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열전
글_박선영
사진_정준택
전통 한복이 세계의
트렌드가 될 때까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침선장 제22호 임순옥 님
한복은 화려하고 우아한 느낌에서 단아하고 차분한 느낌까지 원단 재료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의 매력을 자아낸다. 소박한 구성이지만 다채롭고, 평면적이지만 입체적이며, 입는 사람의 미의식과 심오한 의미까지 담긴 한복. 그 선의 미학을 전파하는 임순옥 침선장을 만나본다.
한복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꽃피운 인생
‘침선’이란 바느질로 옷과 장신구를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이러한 기술로 조선 시대에 왕실의 복식을 담당했던 장인을 침선장이라고 한다. 군산에는 전통복식을 재현하고 복원하며 전통 침선의 맥을 잇는무형문화재임순옥침선장이있다.임순옥침선장은 스무살이 되던 해, 당시 윤치영 서울시장의 의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던 이모 서정순으로부터 한복 만들기를 배웠다. 그 후, 만학도의 열정으로 성균관대와 단국대에서 궁중복식을 연구하고 건국대학교 침선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는 등 깊이 있는 수학을 했다.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작한 일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끊임없었고, 수많은 출토 복식과 궁중복식을 복원하고 재현하는 과정에서 대한 명인으로 선정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 전통복식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여러 차례의 개인전과 전시회, 그리고 국내외의 다양한 패션쇼를 진행하며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임순옥 침선장의 옷은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루며 우아하고 아름답다. 다양한 색감으로 시기별 혹은 장소별 다양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실과 바늘, 천만 보면 절로 손이 가고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진다는 그의 삶을 보면서 진정한 장인정신 삶을 엿볼 수 있다. 현재는 전북 군산에서 30여 년간 ‘임순옥 한복연구실’을 운영하며 많은 전수자를 길러내고 있으며, 한 번 입고 마는 옷이 아닌 소중하고 고귀한 한복의 가치를 보존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옷의 아름다움을 계승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임순옥 침선장은 우리나라 역사를 한복의 선과 색채에 녹이는 작업을 하며, 한복을 짓는 사람으로서 우리 민족의 전통과 역사의 명맥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다. 또한 후학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군산시에서는 일반인들이 한복 만들기를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 현 실정이다. 그래서 비록 적은 인원이라도 배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배움의 과정이 적어도 1~2년 이상이 필요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 지원과 4대 보험, 최저임금의 지원 등을 통해 전통을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순옥 침선장은 전통한복의 명맥을 유지하는 일이 미래를 살아가는 후손의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한복을 접할 수 있도록 한복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며 소통하려고 한다.
세계 최고의 명품 한복을 위한 발걸음
전통복식으로 세계를 누비는 이순옥 침선장이지만, 아직도 그녀에겐 꿈이 있다. 지금껏 재현한 수백여점의 궁중의상과 출토 복식, 장신구, 복식 유물을 언제든 누구나 감상할 수 있고, 점차 사라져가는 전통복식의 맥을 잇기 위해 후학을 양성할 수 있
는 한복박물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대학의 전통 복식과가 점차 사라져 가고, 지원정책이 미흡하여 무형문화의 맥을 잇기엔 열악한 현실이지만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될 소중한 전통복식의 계승을 위한 나름의 대책이기도 하다.
임순옥 침선장이 우리 옷의 아름다움과 멋을 세계 여러 나라에 선보여 대한민국 전통의 가치를 높이고자 활동하는 데는 큰며느리인 이영주(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씨의 도움이 크다.

현재 이영주 씨는 임순옥 침선장의 전수 장학생으로 한복 연구와 관련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2대가 알뜰살뜰한 정을 나누며 침선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평생 한복 짓는 것을 가장 행복한 일로 여기며 살아온 임순옥 침선장
에게 고귀한 사명을 다하고, 대한민국 최고, 세계 최고의 명품 한복을 짓기 위한 조력자가 가장 가까이 있으니 든든함은 말할 것이 없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의복을 정갈히 하여 격식과 의례에 맞게 입는 것을 예의 시작이라 여겨 의·식·주 문화 가운데에서도 식생활과 주생활보다 의생활 문화를 더 우위에 놓고 예를 숭상하였기 때문에 우리 민족을 ‘예의 민족’ 이요, ‘예의 나라’라 불렀다. 이는 전통복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복식문화에 우리 민족의 정신과 생활양식을 고스란히 내재시키며 계승 발전되어 왔다. 따라서 반만년 역사와 함께해온 전통복식, 그리고 앞으로의 반만년을 또 함께할 우리의 복식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침선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문화이며 민족성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임순옥 침선장은 전수생들에게 “우리의 전통복식과
침선을 소중히 여기며 전승, 발전시키는데 인내와 끈기로 달려나가 기를 응원한다”라며 다시금 바늘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