스압 주의’가 대표적인 예다. 90년대 생들에게는 ‘칼퇴’는 당연한 말이다. 칼퇴는 회사가 베푸는 은총이 아닌 당연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90년대 생들의 진로관을 바꾸고 공무원을 꿈꾸게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공무원을 하면 14시간씩 일하고 과로사하지 않을 테니 워라밸이라도 챙기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윗세대들의 실패와 좌절을 옆에서 지켜본 이들이 같은 절차를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한 대응 자세가 아닐까.
김수진(인턴사원)
90년대 생들은 ‘자아실현’을 인생 최대 목표로 꼽아요. ‘지금 이 순간의 나’에 집중하는 거죠. 그래서 휴학하는 동기들이 많아요. 휴학하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해외여행 다녀오는 경우도 많고요.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쉬는 친구들도 많아요. 휴학 없이 졸업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박찬영(서부위피스쿨 멘토)
한편으론 ‘자아실현’이 점점 힘들어지는 세대인 것 같기도 해요. 예전에야 부모님, 선생님들께서 대학 가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하셨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예요. 대학에 와서도 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했던 것처럼 취업 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오히려 고등학교 입시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있어요. 실제로 선배들을 보면 취업 스펙 쌓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게 보내고 있어요.
90년대 생들이 바라본, 90년대 생들과 공존하기 위한 한국서부발전
1만5000여 년 전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에는 ‘요즘 것들’의 버릇없음을 탄식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기원전 1700년 수메르의 점토판에도 ‘요즘 애들’을 나무라는 폭풍 잔소리가 발견되었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역사 이래 인류가 고민해온 숙제일 것이다. 이제 사회 주축으로 진입하고 있는 1990년대 생은 이전 세대보다 부유하지 못한 첫 세대로 꼽힌다. 팽창사회를 경험한 기성세대가 수축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 세대를 자신의 기준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사회는 새로운 세대의 진입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차를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조직 특성상 다소 경직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거나 아예 벗어나기를 택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서부발전과 함께 한 90년대 생들이 바라본, 90년대 생들과 공존하기 위한 한국서부발전은 어떤 모습일까.
김수진(인턴사원)
한국서부발전에서 인턴체험을 한 것은 큰 행운이었어요. 물론 정식사원과는 다른 입장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죠. 한국서부발전은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기성세대의 조직문화와는 분위기가 달랐어요. 사수 분들께서 직업 선택 시 일과 삶의 균형은 필수라고 조언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아요. 본래 제 진로는 관광 계열이었는데 사수 분들의 조언 덕분에 공기업과 관련된 다른 분야에도 흥미가 생겼어요. 앞으로 한국서부발전에 자리 잡게 될 90년대 생들에게도 직장 선배로서, 인생 선배로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신다면 후배들이 조직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진경(신입사원)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새롭게 신설된 조직이 아닌 이상 기존 공기업이 갑자기 성장한다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칫 온실 속의 화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느 날 예기치 못하게 온실 밖으로 나와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됐어요. 그럴 때마다 선배님들과 함께 한국서부발전이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며 나와 회사의 미래에 더욱더 가치를 두게 되었죠. 저는 앞으로 한국서부발전의 가족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게 될 텐데요. 단지 개인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90년대 생들과 공존하기 위해 미래 국가 살림을 함께 설계하는 한국서부발전의 일원이 되고 싶어요 .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가 함께 지역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7년도부터 시작한 ‘해피 위피스쿨 클래스’는 충남 태안 지역에서 활동하는 지역 학생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2019년 멘토링에 참여한 90년대 생들은 멘토링 활동을 통해 한국서부발전에서 어떤 의미 있는 장면을 포착했을까?
김보현(서부위피스쿨 멘토)
요즘은 사회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겨우 몇 년 차이로도 가치관이 다른 세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멘토링 활동을 하며 초등학생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었어요. 가끔은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제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됐어요. 제가 나온 태안의 고등학교는 한국서부발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해주셨어요. 아무래도 대도시 보다는 교육 문화 부분에 결핍이 있을 테니, 그 부분을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들이 있었죠. 저도 한국서부발전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자랐으니, 멘토링 활동을 통해 태안 지역의 아동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점점 보람차지는 시간으로 변했죠.
박찬영(서부위피스쿨 멘토)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다양한 선택지와 디지털 라이프를 쥐고 태어났어요. 그리고 우리보다 더 이른 시기부터 풍요를 느끼는 세대가 시작되고 있죠.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세대들의 시작이기도 한 것 같아요. 한국서부발전과 함께 한 해피 위피스쿨 클래스를 통해 태안의 아동들과 소통하면서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됐어요. 친구들과 간식을 나누어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동심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한국서부발전의 멘토링 프로그램은 우리와 같은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이라는 혜택과 더불어 일상의 작은 소중함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상생하는 법, 밀레니얼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이들은 한국서부발전이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한몫한 것 같다며 뿌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더불어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로 한국서부발전과의 접점을 통해 90년대 생으로 살아가는 현실에 응원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90년대 생으로 살아가는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느라 여념 없는 그녀들의 에너지는 한국 사회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들은 우리 사회 시대적 배경이 만들어낸 90년대 생은 외계인도, 별종도 아니다. 안정적인 삶보다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원한다고 외치고 있는 그들에게 뜨거운 애정을 담아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