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을 찾아서

건축, 자연을 벤치마킹하다

과학기술은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자연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소리를 내지 않고 하늘을 나는 외양간올빼미, 깊은 바닷속에서 소통하는 돌고래, 어둠 속에서 청각을 이용해 길을 찾는 박쥐 등 자연은 수많은 공학품에 영감과 아이디어를 주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을 벤치마킹한 건축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신이 지상에 머물 유일한 거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지로 이루어져 있는 바르셀로나는 유럽 대륙의 주요 도시들과 가까운 스페인 제2의 도시이다. 큰 항구를 끼고 있어 물자 교류뿐 아니라 문화의 교류가 활발하고, 특유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어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도시이기도 하다. 안토니 가우디는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독특한 건축물을 많이 남겼다. 그는 죽은 지 9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가 공존하는 바르셀로나에서 빛으로 남아있는 건축가다.

그의 건축물은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곡선과 창조적인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섬세하고 강렬한 색상의 장식이 주를 이룬다. 마지막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미완성인 상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유럽의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이다.

밀가루로 반죽한 듯한 구불구불한 외형과 척추동물의 몸속에 들어온 듯한 실내는 직선으로 이루어진 반듯한 건축물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가우디의 건축물에는 직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건축 사조에도 속하지 않았던 가우디에게 스승이 있다면 그것은 자연이었다. 가우디의 건물 내부는 동물의 뼈, 야자수, 곤충, 해골을 연상할 수 있다. 본당 천장은 식물 줄기를 지지하는 잎사귀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타일로 장식된 화려한 외관은 짚으로 집을 지은 뒤 조개껍데기로 인테리어를 하는 새를 닮았다.

“모든 것은 자연이 써 놓은 위대한 책을 공부하는 데서 태어난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작품은 모두 이 위대한 책에 쓰여 있다. 이 책은 전 인류에게 주어져 있으나, 이것을 읽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며 또 노력을 기울이기에 합당한 책이다.”

비록 환경운동가는 아니었지만, 자연을 사랑한 완벽주의자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도심에 존재하는 자연과 조화로운 건축물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자연의 곡선을 살린 동화 같은 건축,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이곳의 모든 세입자는 자신의 창문을 알록달록하게 칠할 수 있고 장식물을 달수 있으며 색색의 타일로 장식할 권리가 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세입자 계약서에는 ‘창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있다. 건축은 세입자가 들어서면서 시작되는 것이라 여긴 훈데르트바서의 생각 속에서 지금도 그의 건축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983년 훈데르트바서는 빈의 시의회가 의뢰한 공공주택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했다. ‘건축은 네모다’ 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탄생한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에는 건축을 통해 지상낙원을 실현하려는 그의 꿈이 녹아 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52가구의 주택과 다섯 개의 상업 시설 그리고 어린이 놀이터와 윈터가든 등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이루어진 집합주택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집합 주택과는 다르다. 베이지색의 단조로운 건물들 사이에서 알록달록한 색깔로 칠해진 외벽에 곡선으로 이어지는 건물의 옥상, 초록빛 자연으로 뒤덮인 주택이다. 찰흙을 주물러서 만든 것처럼 구불구불한 곡선에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원색의 물감을 발라 놓았다. 건물 높이는 3층부터 9층까지 높낮이가 다르고 창문도 모양이 모두 제각각이다. 동화의 나라에 나오는 왕궁처럼 금빛을 칠한 둥근 탑도 보인다. 창문과 벽면을 타고 식물이 자라고 건물 꼭대기에도 나무들이 푸릇푸릇 자라고 있다. 강렬한 색채와 자연을 닮은 부드러운 곡선이 조화를 이루는 인간적인 집, 자연이 함께 살아 숨쉬는 생태적인 집이다.

도시의 메마른 건축에 생명을 불어넣은 건축 치료사 훈데르트바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그의 건축물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시인들에게 힐링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