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김란사
순국 100주년 기념 특별전
꺼진 등에 불을 켜라
- 김란사 애국지사 기념사업회장 김용택
김란사(1872~1919) 애국지사는 누구일까? 아직도 그 이름 석 자는 일반인에게 낯설다. 하지만 유관순 열사의 이화학당 스승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유관순 열사만 주목받다 보니 정작 그의 스승인 김란사 애국지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부터 김란사 애국지사 기념사업회의 김용택 회장을 만나 그늘의 애국지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여성 개화사의 첫페이지를 장식하는 인물
학당에 다니는 여성들은 요리, 바느질할 줄 모르며 시어머니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vs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거나, 맹목적인 편견에 휩싸여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정규 고등학교 졸업생이 그저 요리나 바느질하는 법을 알게 되기를 바라지는 않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그 학교들의 목적과 방향은 슬기로운 어머니, 충실한 아내 및 개화된 가정주부가 될 수 있는 신여성을 배출하는 것이지 요리사나 간호원, 침모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1906년 한국 여성으로는 최초로 미국 유학을 해 문학사 학위를 받고, 일생을 여성 계몽과 독립운동에 헌신한 여성이 있다. 발뒤꿈치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 챙이 넓고 긴 검정 새털을 꽂은 둥근 모자에 검은 망사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자가용차로 외출하던 여성. 바로 김란사다.
구한말 평양에서 태어난 김란사는 일찌감치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아 스물한 살에 결혼한 뒤 이화학당의 문을 두드린 신여성 이었다. 김란사는 이화학당을 거쳐 일본에서 1년간 유학한 뒤, 1900년 남편 하상기 선생과 함께 다시 미국으로 유학하여 오 하이오주 웨슬렌 대학에서 수학하고 귀국하여 이화학당에서 교편을 잡으며 유관순 등 수많은 제자에게 민족의식을 드높이는 교육에 전념했다.
김란사는 이화학당에서 총교사이자 기숙사의 사감, 이화학당의 모임 ‘이문회’를 활성화하기도 했는데, 외부 인사를 초청해 공개 발표를 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했다. 이 공개 활동은 학생들의 민족의식에 큰 자극제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식인으로 고종의 신임을 얻어 파리강화회의에 조선 대표로 뽑혔다. 그녀의 임무는 ‘미국과 조선이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받으면 서로 도와준다’라는 내용이 담긴 외교 문서를 외국 대표들에게 전하고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뜻을 펼치기도 전에 북경에서 안타깝게도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김란사는 순국한 지 70여 년 만에 공적을 인정받아 1995년에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고, 2018년에는 국립현충원에 위패가 안장되었다.



어느 날 밤, 김란사는 이화학당 프라이 선생을 찾아 문을 두드린다. 양반가 여성인 김란사는 이화학당에 입학하고 싶다고 청했지만, 규정상 기혼 여성은 입학할 수 없어 거절당했다. 그러자 김란사는 하인이 들고 있던 등불의 불을 끄며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이 지금 꺼진 등불처럼 깜깜합니다. 제게 빛을 찾아주시지 않겠습니까?” 결연한 의지로 끊임없이 도전한 김란사는 입학에 성공한다. 사회 통념의 틀을 과감히 깬 여성인 셈이다.


김란사가 역사의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기억에서 멀어져 간 김란사를 66년 만에 다시 세상으로 불러 낸 건 정부였다. 국가보훈처는 1995년 자체 연구 끝에 공로를 인정하고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그러나 훈장은 14년 동안 보훈처 캐비닛 안에 잠자고 있었다. 유일한 혈육이던 친딸이 18세에 사망해 남은 직계혈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란사 남동생의 손자이며 김란사 애국지사 기념사업회의 김용택 회장은 “고모할머니의 활약은 어릴 때부터 무수히 듣고 자랐지만, 여성의 사회활동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가 강해 집안에서도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그 뜻을 기리고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란사는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하고 국제사회에서 조국을 대표할 만큼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음에도 유관순 열사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현재까지 잘못 알려진 정보를 수정하는 것도 김용택 회장의 역할이다. 그간 남편의 성을 따 하란사로 불렸지만, 후손 김용 택 회장의 노력으로 원래 이름을 되찾게 된 것. 국가보훈처는 이름 변경 심사를 통해 ‘김란사’로 표기된 건국훈장 애족장 수여증명서를 발급했다. 현재 정동에서는 김란사 순국 100주년을 맞이하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유관순 열사처럼 국가가 알아서 조직적으로 기리는 독립운동가가 있는가 하면 그의 스승인 김란사 지사처럼 후손이 추모회를 열어야 하는 독립운동가도 있다. 만일 이런 행사가 유관순 열사의 행사였다면 손수 뛰지 않아도 술술 잘 풀려나갔을 법하지만 김란사 지사의 경우는 다르다. 후손이 나서야 한다.”라며 김용택 회장은 한국서부발전에서도 그늘에 가려진 애국지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서부발전에서는 독립운동가 전시를 진행하는 등, 이번 전시에 뜻을 더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애국지사 김란사 순국 100주년 기념 특별전
꺼진 등에 불을 켜라
전시일정
전시기간:2019년9월17일~2019년12월31일
관람시간:오전10시~오후5시 (월요일·일요일·공휴일·기타관장이 정하는 휴일 휴관)
전시장소:이화박물관 (서울 특별시 중구 정동길26)
문의전화:02)2175-1964
관람료:무료(주차불가)