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택 거기 박선영 사진 정준택

당일치기 이색 여행지, 평택국제중앙시장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린 거리에서 휴일을 즐기는 외국인들, 밀리터리룩이 돋보이는 옷가게, 독특한 소품이 가득한 상점, 다국적 메뉴를 내건 음식점들. 평택국제중앙시장은 ‘경기도의 이태원’으로 불리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다국적 재래시장, 평택국제중앙시장

평택국제시장은 1958년 송탄 지역에 미군 비행장이 들어서면서 이곳에 근무하는 미군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생긴 오일장이 전신이다. 한국인 반, 외국인 반, 한국어 간판보다 영어간판이 더 많이 보이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한마디로 다국적 재래시장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수입제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미군과 미군 가족들이 이곳을 생활의 본거지로 삼고 있고, 평택항으로 입항한 외국인 선원들에 관광객들까지 이곳을 찾아오다 보니 시장은 온통 다국적 풍경이 가득한 곳이 되었다.

시장 입구를 가로질러 지나가는 철길도 색다르다. 송탄역에서 내리자마자 노면으로 깔린 선로가 눈에 들어온다. 송탄역에서 미 공군 기지까지 군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생겨난 철도 길은 평택국제중앙시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바닥에는 여러 나라의 국기가 그려져 있고 벽에는 각 나라를 상징하는 그림들이 눈에 띈다. 벽화를 보며 걷고 있으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굴에 빠져 원더랜드에 들어가듯, 우리나라 속 다른 나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느껴진다.

 

대한민국에서 다양하게 즐겨보는 글로벌푸드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음식의 천국이다. 페루, 터키, 멕시코, 인도, 필리핀, 브라질, 파키스탄, 아프리카 등의 낯선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많다. 다양한 식문화가 함께하는 거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는 브라질의 슈하스코를 판매하는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슈하스코는 여러 종류의 고기를 기다란 꼬챙이에 끼워 양념해 구운 브라질 전통음식이다.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터키는 동양과 서양에 걸친 지리적인 환경 때문에 두 문화권의 특색을 모두 가지고 있다. 식문화도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케밥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터키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시장에서도 케밥 전문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쇼핑몰 중심부에 있는 ‘스타 케밥’은 송탄 지역뿐만 아니라 평택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명소다.

 

평택국제중앙시장 일대에서 자급자족 할 수 있었던 미군들

멋스러운 고가구와 유화갤러리가 눈길을 끈다. 과거 제대로 된 가구를 구하기 어려웠던 미군들은 고국에서 직접 가구를 조달해 사용했다. 한국을 떠날 때가 되자 가구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생겨난 고가구점이 처분을 대신해주었다고 한다. 그림을 선물하는 것이 일상인 미군들을 위한 유화갤러리도 평택국제시장만의 색다른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한국의 정취를 담은 풍경화와 명화의 모작, 초상화 등을 판매한다. 구매한 이들이 직접 사용할 목적보다는 미국에 선물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미군들은 평택국제중앙시장 일대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었다. 의류, 가방, 식자재, 생활용품 등의 완제품 상점을 비롯해 다양한 여가시설 대부분이 신장쇼핑몰에 자리 잡고 있다.

 

밀리터리룩과 빅사이즈 옷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들

미군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생겨난 시장은 판매하는 상품들도 기존 전통시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시장 벽 곳곳에는 한국어 교습을 한다는 전단이 붙어 있고, 빅사이즈의 옷이 있다는 광고 문구와 함께 군복이 여기저기 내걸려 있다. 평택국제중앙시장 골목골목에 자신의 이름을 건 테일러 상점들엔 오랜 세월을 이겨내고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고집이 엿보인다. 군부대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버로크, 군번줄, 배지 등의 이름을 새겨주는 가게들도 있다. 하나하나 다른 모양을 구경하고 있으면 꽤 재밌다. 기념 삼아 자신의 이름을 새겨보는 것도 추억을 남기는 방법의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